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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 가는 길

아름다운 숲길을 걷다

by 정석진

우리나라에서 걷기에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곳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전남 곡성에 있는 태안사 가는 길이다. 태안사는 통일신라 경덕왕 원년(742)에 이름 모를 스님 세 분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오랜 고찰이다. 산문에 들어서면 연륜 깊은 숲이 풍기는 고적함과 신선함을 누리며 걸을 수 있는 고운 길이 그곳에 있다.

사찰을 찾아가는 길은 그림같이 수려한 보성강 드라이브길을 한참 달리다 보면 누렇게 익어가는 논을 구경할 수 있는 시골길을 지난다. 지나는 길도 흐뭇하고 정겹다.


숲길은 입구에서 1.8킬로 거리로 울창한 숲으로 이어져 있고 길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기운차게 흐른다. 처가가 근처여서 여러 번 걸었다. 그 길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숲 속으로 난 길이다. 그래서 이번 가을 여행에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걷게 된 것이다.

여행은 1박 2일로 첫날은 경남 함양에 있는 함양상림을 찾아가 맨발 걷기를 하고 흑돼지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한 부부는 함양의 숙소에 다른 부부는 전북 임실군 오수가 고향집이어서 그곳으로 갔다. 우리 부부는 처가가 있는 곡성군 석곡면으로 향했다. 각자가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태안사에서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제일 가까운 곳에서 묵었던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할 줄 알았는데, 부지런한 분들이 먼저 도착해서 걸어야 할 길을 차로 올라가 버렸다. 그래서 다시 차를 돌려 내려오라는 연락을 해야 했다. 과거에는 절 입구에서 차량 관리를 하였기에 제한된 일부 차량만이 통행을 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아마도 사찰관람료가 폐지가 되어 관리할 이유가 없어진 까닭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누구나 차로 갈 수 있는 길이 되다 보니 그전에 느꼈던 호젓한 길이 주는 고요함이 어쩐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숲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원하기만 하면 모두 차로 다닐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걷는 길이라는 특별한 감성을 상실하게 했다. 그래서 큰길 옆으로 계곡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작은 데크길을 일부러 걸어 올랐다. 내려오는 쪽도 산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처음에는 길이 비교적 넓어 차분하게 숲 속으로 입장을 했다. 나무들이 빼곡히 자라 숲이 울창해서 신선함이 가득했다. 더구나 숲 속을 아침에 걷다 보니 즐거운 기분이 배가되었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물소리가 울려 퍼지는 계곡에는 한여름 분위기가 났다. 가파른 물길을 지난 잔잔한 웅덩이에는 하늘과 나무들이 제 얼굴을 비추고 있다. 하늘을 담은 물빛은 색감이 진하다. 나도 티 없이 순수하고 맑은 물에 얼굴을 씻고 싶어 진다. 마음도 깨끗하게 정화될 것 같다. 숲이 주는 청량함을 마음껏 누리는 시간이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숲은 따스하고 푸근하다. 원래 가을은 이별의 쓸쓸함을 지녔지만 지금의 숲은 아직은 만남의 기쁨이 더 담겨있다. 물소리 때문인지 새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새소리는 그 숲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환경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시간여를 느긋하게 걸어올라 절 입구에 들어섰다. 다리에 전각이 지어져 붉게 물든 나뭇잎들 아래로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계류를 볼 수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머물러 뻐근한 다리를 쉬었다.

사찰은 작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송광사 선암사 같은 절을 말사로 둔 대단히 규모가 큰 절이었다고 한다. 유난히 붉게 물든 단풍 한 그루와 전각이 잘 어우러졌다.


일행들은 숲길을 아주 즐기며 걸었다. 숲 속에 안겨 편안함도 누렸다. 동행들의 표정들이 한결같이 밝고 깨끗하다. 숲의 기운을 받아 몸과 마음이 정화된 듯하다.

태안사 숲길은 사람들이 통행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걷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차량통행은 최소한도로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본연의 숲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의 손이 덜 탈 수록 자신이 갖는 독특한 빛깔을 제대로 낼 수 있다. 인위가 넘쳐나는 삶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감동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숲길을 잘 보전하여 후대에게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태안사 숲길이 찾는 이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주는 고운 길로 계속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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