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6 - 정지훈 다음세대재단 이사 세바시 강연
타인의 시선 여섯 번째는 저의 블록체인에 대한 편견을 깨 줬던 다음세대재단 이사이자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님이 세바시 강연에서 다루었던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을 짧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개인의 학습을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박사님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삭제된 내용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영상을 함께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상 링크는 최하단에 있습니다.
1980년대는 처음으로 글로벌화된 양극화와 첨단기술에 대한 반란이 일면서 중앙화 된 권력에 대한 반발, 자유화를 갈망하는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것이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스'로 대표되는 사이버 펑크 장르의 작품들이다.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이 시기의 암호 기술은 국방을 위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국가의 소유였고 국가의 관리 하에 수출을 금하고 필요하면 관련 인사들을 감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다. 그러나 티모시 메이의 '암호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선언'을 시작으로 중앙에 집권되어 있던 암호기술과 권력이 개인에게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암호학이 발달하였고 지금의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된다.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중앙에 결집되어 있던, 기존 기득권 층에서만 누리던 지식들이 대중화되는 데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인터넷은 인류가 만든 것 중 인류가 이해하지 못한 첫 번째 것이며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정부주의 실험이다
- 에릭 슈미트 (전 구글 대표이사 회장)
html을 처음 만들었던 팀 버너스 리가 속했던 연구소는 이 기술을 연구소 소유의 기술로 하지 않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팀 버너스 리에게 민간 재단을 만드는 것을 허락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월드 와이드 웹 컨소시엄이다. 오오 대인배 오오 이처럼 인터넷 기술은 국가 주도하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민간 기구가 같이 만들고 공유하면서 합의하고 발전시켜왔고 태생부터 탈중화화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게 된다. 그 당시 미국은 주택시장 버블이 커지던 시기였기에 상환능력이 안되더라도 부동산을 구매할 때 그 부동산을 담보로 부동산 금액의 70-80%까지 대출을 받아 산 뒤, 이자와 원금을 천천히 갚을 수 있도록 했고 이것을 서브프라임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하우스푸어를 양성하는 금융상품 당연히 대출시장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비중이 증가하게 됐는데 부동산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가에서 금리를 인상하면서 결국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맞물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한다.
대출해 간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니 그동안 많은 대출을 내주었던 금융사들이 줄줄이 파산하게 되었고 금융사가 파산하니 도미노처럼 기업들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금융 시장이었던 미국이 흔들리니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퍼져가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도래한다.
결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요청하게 되고 정부 기금으로 어느 정도 해결을 하게 되는데 정부 기금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결국 세금이 들어갔다는 얘기고 이는 곧 국민들이 십시일반 한 피 같은 돈으로 기업을 살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국민들인 고객과 직원들이 줄줄이 잘려나가고 파산하는 와중에도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고위급 CEO나 임원들이 보너스 파티를 벌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기가 되어 '암호화 기술과 원장을 분산하여 이것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믿게 하고 기록하고 연결하면 혹시 화폐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웠는데 이 가설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으로 Bitcoin: A P2P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 형태로 발표되었고 이것이 비트코인 최초의 논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2008년 블록체인을 이용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나는 동안 거래소가 털린 일은 있지만 기술 자체가 해킹을 당하거나 파괴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고 가능성을 보게 된다. 몇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탈중앙화의 철학이 퍼지는 데는 크게 일조했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 기술, 사람, 커뮤니티가 생성되면서 오늘날의 블록체인 산업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비록 시작이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화폐였고 금융으로써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한국에서 거래소가 열리면서 투기의 양상을 보이며 빠르게 급성장하며 원래 철학과는 다른 형태를 보였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는 금융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블록체인의 가진 철학과 기술이 금융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현재 그러한 실험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화폐로서의 가치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나치게 중앙 집중화돼서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고(예를 들면 현재 우리나라 음악산업은 유통사가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시스템인데 이것을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소유관계를 따져 증명해야 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는 인구가 많거나 땅이 넓거나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선도할 수밖에 없었고 인구가 적고 땅이 작은 나라들은 강대국에게 기대어 생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련 체제가 붕괴되고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에스토니아의 원동력은 디지털이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땅처럼 영토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은 적게 들지만 그들이 만드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들이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시민이 되면 에스토니아의 위협이 곧 그들의 이익에 대한 침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작은 국가지만 강대국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전자 시민권을 발급하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국가 중 하나이기에 많은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에 가장 앞서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히 화폐를 만들어 내거나 하나의 산업분야를 넘어서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를 만큼의 문명을 바꿀 키워드로 대변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훈 박사의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 풀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HVDSQ_5z6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