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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28. 2023

나보다 이쁜 꽃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벚꽃 예찬

봄이 한창이다. 올해는 유독 꽃이 빨리  핀다. 매화와 산수유만이 드문드문 얼굴을 비치더니 그야말로 소나기 퍼붓듯 한꺼번에 개나리와  목련과 살구꽃, 벚꽃이 피었다. 양지에 자라는 라일락도 이미 꽃망울이 부풀어 꽃송이가 벌어지고 조팝나무까지 피어났다. 사월이 오기 전에 대부분 꽃들이 다 개화한 것 같다. 점점 꽃피는 순서가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매화 산수유
살구꽃 목련

꽃 중에도 봄을 달구는 꽃을 들자면 단연 벚꽃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꽃들이 형형색색  화려하게 피어나  온통 꽃으로 물들이는 시절,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벚꽃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벚꽃이 필 무렵  개화 소식이  방송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면 꽃놀이를 고 싶은 마음에 궁둥이가 들썩거린다. 봄철에 벚꽃놀이 한 번 하지 않고 봄을 지나치기가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이 벚꽃을 그토록 애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는 호불호가 없는 무난한 색깔이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백의민족으로 불릴 만큼 흰색을 친숙하고 편하게 여겨 흰옷을 즐겨 입었던 우리 민족의 정서가  우리 뇌리에 남아있지는 않았을까? 더구나 순백의 순수한 꽃빛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해 주는 힘을 가졌다. 누군들 만개한 벚꽃 나무 아래서 추하고 나쁜 생각을 품을 수 있을까?  흐드러진 벚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저절로 동심에 젖어들게 만든다. 꽃길을 걸으며 미소는 끊이지 않고 저마다 근사한 사진을 남기려 더 아름다워진다.

또 하나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도심 거리 곳곳에, 아파트 단지에, 강변 산책 심어 벚나무가 없는 곳 찾기가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다. 처음에 무관심했던 것들도 자주 보게 되면 친밀해지고 낯이 익게 되면 호감을 갖게 된다. 누구해마다 펼쳐지는 벚꽃의 향연에 무감각해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꽃나무 자체가 지닌 매력도 있다. 벚꽃 한 송이도 예쁜데 그 고운 꽃들이 셀 수 없이 한꺼번에 피어나서 놀라운 장관을 빚는다. 더구나 작은 관목도 아닌 아름드리 큰 교목이 온통 꽃으로 뒤덮여 아예 하늘을 꽃밭으로 수를 놓는 형국이다. 거기에 벚나무는 대부분 줄지어 심기 때문에 거리 전체가 꽃 천지가 된다. 무채색의 생기  하나 느낄 수 없었던 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생기발랄한 꽃들이 펼치는 꽃의 향연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닌다. 이런 풍경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지를 넘어서는 황홀경이라 할 수 있다. 그 매혹의 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이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 꽃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흰 꽃이 아니다. 다섯 장의 흰 꽃잎이 방사형으로 붙어있고 노란 꽃밥이 달린 암술과 수술 아래 씨방 부분은 노랗다. 꽃받침은 초록색이고 꽃자루는 붉은빛을 머금은 연한  빛이다. 꽃망울이 벙글기 전에는 전체적으로 붉은 빛을 띤다. 꽃 종류에 따라 전체적으로 분홍빛이 나는 벚꽃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멀리서 보면 온통 순백색으로 넘쳐난다. 일부가 다른 색을 지니고 있어도 대부분이 흰색이라 전체적으로 희게 보이는 것이다. 


가지가 늘어진 수양벚꽃은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우아하게 훌러 내린 가지에 꽃송이가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인다. 가지마다 여백을 품어 더 풍취가 남다르다.

수양벚꽃

벚꽃의 아름다운 점은 피기 전의 모습과 꽃이 질 때가 똑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같다고 하는 것은 모양이 아닌 꽃빛을 말한다.  낙화하는 모습이 추해 보이는 목련과 달리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며 만개한 모습 그대로 바람 따라  날리며 꽃잎을 떨군다.  바닥에 떨어져 쌓여도 그 자취는 변함이 없다. 안과 밖이 일치한 사람을 흔히 군자라고 일컫는다. 그런 면에서 모든 순간에 아름다움을 한결같이 보여주는 벚꽃도 군자라 칭하고 싶다. 만발한 모습이 절정의 순간이지만 꽃비로 쏟아지는 낙화의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꽂이 지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니 매혹 당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벚꽃의 낙화

올해는 벚꽃이 유난히 일찍 피고 예년에 비해 꽃도 탐스럽다. 조금만 마음을 쓰면 어디에서나 만발한 벚꽃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발품만 팔면 진수성찬이 놓이는데 그걸 마다하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행복은 강도 보다 빈도라고 하니 길지 않은 개화의 순간을 실컷  그리고 자주 즐겨야겠다. 한국식 휘게가 눈앞에 있다.

가자 꽃구경하러! 꽃으로 물든 봄밤이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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