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마음에만 머물러 있던 계획 하나를 실행하게 되었다. 은퇴하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궁리를 이것저것 해보았다. 주위 사람들이 내가 은퇴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해진 것처럼 똑같은 질문이 '앞으로 뭐 할 거야?'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 어떤 일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을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간간이 마음에 떠오르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중 하나가 숲해설가였다. 원래 자연을 좋아하고 말하기를 즐겨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교육과정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었다. 매주 3일을 하루 종일 교육을 받아야 하고 무려 3개월의 긴 과정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머리가 좀 아파졌다. 너무 많은 수업 시간과 긴 기간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서는 조금 망설여졌다.
그래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교육과정을 밟기로 마음을 정했다. 교육을 받는 것도 간단치 않았다. 지원서를 써야 했고 서류로 통과되어야 등록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들어 잠시 미적댔다가 막바지에 신청서를 보냈고 이틀 후에 협회에서 등록하라는 전화가 왔다.
그렇게 해서 5월 22일부터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 장소는 서울숲 근처에 있었고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집에서 전철로 이동하였는데 최단거리로 가기 위해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다행히 헤매지 않고 장소를 잘 찾았다. 3층에 있는 교육장에 들어섰을 때 이미 몇 사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교과서 두 권과 텀블러 하나가 담긴 에코백을 받았다. 3개월 교육 과정 도서로는 너무 적은 분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텀블러는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일 회용 종이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생각보다 교육생은 많지 않은 열댓 명이 전부였다. 오리엔테이션으로 협회 소개가 있었고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 몇 분의 축사가 있었다. 고문으로 계신 분의 축사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정성 들여 쓴 티가 났고 협회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고 교육생들을 향한 진심 어린 환영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이 유려하고 세련된 문장도 마음에 쏙 들었다.
이어서 실무자의 교육과정 안내가 있었는데 숲해설사가 국가 공인 자격증 과정이어서 교육 기간 중 출석이 아주 특별한 사유 이외에는 예외가 없다고 하였다. 무려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하고 빠짐없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몇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교육과정과 겹쳐서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당장 다음 달 초에 있는 글사랑 책사랑 모임에 참여가 불가하게 되었다.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며 끝난 후 시조창작 모임에도 참여하여야 하는 데 둘 다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교육은 이미 정해진 것 무를 수도 없으니 안타깝지만 다른 일정을 포기해야만 했다. 숲해설사의 역사도 10년이나 되었고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도 이미 만여 명을 훌쩍 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있는데 이제야 자격증을 따서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는 것과 실제 필드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금계국
무엇보다 나 자신이 평소에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많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에는 나름 자신을 가지고 있기에 숲해설도 어느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교육생들이 서로 인사하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웹툰 작가가 있었고 퇴직한 선생님, 건설업에 종사하다 퇴직하신 분, 대학교 행정업무를 하다 퇴직하신 분, 부친의 권유로 시작한 젊은이, 그리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시간이 생겨 참여한 아기 엄마들이었다. 함께 교육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하니 한 분 한 분에게 친근한 마음이 들었고 잘 알고 지내고 싶은 호기심도 생겼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3개월을 집중하여 열심히 배우는 학생이 돼 보려고 한다. 이제는 평생교육이 트렌드다. 배움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또다시 시작되는 배움의 길, 호기심과 기대하는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해 보자는 마음의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