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NL 사람들 Jan 15. 2024

종착지 없는 갈래길을 사뿐사뿐

음악학과 주시연

에디터 : 이준혁


   주시연 양과 LnL에서 함께 지내 온 사람이라면 그녀의 다양한 관심사에 의문을 갖지 않기 어려울 것이다. 본래 전공이 음악학인 그는, 볼 때마다 항상 새로운 활동을 하는 듯하다. 디자인, 클라이밍, 전시 기획, 연극, 수영... 그의 적극성 뒤에는 어떠한 원동력이 있을까. 넘쳐 나오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음악학과에 재학 중인 7A반 주시연이라고 합니다.


음악학과에 재학 중이군요.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전 엄청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었어요. 유치원 때쯤 부모님들께서 악기 하나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시키기도 하잖아요? 저는 피아노를 배웠는데 너무 재밌었던 나머지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중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전공하기 시작했죠. 고등학교 때도 쭉 피아노를 하다가, 대학교 입시를 치르는 과정에서 수시에서 떨어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음악학이라는 전공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때 즐겨했던 곡에 대한 공부를 전공으로 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어떨 때 재미를 느끼나요?

   저는 연주하는 걸 진짜 좋아해요. 무대에 올라가 있는 게 제일 재밌었습니다. 또 곡을 공부하는 걸 좋아합니다. 원래 피아노 칠 때도 노래에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어떤 문학 작품이 노래의 모티프가 되는 원작이라면, 저는 그 원작을 너무 읽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읽은 후 제 나름의 스토리를 짜요. 특히 서정적인 곡을 연주할 때, 예를 들어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시인 페트라르카의 시들을 읽고 리스트가 쓴 곡)를 연주할 때 장면마다 이야기를 짭니다. 그리고 장면마다, 멜로디마다 짠 이야기를 저 혼자 알고만 있을 수가 없어요. 너무너무 흥미로운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맨날 엄마를 옆에다 앉혀놓고 막 설명을 해줬어요. 그때 저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신난 사람이었을걸요. 이 선율이 여주인공을 표현하고 저 선율은 남주인공인데, 둘이 만나서 막 우는 부분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진짜 재밌어요.


외부 맥락을 바탕으로 곡을 분석하는 것을 즐기시나 보네요. 분석했던 곡 중 특별히 관심이 가는 작곡가 혹은 곡이 있을까요?

   일단 맥락을 담는 작곡가로 유명한 사람을 리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지식이 짧아서 아는 건 리스트나 드뷔시 정도? 리스트의 경우, 제가 리스트를 참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아니에요. 제 기준에서는 얕은 느낌이거든요. 리스트라는 사람은 어렸을 때 완전 허세 많은 사람으로 “나를 좀 봐, 나는 연예인이야.” 이런 느낌의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곡이 깊지 않다는 느낌이 가끔씩 들어요. 근데 드뷔시는 되게 독특하고 프랑스 작곡가인데, 프랑스어 같거든요? 프랑스어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와 깊이가 느껴져서 드뷔시를 되게 좋아해요. 근데 잘 못 칩니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작곡가는 쇼스타코비치인데, 쇼스타코비치 관련된 책 3~4권을 읽었을 정도로 관심이 있어요. 지금 발제 레포트와 소논문 주제로 쓰고 있는 것도 쇼스타코비치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인생이 너무 흥미로운 사람이에요. 쇼스타코비치는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다가 레닌그라드(*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나치군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의 연주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쇼스타코비치의 어떤 점이 흥미로운가요?

   스탈린 치하의 살아남은 예술가들은 진실된 예술을 하기에 매우 어려웠어요. 전체주의 체제였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이중적인 곡을 많이 썼어요. 어떤 의미에서 이중적이냐면, 스탈린 정권의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소련의 승리를 노래하고 있어요. 소련의 강인함, 영웅적인 인물들,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데 소련에 살면서 고통 받았던 민중이 듣기에는 압제에 대한 반항, 진실은 담은 민중의 목소리로 느껴지도록 곡을 썼어요. 청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한거죠. 얼마 전에 쇼스타코비치 강연에 갔다 왔는데, 암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특히 DSCH라 불리는 게 있어요. 레 - 미 플랫 - 도 - 시가 독일 음계로 DSCH인데, 심포니부터 시작해서 현악 사중주, 이런 데에도 이런 선율을 넣었어요. 지금의 음악학자들은 DSCH가 나올 때마다 진실을 외친다는 식으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이중적이고, 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알 수 없는 그런 흥미로운 사람이라 계속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것은 음악학과에서 배우나요? 음악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는 게, 아직 저도 1학년이기 때문에 저희 과에서 정확히 뭘 배우는지 설명은 못하겠네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걸 말하자면, 여타 학문에 음악이 붙는다면 저희 과에서 다뤄요. 예를 들어서 AI, 정치, 미학, 심리학, 치료, 심리치료 등등과 음악을 융합해 연구한다면 저희 과에서 하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전반적인 것을 다 하는 거죠. 물론 실제로 연주하는 건 아니지만, 음악과 관련된 연구나 학문적인 것 다 합니다.


관련 분과들 다 골고루 관심이 있는 편인가요?

   되게 안 좋아하는 분야들이 몇 개 있어요. 예를 들어 화성학이라든가. 근데 제가 얼마 전에 대위법(*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 기술) 분석을 했거든요. 바흐 곡을 분석하면서 감동을 받았고, ‘작곡 문법도 잘한다면 재밌을 수도 있겠다.’, ‘지금 내가 못해서 재미가 없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분석했던 곡이 바흐의 푸가의 기법(Art of the Fugue)의 첫 번째 푸가였는데, 성부 네 개가 있어요. 이 네 성부가 서로를 전혀 방해하지 않고 완벽하게 톱니바퀴 맞물리듯이 구성이 돼 있고, 주요 멜로디와 수식하는 멜로디가 어떤 오류 없이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LnL에서 참여하는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LnL 사람들, LnL in the World, 원광(*LnL 전시 기획 비교과), 클라이밍 소모임 운영진이고, 영상 비교과, 연기 비교과, 요리 소모임, 헬스 소모임, 커피 소모임 등등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활동을 하시네요. 참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 하는 활동들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전시 같은 거는 기획 관련 회사에 들어가서 인턴으로 휴학하고 해야 하는 활동이잖아요. 근데 LnL이라는 곳에 있음으로써 저는 휴학을 하지 않고 시간은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잖아요. 제가 생각할 때 그건 엄청난 기회라서, 열리는 비교과도 많이 참여하고 직접 기획 및 주최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LnL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통틀어서 제일 흥미로웠던 활동은 ‘LnL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억에 남는 구체적인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저는 일상의 작은 자극을 추구하는 편이어서 아름답게 기억되는 어떤 순간이 잘 없어요. 그냥 재밌게 사니까 특별히 어떤 순간이랄 것 없이 다 재밌는 것이 아닐까요? 성격이 좀 무던해서 ‘너무 감동적이야. 이건 내가 평생 기억해야지.’ 이런 게 진짜 인생 살면서 거의 없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지금? 이러다 보니 적응력도 상당히 뛰어나더라고요. 아마 이렇게 된 배경에는 잦은 환경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도 두 개를 다녔고 중학교는 예중을 갔어요. 심지어 재단을 바꿔서 예고를 갔고요. 매번 새로운 그런 환경에 냅다 던져진 거예요. 그래서 점점 더 무던해지며 “그럴 수 있지.”하게 되었고, 인생에 별 큰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찾아서 살고 있습니다.


흥미를 느끼지 않는데, 재미를 느낀다는 게 상당히 모순적으로 들리네요.

   저도 말하면서 그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근데 진짜입니다. 저는 사는 데 있어서 ‘나는 이렇게 노력하고 이런 걸 이뤄서, 궁극적으로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혹은 ‘저 사람의 인생은 너무 매력적이다. 저런 인생을 살아서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인생 전반에 흥미를 갖고 있진 않거든요. 다만 매 순간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돼요. 그렇게 살다보면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향후 추진해보고 싶은 LnL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문화예술원(파워플랜트)에서 하는 즉흥 연주가 있었어요. 그런 완전히 도전적인 연주 같은 거 있잖아요. 퍼포먼스, 음악, 미술, 조명을 다 총괄해보고 싶어요. 현대 음악이 미친 듯이 실험을 하던 시기를 어느 정도 지나고, 그들이 대중과 멀어졌다고 배척받던 시기도 지나서 요즘은 연주자들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문화예술원의 즉흥 연주에도 작곡가가 있긴 있었지만, 저는 결과적으론 연주자의 시도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LnL에 더욱 많이 들어와 준다면 이 친구들을 데리고 미디어아트랑 즉흥연주를 결합해서 재밌는 프로그램을 한 번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예술의 연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기획과 해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장래에는 이런 기획 혹은 해석에 중점을 둔 예술 활동을 희망하나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모르겠어요. 모르겠는데, 저는 기획하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고 재밌기 때문에 기획을 하는 겁니다. 앞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이 많은 걸 다 하다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마인드를 갖고, 장래에 특정한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살고 있습니다. 일단 재밌잖아요.


이런 마음가짐과 적극성은 대학에 와서 생기게 된 것인가요?

   관심사는 원래부터 넓었지만, 대학교 이전까지는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살지는 않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악기를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또 다치면 안돼서 자유도가 훨씬 떨어져요. 또 의외겠지만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해서 이런저런 활동에 다 참여를 하지 않았고요. 한 문장으로 말하면 피아노하고 공부하느라 다른 활동 아무 것도 안했어요. 근데 대학교 와서 보니 자유도가 엄청 넓더라고요. 특히 LnL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게 많다 보니, 갑자기 이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마음가짐이 흔들렸던 적도 있나요?

   제가 1학년 초기에 보통 새내기처럼 이것저것 다하다 아주 잠시 슬럼프가 온 적이 있어요. 꿈이 명확히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스펙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쟤는 뭐하려나?” 싶을 수 있잖아요. 제가 저를 보고 그걸 느꼈어요. 솔직히 하고 싶은 건 없고 재밌으니까 하는 건데, 난 뭐하는 놈이지, 이랬거든요. 근데 강연이었는지 책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요즘 사회는 하나만 잘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듣고 든 생각이, '이것저것 다 해서 잘하면 뭘 하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였어요. 그리고 유현준 건축가가 어렸을 때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지금 보니 도움이 되었더라, 라는 말도 봤었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나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하하’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클라이밍 소모임 운영진이라고 하셨는데,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시나요?

   평소에 즐겨하죠. 가장 자주 하는 것은 클라이밍이고 유도도 합니다. 근데 유도는 많이 못해봐서 아직 한다고 못하겠어요. 그 밖에 헬스하고 수영 정도 하는 것 같네요.


주로 혼자 하는 운동이 많군요.

   대학교 와서 깨달은 건데 놀랍게도 저는 사람을 되게 좋아합니다. 클라이밍이 독립적으로 하는 운동은 맞지만, 운동의 성격 자체는 크루를 이루고 단체로 가서 서로 응원하고 도와주는 겁니다. 제가 한 번 혼자서 클라이밍을 가봤는데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유도도 도장에 가서 하잖아요? 비록 유도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같이 응원해주고, 소리 질러주고. 그런 분위기에서 하는 운동들을 되게 좋아합니다. 다만 누구랑 협동해야 하는 운동은 못해요. 운동뿐만 아닙니다. 피아노도 그런 악기거든요? 독립적이지만 독립적이지 않은. 연주 자체는 혼자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분위기 속에서만 완전한 연주가 이루어지죠.


이 많은 활동은 어떻게 다 해내나요?

   1학기 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이것저것 많이 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때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거든요. 일정 써놓고 정리해서 관리 가능했는데 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하는 게 진짜 많아진 거예요. 그래서 “어떡하지?” 이러고 있는데, 또 전부 하고 싶은 겁니다. 저는 재밌는 건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빡세게 살기로 마음을 먹고 일정을 정리를 해놓고 거기서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제가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게 있고, 그냥 참여하고 싶은 게 있잖아요. 그냥 하고 싶은 거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되, 제가 해야 되는 것이 있을 때에는 원래 하던 것을 과감히 버리는 방식으로 산 것 같고, 웬만하면 일정이 안 겹치게 잘 관리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바빴던 올해 한 해가 마무리되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큰일 났어요. 저 지금 벌써 21살인데, 이게 지금 말이 되나요?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소감이고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다시 오지 않을 스무 살” 스토리 올리는 걸 하면서 한 해를 돌아봤는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해라서 한번쯤 기록을 해보고 싶어요. 글을 쓰든지, 영상을 만들든지 말이죠. 제가 둔감하긴 하지만, 저한테도 기억이 남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요. 제 생각에 저는 그걸 안 쓰면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기록을 해놓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앞으로도 LnL 사람들이 오래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홍보가 좀 잘 됐으면 좋겠네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되게 재밌어하기도 하고, 글이 저는 진짜 좋더라고요. 맨날 편집하면서 짜증내고 수정하고 불같이 화를 내지만 나중에 친구들이 한 인터뷰 읽어보면 흥미로워요. 제가 아는 독자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되게 재밌다. 특히 서울대 좋아하시는 어른들이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물론 인터뷰가 쌓이다보니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돼요. 생각하는 게 아직은 다 20대 같고 대학생 같아서 그런지 아무래도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은근히 비슷하더라고요. 근데 또 읽으시는 분들이 말씀하기에 그것도 마음에 든대요. 또 활동하는 에디터들이 그 속에서도 독특성을 잘 찾아내니까 저는 정말 만족합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종착지와 거기까지의 길을 정해두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따르려 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종착지로의 길만을 남기고 삶의 다른 길들은 우리 스스로 지워나가기 마련이다. 주시연 양의 이야기는 때로는 광적이기까지 한 ‘목적’과 ‘종착지’에 대한 집착보다는, 작지만 소중한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밌는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임을 상기시켜 준다.

   길은 정해지거나 주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새로운 갈래길이 만들어진다. 자신이 나아갈 길을 규정하지 말고, 내게 재밌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는 시간도 가져보자. 그리고 부담감을 갖지 말고 사뿐사뿐 앞으로 나아가자.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열정만 있으면 어떻게 되든 우리 모두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시연

-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23학번


서울대학교 산악부와 유도부, 사회대 연극당에서 부원으로 활동 중.

또한 피아노 동아리 SNUPIA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LNL사람들의 총편집과 인스타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카르페 디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