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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21. 2023

얼치기 해설사로 다녀온 하늘공원 야유회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 야유회를 다녀와서

빛나는 계절 오월에 기분 좋은 야유회를 다녀왔다. 미리 사전 답사를 다녀온 후 책임을 분담하고 각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동대문아버지합창단 야유회를 가졌다. 처음 계획은 서울 함공원을 둘러보고 하늘공원을 다녀오는 것이었지만 시간과 단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해서 하늘공원만 가는 것으로 수정했다. 토요일 야유회 당일은 때마침 날씨가 무덥지 않고 구름도 적당히 끼고 바람도 불어 공원 오르기에 최고로 좋은 날이었다.


내가 맡았던 과일 간식은 아내와 함께 과일을 개별포장해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들고 가야 했기에 차를 타고 갈 필요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부지휘자가 차를 몰고 와 김밥을 준비한 부총무와 함께 차로 월드컵 공원으로 향했다.


길이 막히지 않아 이른 시간에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 들어섰지만 그곳은 마라톤 경기가 진행 중으로 조금 어수선했다. 행사여파로 목적지 주차장이 출입이 통제되어 근처 다른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했다. 불편하기는 했지만 건강한 건각들이 시원한 마라톤 복장으로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이 푸른 주변 풍광에 녹아들어 너무도 상큼하게 보였다. 마치 젊음의 찬가가 울려 퍼지는 듯 보는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각자 준비해서 가져온 김밥과 과일과 간식을 개인별 시장 가방에 나누어 담아 모임장소로 갔다. 그곳에서 물과 음료수를 추가로 넣어 개인별로 배부했다. 사전에 지혜를 모아 꼼꼼하게 준비를 해서 계획대로 진행이 되어 마음이 가벼웠다. 대부분 단원들이 왔지만 일부가 마라톤 행사로 인해 장소를 찾지 못해 조금 늦게 합류를 했다.


마라톤을 하는 행렬을 보면서 우리는 291 계단을 올라 하늘공원에 올랐다. 지그재그로 놓인 데크 길은 그다지 힘든 길은 아니었다. 다양한 나무를 식재해서 오르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제일 아쉬웠던 점은 뜰보리수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있는데 아직 익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열매가 크기는 다 큰 것 같은데 여전히 푸른색이었다. 며칠만 지나면 루비처럼 붉은빛으로 영롱할 텐데 시기가 맞지 않은 점이 안타까웠다.


계단길을 오르며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가로수들이 무성하게 자리 잡은 너른 공원에 푸른 숲이 넘실대고 작은 호수도 깃들여 있어서 몸과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주는 매력에 힘든 것을 잊고 정상에 올랐다. 단원들의 표정도 아주 밝아 보였다. 합창단 총무로서 야유회 진행을 해야 했기에 단원들을 모아놓고 미리 준비한 난지도 공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예전에 난지도가 아름다운 섬으로 신혼 여행지였다는 것과 1978년부터 쓰레기 매립으로 15년 동안 쓰레기가 쌓여 기자의 피라미드의 30배 분량의 산이 형성되었으며 2002년부터 생태 숲 조성으로 지금의 공원으로 탄생했다는 공원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어디든 그곳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방문하게 되면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공부가 되었는데 단원들도 흥미를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지휘자는 맹꽁이 전동차를 타고 올라와 합류를 했다. 유채꽃이 핀 휴게소에 모여 늦게 오는 일행을 기다리게 되었다. 단원들은 출출했는지 자연스럽게 이른 점심을 먹는 시간이 되었다. 삼삼 오오 나누어 앉아 준비해 온 김밥과 간식들을 먹으며 노란 유채꽃밭을 시작으로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즐기며 사진을 찍었다. 배를 채운 후 자연스럽게 즉석 합창을 하게 되었다. 그간 연습해 온 광화문 연가를 시작으로 바람의 노래를 불렀다. 야외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는 한편으로 신선했고 즐거움이었고 기쁨이었다. 뿌듯하고 한층 밝아진 마음으로 산책길에 나섰다. 확 트인 푸른 초지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억새가 무성한 숲 사잇길로 걷는 발걸음이 아주 가벼웠다.


걷는 중간에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숲에 대한 해설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녹화의 역사에 대하여 그리고 삼림이 주는 유익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게도 영토 대비 삼림 비율이 세계 4위라는 것과 최단시간에 녹화에 성공한 기적적인 내용도 나누었다. 아울러 녹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현신규박사의 업적도 함께 나누었다. 그가 개발한 리기다 테다 소나무와 은수원 사시(현사시) 나무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한 지식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이룩한 놀라운 업적들을 잊지 않고 자부심으로 누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경향이 많다.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불평과 불만을 가득 안고 살아간다. 참으로 지혜가 없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간간이 나무와 꽃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 들려주었다. 산딸나무가 리본을 머리에 가득 얹은 듯 눈부시게 꽃이 피었고 주위에 온통 만첩 빈도리가 만발해서 이름과 특징을 들려주었더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고 흥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 설명하는 데 힘이 났다. 더 나아가 주위에 피어있는 애기똥풀과 지칭개와 붉은 토끼풀과 금계국의 이름도 알려 주었더니 단원들은 나를 만물박사로 치켜주었다. 평소에 식물에 가지고 있던 관심과 애정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만첩빈도리와 찔레꽃이 핀 길

가장 하이라이트는 장기자랑으로 단원들이 노래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단원들 모두 하나같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인 것을 입증하듯이 솜사탕같이 달콤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팝송과 가장 연장자가 우렁찬 음성으로 뽑아내는 가곡은 감동이었다. 부지휘자의 미성으로 들려주는 청산에 살리라는 깊은 감성을 울려주었고 흥이 넘치는 단원은 구수한 트로트를 아주 간드러지게 불렀다. 코믹한 춤과 더불어 끼를 넘치게 발산하는 단원도 있어서 흥이 넘쳐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웃고 즐겼다. 단장님이 준비한 깜짝 선물을 시상하며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빙 둘러서서 서로 손을 잡고  '사랑으로' 노래를 함께 부르며 행사를 마쳤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시원하게 트인 푸른 공원에서 여유로운 산책과 더불어 흥겨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다 같이 큰 기쁨이 되었고 합창단이 서로 좀 더 끈끈하게 이어져 연합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섬김과 적극적인 참여가 좋은 시간을 빚어낸 이유다. 이런 좋은 분들과 함께 노래로 우리가 즐겁고 노래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합창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취미를 가지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거기에 좋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감정의 교류는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감사가 저절로 솟아나며 얼굴에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기분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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