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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26. 2023

오월에는 장미가 으뜸이죠

아침 출근길에 만난 장미의 뜨락

오월이 저물어 간다.

가장 좋은 시절이 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달에 자연을 벗 삼는 좋은 시간을 자주 가졌다는 점이다. 멀리 소양강 둘레길을 걸었고 홍천에 있는 공작산 등산도 다녀왔다. 집 근처에 있는 의릉과 한예종 캠퍼스와 아파트 산책을 자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배봉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고 중랑천 장미 축제에도  다녀왔다. 자연 속에서 풍성한 시간을 누린 셈이다.


최근 5월 22일부터 숲해설사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장소는 뚝섬 서울숲 근처에 위치한 곳이었다. 첫날은 장소를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이라 전철을 이용했지만 이후로 따릉이를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다음 날은 따릉이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꽃이 가득한 중랑천을 달리는 기분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길 양쪽으로 장미가 만발한 화려한 경치는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멈춰 서서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어서 눈으로만 누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장미꽃을 마음껏 감상하고 싶어서 오늘 아침은 서둘러 출발을 했다. 아주 쾌청하지는 않았지만 화창한 날씨였다. 야외를 다니며 선크림을 바르는 일을 자꾸 잊곤 했는데 오늘은 미리 마음을 먹고 얼굴을 비롯한 볕에 드러난 부분을 꼼꼼하게 발랐다. 햇살이 따가웠지만 일광욕을 하는 마음으로 햇빛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리자 신선한 아침 기온이 아주 상큼하게 마음과 몸을 깨운다. 내리막길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바람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처럼 시원했고 새털처럼 가볍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시야에 들어온 중랑천변에는 오월이 넘쳐났다. 푸른 강물이 잔잔하게 호수처럼 펼쳐져 있고 물가에는 무성한 풀잎들이 자라나 진한 녹음을 이뤄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천변길가에 줄지어선 느릅나무에도 푸르름이 가득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경쾌하다. 나도 그 대열 속에 들어가 기분 좋은 속도를 즐긴다.

오월을 빛내는 꽃은 단연 장미를 꼽을 수 있다. 동부간선 도로변에는 덩굴장미가 띠를 두르듯 길게 늘어져 꽃이 만발하여 고급스럽다. 자전거 도로 길 옆에도 셀 수 없는 장미꽃이 피어 꽃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형형색색의 장미가 저마다 미모를 자랑하며 길가를 수놓고 있는 길이 햇살아래 눈부시다. 다양한 컬러와 여러 가지 모양의 장미가 군락을 이루며 피었는데 압권은 역시 붉은 장미가 아닐 수 없다. 진녹색의 잎들에 둘러싸여 핏빛 같은 붉은빛을 뿜어내는 장미가 선명한 보색으로 빼어난 정경을 선보인다. 붉은 장미가 정열적인 사랑의 기운을 매혹이라는 단어로 마음에 아로새긴다. 거기에 더하여 강렬하게 마음을 흔드는 고혹적인 향기가 코를 매료시킨다. 좋은 냄새도 많지만 장미 향기처럼 우아하면서 자극적인 향기도 없는 것 같다. 붉은 장미와 정열적인 사랑은 태생부터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미 빛깔은 노랑 장미다. 약간 거만한 듯하면서 순수함을 지녔고 평범을 뛰어넘는 귀족적인 풍모를 풍긴다.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도도함 갖추고 있어서 다소 조심스럽다. 구김이 전혀 없는 밝고 발랄한 청춘의 모습이다. 노랑장미꽃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한 빛을 발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다.


모양이 작은 장미꽃들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것처럼 앙증맞다. 반면에 커다란 장미꽃송이들은 성숙한 여인의 풍모가 풍긴다. 풍성한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듯 자유스러운 자태가 군락을 이룬 풍경도 또 다른 볼거리다. 꽃송이 하나의 세밀함은 떨어져도 풍부한 꽃잎이 여인들의 풍성한 드레스 자락처럼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장미꽃들의 다양한 색조와 모양이 다채로워 흥미를 유발하고 보는 즐거움도 선사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과하다는 소회도 함께 든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꽃의 색상이나 모양을 상상한 대로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침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뛰어난 기술이 오히려 순수성을 앗아가 작위적인 느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실컷 누리며 호사가 넘쳐 배가 부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것 같다.


꽃밭에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넋을 놓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다.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마음을 뺏긴 뱃사람들의 심정이다. 여유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꽃놀이에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페달을 밟는 발이 아주 바빠진다. 빠르게 달리는 길가에 장미가 여전히 고운 미소를 건넨다. 오월이 저물어 가는 때 아침에 만난 장미로 큰 기쁨을 선사받았다. 행복한 오월이 아닐 수 없다.


#사진에세이 #장미 #오월 #아침 #출근길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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