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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Dec 22. 2017

웹툰의 진화 : 네이버 웹툰 '마주쳤다'

나의 시선 # 1

만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카카오 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웹툰을 접하고 있는데 지금도 1주일에 대략 3-4개 정도 보는 웹툰이 있고 요즘 영화가 개봉하여 한창 화재가 되고 있는 '신과 함께'나 '치즈 인 더 트랩', '선천적 얼간이들'처럼 특별히 좋아해서 구매해서 소장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번에 네이버 웹툰과 하일권 작가가 콜라보로 연재 중인 '마주쳤다'라는 웹툰이 특이해서 '나의 시선' 첫 번째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그동안 네이버 웹툰은 웹툰과 기술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처음엔 단순 이미지에서 출발했던 것이 배경음악이 삽입되고 조금씩 움직이더니 PLAY를 통해 단편 애니메이션 분야까지 확장했고 이제 360도 파노라마, AR, 얼굴인식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독자를 직접 웹툰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내가 웹툰의 주인공이라니!! (악의는 없다 / 작가 환쟁이 / 네이버웹툰)



최신 기술이 총 집약된 웹툰


웹툰 '마주쳤다'는 개인적인 소감으로 볼 때 재밌는 새로운 웹툰이라기보다는 그냥 '신기한' 웹툰에 가깝다. 일반적인 웹툰과는 다르게 '웹툰을 만드는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탄생한 홍보용 웹툰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들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스토리의 탄탄함이라던가 빠른 전개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소장용'이기보다는 '재미 삼아 한번쯤' 해볼 만한 웹툰이다. 그럼에도 웹툰과 기술의 합작은 '기술을 어떻게 콘텐츠에 녹여내는가' 하는 방법적인 면에서 눈여겨볼만한 일인 것 같다.


'마주쳤다'의 스토리는 처음에 소꿉친구로 시작한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다. 흔한 순정만화에서 자주 써먹던 설정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은 뻔한 느낌적 느낌


이 뻔한 설정은 '독자가 주인공인 웹툰'이라는 콘셉트를 위해 독자 누구라도 '뻔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느낌이 있다.


갠.차.나.요? 마.니 .놀.랬.죠?


이를 읽는 독자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뻔한 상황을 만들고 뻔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여 다음에 이어질 '내가 웹툰의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미 여기서부터 독자가 웹툰 속으로 진입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1. 스크롤을 이용한 시차 애니메이션

전체적으로는 모든 콘텐츠를 로딩하지 않고 스크롤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콘텐츠를 하나씩 로딩한다. 아마도 다양한 기술들이 집약되다 보니 퍼포먼스를 위한 것도 있고 독자를 주인공으로 삼다 보니 미리 그림을 노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선택한 결정이겠지. 하지만 글이 많지도 않은 웹툰에 로딩을 페이드인 효과로 처리하다 보니 답답함이 좀 있다. (나느 쓱쓱 스크롤하고 싶은데 그러면 흰 바탕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2. 프롤로그 : 350도 파노라마 / 이름 설정하기



에피소드에서는 독자가 웹툰으로 들어가서 신기해하는 감성을 포착한다. 때문에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독자가 스마트폰을 좌우로 돌리면 독자를 중심으로 교실 속 풍경이 재현되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이름을 설정할 수 있고 이후부터는 등장인물들의 말풍선에서 설정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난 박정민 팬이니까- 데헷 ;-)


2. 2화 :  터치 인터렉션과 얼굴인식


3화에서는 터치 인터렉션과 얼굴 인식 기술이 활용됐다.

터치 인터렉션 : 머리에 붙은 빵가루 털어주는 나란 남자...


아마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이 바로 이 얼굴인식이 아닐까 싶다. (나도 신기해서 혼자 있을 때 표정 바꾸면서 여러 번 해봤다.) 


네이버웹툰 '마주쳤다' 홍보영상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사진을 찍으면 내 얼굴형과 특징을 포착해 하일권 작가의 그림톤으로 삽입된다. 이 부분은 네이버 기술법인 '네이버랩스'와의 합작으로 이미지 생성 기술의 하나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기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출처 : 네이버랩스 블로그 (https://www.naverlabs.com/storyDetail/44)



실제로 해보니 아주 완벽하게 똑같이 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도록 설정되긴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눈썹이 눈으로 인식되는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웹툰이라는 특성상 독자들은 '재미있는 경험'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다양한 인식 실패작들. 지못미...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많은 아이들이 손으로 사각 박스를 그리며 무릎을 굽혔다 펼치는 율동과 함께 저 동요를 불렀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런 동요로 나올 만큼 오래된 인간의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나 요즘 세대는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을 꼽을 만큼 주목받고 관심받는 삶을 꿈꾼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읽는 웹툰에 내가 주인공이라니. 이번 '마주쳤다'의 인기는 청소년들의 뻔한 로맨스 웹툰이 아니라 내가 웹툰의 주인공으로 간접 체험하는 인간의 판타지를 제대로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마케팅은 3-4년 전 웹 서비스 마케팅에서도 활용되었었는데 그때보다 더 정교해진 기술력에 화제성을 모을 수 있는 '웹툰'이라는 매체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wwwave 페이스북 프로모션 : 이미지 삽입을 이용한 단순 합성 (출처 : 디자인피버)
framy : 희노애락이 담긴 각각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이를 활용해 얼굴이 합성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준다.



지금 시대에 크리에이티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는 개념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얼마나 색다르게 '조합'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기술과 웹툰의 만남이 잘 어우러진 '마주쳤다'는 꽤 흥미로운 콘텐츠인 것 같다.



*네이버 웹툰 '마주쳤다'는 네이버 웹툰 앱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한줄요약 : 신기한데 웹툰은 핵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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