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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14. 2023

책의 세계에 빠지다

성북구 한 책 사업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근자에 들어서 온통 독서에 빠졌다. 독서에 대한 열정에 불이 붙어서 그랬다면 좋았겠으나 반드시 독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몰입도 때때로 강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도 필요한 것 같다.


퇴직을 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어 성북구 한 책 사업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문화 사업은 성북구 산하 성북문화재단의 주최로 해마다 책 한 권을 선정하여 선포함으로 독서 저변을 넓히는 의미 있는 행사다.


집 근처에 성북 정보화 도서관이 있어서 가끔 이용하였는데 행사 포스터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다.


본 사업의 시작은 구민들로부터 책을 추천받는 것부터다. 대략 100여 권의 책이 추천되었고 그중 10권을 추려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 시점부터 책을 읽어야 했다.  


먼저 백 권 중 세 권의 책을 받았다. 책을  읽고 추천에 대한  여부를 자료로 정리해야 했다. 이 자료들을 근거로 성북구 관내 사서들과 1차 선정 위원들이 다 함께  모여 토론 시간을 통해 최종 10권의 후보책을 정했다. 내게 할당된 책은 난해한 단편소설과  요리에 관한  만화와 왕따 문제를 다룬 청소년 도서로 중량감이 떨어져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최종  선택된 10권은 운영위원 모두가 읽어야 다. 뽑힌 후보도서 목록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나주에 대하여(김화진), 경우 없는 세계(백온유), 선릉 산책(정용준), 재능의 불시착(박소연), 레이디 맥도날드(한은형), 슬픔의 방문(장일호), 오로라 2-241(한수영), 나이트 러닝(이지), 커튼콜은 사양할게요(김유담) 이상 10권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기회가 되었다. 특징을 추려보자면 여성 작가들이 두드러졌고 직장 담론이 대세였다. 그 외에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신세대 사랑 이야기, 퀴어, 장애인, 가출 청소년, 빨치산 아버지 그리고 노숙자, 지구가 황폐해진 후를 다룬 공상과학 소설이 있었다.


읽던 책들도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매일 집중하여 1권  정도를 읽었고 거의 10일 만에 완독 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되도록 독서감상을 쓰려고 노력했고 공유하기도 했다. 글까지 쓰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나름 정리하는 의미가 있었다.


책 중에는 흥미로운 책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섞여 있었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관심 밖이었던 책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였고 즐거움도 있었다. 뽑힌 책을 보며 책에 대한 시선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 책들은 토론을 거쳐 최후 4권을 선정하게 되고 그 이후 투표를 거쳐 최종 한 권을 뽑게 된다.


최근에 두 권의 책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나주에 대하여'라는 책이었다. 이십 명 정도의 인원이 한 시간에 책 한 권을 토론하기에 각자의 감상 정도를 나눌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책에 진심인 분들의 다양한 견해와 감상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베스트셀러로 빨치산 아버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추천과 비추천이 극명하게 갈렸다. 개인적으로 가족에게는 소홀했지만 타인에게는 존경받았던 부친이 지나치게 미화된 점을 들어 비추천 의견을 냈는데, 운영위원들의 반향으로 보아 4권에는 뽑힐 것 같았다. 나주에 대하여는 퀴어의 삶이 투영된 소설집으로 젊은 세대가 선호했다. 비슷한 플롯의 심플한 주제와 아무래도 성정체성 문제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4권이 걸러지면 작가와의 시간도 갖게 된다. 기대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음 토론에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도 하게 된다. 정기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흥미 있는 경험을 누릴 것 같다. 독서와 토론을  차고 넘치게 즐길 수 있는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이런 귀한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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