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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발걸음

빗길을 걸으며

by 정석진

줄기차게 내린 비로

길거리가 개운하다


까만 아스팔트에 박힌

작은 돌멩이들이

때를 벗어

감추인 얼굴을 드러내고


맑은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마다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다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꾀죄죄했던 가로수들도

목욕탕을 갓 나온 듯

기분 좋은 모습이고


더위에 지쳐 기운이 없던

길가의 꽃들도

생기발랄하다


세상은 깨끗해지고

자연은 생기를 머금었는데

사람들은 하나같이

흐린 하늘 같은 표정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 #장마 #자연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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