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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31. 2023

군주론-마키아벨리

독서일기

금번 독서를 통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단박에 뛰어넘는 놀라움을 경험했다. 그만큼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직설적이고 강력해서 심지어 뻔뻔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렇듯 적나라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그의 논조는 거침이 없이 과감하고 지독하리만큼 냉철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명제를 너무도 당당하게 피력해 내는 용기도 놀랍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견지해야 할 도덕과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반하는 주장과 사상들인데도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시대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고 지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반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난세에 필요한 지도자는 그가 주장하는 성품을 지닌 군주라 할 수 있다. 오로지 전쟁에 대한 과업이 그의 직무가 되고 필요한 군사력을 기르는 일에 우선하고 본인은 검약하며 과단성이 있고 필요시에는 악역을 자처하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하지만 안정된 치세하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맹자와 공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 두려움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사람들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마냥 좋기만 한 사람은 면전에서는 찬사를 받지만 뒤에서는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더구나 지도자가 선하고 관대한 면만을 보여준다면 존경과 권위를 얻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좋은 게 좋다는 두리뭉실한 사고가 아닌 본질을 냉철하게 살펴보고 이에 맞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도 필요하다. 비록 이 책이 군주가 가져야 할 품성과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인이 살아가면서 새겨 들어야 할 쓴소리들도 많이 담고 있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글들을 간추려 보얐다.


"부득불 백성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그들의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


새 질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고 위험하며 힘든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개혁자는 구 질서 하에서 이익을 누리던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새 질서 하에서 이익을 누릴 자들은 단지 미온적인 지지만을 보내기 때문이다.


잔학한 조치는 반드시 일거에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 피부로 느끼는 고통도 줄어들고, 반감과 분노도 덜해진다. 반대로 은혜는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맛을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매달려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소홀히 하는 자는 자신의 보존보다 파멸을 훨씬 빠르게 배우게 된다.


사람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하게 마련이다.


사람은 유산 상실보다 부친의 죽음을 더 빨리 잊는다.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물리치려면 사자가 돼야 한다. 주의할 것은 간계를 잘 윤색해서 감춰야 하고. 능숙한 기만자이자 위선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통상 손으로 만져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모든 선택은 위험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나의 위험을 피하고자 하면 으레 또 다른 위험을 마주하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군주의 사려분별은 여러 위험의 본질을 파악하여 가장 해가 적은 것을 선택하는 안목을 말한다.


사람은 과거보다 현재의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현재의 상황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여겨지면 이내 만족해하며 굳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다.


시변의 흐름을 좇아 용변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패망한다.


통상적인 경우 신중한 접근보다는 과감한 접근이 낫다. 운명의 여신은 여성이다. 그녀를 손에 넣고자 하면 때려서라도 거칠게 잡아둘 필요가 있다.


촌철의 지혜가 담긴 문장들을 보며 전율이 인다. 그가 공직에 근무하며 보고 느낀 경험과 고전 독서를 통해 배운 지식들이 융합하여 얻은 깨달음이다. 그는 분열된 이탈리아가 통일이 되기를 염원했고 그에 필요한 지도자의 출현을 바랐다. 그의 시대에서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지만 후대에서는 과학적인 접근으로 여러 방면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출신 배경과 배움은 평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통한 탐구열과 현장에서 체득한 지혜들이 역작을 탄생시켰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고난은 인내를 만들고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는 성경의 내용이 있다. 그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관직을 떠났고 무고하게 옥살이를 경험해서 경제적으로도 곤궁한 가운데 이러한 역작을 썼다. 단테의 신곡도 같은 상황에서 탄생했다. 동양에서도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사기라는 위대한 저술을 남겼다. 긴 인생의 시야에서 보면 어려움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당사자들에게는 불행이지만 후세들에게는 큰 자산이 되어 유익을 끼치게 되니 운명이라는 것은 참으로 얄궂다.


이 책을 통해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함을 배운다. 많은 심리도서들을 접했지만 마키아벨리의 인간 심성에 깔린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은 정말 놀랍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적대는 생각보다 과감하고 과단성 있는 행동을 강조하는 논조는 마음에 새겨둘 만하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가 일러준 대로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같이 순결하게 사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에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다.

가막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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