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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04. 2023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김태한을 듣다

그의 피날레 연주 실황을 보고

주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책을 읽다가 아내가 준비한 풍성한 식탁에 잠이 덜 깬 아이들과 함께 앉았다. 모처럼 가족 모두 모인 자리라 마음이 훈훈하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으로 눈이 즐겁고 입이 신이 났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투닥거리며 함께하는 시간이 푸근하다.


식사를 마치고 축구이야기가 나와 엘링 홀랜드의 환상적인 골 장면을 유튜브로 보며 찬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김태한의 우승 소식을 알게 되었다.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대회에서 성악부문에 남성이 수상하는 것은 아시아 최초라고 한다. 뉴스를 통해 그가 22살의 순수 국내파 성악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가 궁금해졌다.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를 찾아보았다. '눈'이라는 가곡을 부른 영상이 올라와 그의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다. 음색이 장난이 아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없는 단정하고 맑고 고급스러운 소리다. 우아한 남성미가 흘러넘친다. 한 번 듣고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바리톤으로서 매력적인 저음이 심금을 울린다.


그의 콩쿠르 연주회 실황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열어보았다.

먼저 너무나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런 당당함이 자신의 솜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바탕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노래에 몰입을 이끈다. 첫 곡은 서정성 있는 잔잔한 노래를 진정을 담아 담담하게 들려준다. 부드러운 음색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곡을 마치자 관객들의 박수가 터진다.


이어지는 곡은 드라마틱하다. 첫 곡으로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두 번째 곡은 처음부터 휘몰아친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소리를 뚫고 나오는 힘 있는 남성의 외침이 포효한다. 노래만이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의 풍부한 표정이 온전히 노래를 담아낸다. 곡을 마친 후 미소 짓는 그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세 번째 곡은 서정적인 맬로디에 그의 맑고 고운 소리가 아침의 새소리처럼 청량하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자연스러운 물 흐르듯 연주되는 그의 노래는 사람들을 노랫속으로 잠기게 만든다. 가사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지만 노래로 전해지는 감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잔잔하면서 진한 감성이 깃든 노래다. 힘을 뺀 편안한 노래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마무리도 여운으로 맺어지고 관객들은 더 큰 환호를 보낸다. 박수 소리가 더 커지고 브라보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마지막 곡은 불어로 부르는 노래다. 개최국을 배려한 그의 지혜로운 선곡이다. 불어의 부드러움이 미풍처럼 살랑거리며 귀를 간지럽힌다. 외침도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는 기분 좋음이다. 한 소절 한 소절 진심을 담은 노래가 온전히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아듀를 외치는 그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관객을 울린다. 피날레가 너무나 감동적이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쾌거에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수미의 말처럼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의 팬이 되었다. 아름다운 주일 아침이다.


(커버사진은 연합뉴스에서 퍼왔다)


https://youtu.be/INR9BiMFXFk

연주회 영상

연주곡은 RICHARD WAGNER, GUSTAV MAHLER, ERICH WOLFGANG KORNGOLD, GIUSEPPE VERDI의 4곡이었다.


#감성에세이 #김태한 #엘리자베스콩쿠르우승 #연주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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