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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n 16. 2018

식품 안전 프로젝트 - 월마트와 블록체인

나의 시선 #8 + 블록체인 특집 #1

흙이 묻어 갓 밭에서 뽑아온 듯한 당근과 깨끗하게 씻어져 나온 당근 둘 중 어느 당근이 더 신선할까?

나는 요리를 자주 하지 않지만 내 입에 들어가는 거니까 좋은 식재료 쓰자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내 입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왠지 흙이 묻어 있는 것이 갓 밭에서 뽑아온 것 같고 싱싱할 것 같아서 그러한 재료들을 사서 집에서 흙을 씻어내고 다듬어 썼었다. 그런데 가죽공방 다닐 때 선생님의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하셨었는데 깨끗한 당근에 다시 흙을 묻히는 작업을 한다는 얘길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공정된 당근을 마트에서 다시 흙을 묻혀 산지에서 막 나온 당근인 척 판매한다니...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속았다는 생각에 너무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전 세계 공통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의식주. 입고 먹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의식주 중에서 가장 사건사고가 많은 분야는 아마도 식(食)이 아닐까 싶다.

식품안전사고는 국가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안전한 식품 관리와 배송을 위해 최근 월마트가 IBM과 손을 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월마트가 이러한 물류 시스템 구축에 두 팔 걷고 나선 데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있었다. 중국은 많은 인구 수와 넓은 땅으로 거대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지만 식품에 있어서는 악명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오래전 중국에서 화학물질을 혼합해 가짜 달걀을 만들어 파는 것이 적발되기도 했었다. 월마트 역시 거대한 소비 시장인 중국으로 진출한 이래 아무리 납품 업체 관리를 강화해도 중국 업체의 불량한 위생 상태와 가짜 식품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중국 현지 매장에서 가짜 돼지고기 판매 등 부적합 식료품 적발사례가 반복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입점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압박까지 받게 되었고 질 좋은 식품을 안전하게 소비자의 식탁까지 공급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월마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그럼 이제 월마트와 IBM이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살펴보자.



블록체인은 상품 체계의 다양한 부문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 제품 가공 정보, 제품 유통 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원장입니다.
by 프랭크 이아나스 (월마트 식품 안전 담당 전무)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조망하는

'스마트 패키지'

식품 유통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하나의 식재료를 재배하여 납품, 공급하는 데에는 농부, 가공업체, 유통업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고 오늘날의 상품 추적 방식은 식품 유통 체계의 부문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직원 간 소통할 수 없는 서류나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행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전체를 투명하게 조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떠한 식품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이유를 추적하는데 며칠씩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마트는 생산,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조망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는데 그 첫 시도가 바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식재료인 돼지고기다. 우선 축산업자는 돼지에 IoT 센서를 부착하여 돼지를 사육하는 축사의 환경과 방식에 대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가공업체에서도 가공 정보를 센서에 입력해 도축과정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그리고 유통업체 역시 센서를 활용해 운송 과정에서의 온도, 습도, 물리적 충격 등의 정보를 측정해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마지막으로 도소매 업체에서 포장지 센서에 판매 환경을 입력한다. (출처 : https://bit.ly/2t393Wh)


이미지 출처 : https://steemit.com/coinkorea/@keepit/6wacqc-keep-t-column


식품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진상파악에 적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걸렸지만 이렇게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몇 초- 몇 분 만에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대처가 가능해져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지속 가능한 상품 유통 체계를 가능하게 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각 생산과정의 정보를 통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조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월마트는 작년에 이 시스템을 '스마트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미국 특허청에 특허출원서를 제출했고 올해 3월 미국 특허청에 의해 이 출원서가 공개됐다.


작년에 한국을 잠시 들끓게 했던 맥도널드의 '햄버거병' 사고가 있었다. 4살 아이가 덜 익은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뒤 심각한 질환에 걸려 신장 장애 판정까지 받게 됐다며 아이의 가족들이 맥도널드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동안 이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맥도널드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는데 당시 해당 업체는 정말 햄버거로 인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불문명 하다며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고 패티 납품업체 임직원을 불구속해 조사하는 등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이 먼저 도입이 되었다면 이러한 사고의 원인이 패티 자체에 있었던 것인지, 지점에서 햄버거로 제작되는 과정에 있었던 것인지 더 빠르게 규명되어 책임관계를 더 확실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적이 아닌 투명성 확보가 목표

식품 유통 체계의 책임은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료로 키웠다 해도 도축이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의 식탁에는 안전한 먹거리가 제공될 수 없다. 소비자의 식탁에 안전한 먹거리가 올라오는 일은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음식의 산지 정보와 유통 방식을 추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이 안전하게 생산되었는지, 책임감 있게 생산되었는지, 지속 가능하게 재배되었는지, 제품의 유통 기한은 어느 정도인지까지도 알 수 있게 되어 투명성이 확보된다. 이것이 바로 월마트가 IBM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선택한 이유이다.



남은 과제들

이론적으로도, 그리고 그간의 월마트의 테스트의 결과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 시스템은 좋은 결과를 바라보고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의하면 유통 과정 관계사 전체의 동의, 센서 설치 등을 통한 주요 정보기록 자동화, 데이터 기록 체계 재구성 및 통합, 법률 검토, 사이버 보안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출처 : https://bit.ly/2JQPsPA) 그 외에도 기존 체제 구성원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등 여러 난관이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더 많은 기업과 유통과정에 이렇게 투명한 시스템이 자리 잡아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식품 유통 체계의 책임은 모두에게 있으므로,
블록체인, 추적 가능성, 투명성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by 프랭크 이아나스 (월마트 식품 안전 담당 전무)






* 프랭크 이아나스 영상 보기 : https://youtu.be/SV0KXBxSo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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