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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Nov 22. 2023

(독서일기) 어메이징 브루클린-제임스 맥브라이드

 소설을 읽다. -암울한 흑인 빈민가에 반짝이는 희망-

독서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열심을 품으니 책을 읽는 속도가 달라진다. 두꺼운 소설도 하루 만에 완독을 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언제 다 읽으려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책을 펼치고 나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제목을 보고 도회의 삶에 대한 일상적인 기쁨을 주제로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내용 전개는 전혀 달랐다.


책의 내용은 브루클린의 흑인 빈민촌에서 빚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은 읽을수록 흥미로웠다. 플롯이 상당히 단단하고 인물들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하나둘씩 사람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마냥 꿈에 그리는 나라가 아닌 냉정한 현실의 미국의 내면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읽는 내내 충격으로 다가왔던 점은 유색인종들이 겪는 뿌리 깊은 차별이다. 지나간 역사로만 알고 있었지만 지금도 차별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피상적으로 인식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실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흑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 자유여신상이 바라다 보이는 빈민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도 마약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를 바가 없다. 그간 마약 청정국이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사회 전반에 마약이 깊이 퍼져있고 그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약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책에서도 마약이 얼마나 사람들을 파괴하고 세상을 망가뜨리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그런데 이 책은 공권력을 통해 불법적인 마약 유통을 근절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암울한 상황을 보여준다. 공공연히 마약이 유통되고 이들 조직은 너무도 뿌리가 깊어 손을 댈 수 가없다. 기가 막힌 것은 빈민가에서 마약은 더 활개를 친다. 삶이 고통스럽고 낙이 없으니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마약이 손쉽게 돈을 버는 일이 되어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전도 유망한 삶을 버리고 이 유혹에 빠져들어 범죄자로 전락하고 쉽게 생을 마감한다.


놀랍게도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간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밑바닥 삶이 그려지고 있는 데, 흥미롭게도 이들의 삶에 근간을 이루는 것은 교회다. 교회를 배경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이웃이 되고 신앙의 힘으로 따스함을 나눈다. 물론 교회 내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스포츠 코트는 술주정뱅이다. 알코올 중독자로 아예 술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교회 집사로 못하는 일이 없다. 특히 그는 식물을 기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그는 야구에도 일가견이 있다.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유망주도 길러낸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가며 현실에 물이 들고 사회 악에 깊이 빠져든다. 그런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그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구한다. 그의 삶은 비루하고 한심해 보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아무리 둘러봐도 암울하다. 술주정뱅이, 마약중독자,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이곳에도 희망이 존재한다.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그들의 소망이다. 목사 부인인 지자매가 그렇고 스포츠 코트가 그렇다. 또 다른 주인공 엘레판테도 냉혹한 조직폭력배로 살아가지만 내면에는 사랑이 있다. 절망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지고 사람들을 살려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소망이 있다.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 비치기도 한다. 맨해튼의 깜박이는 불빛처럼. 희망은 잠자는 이들의 콧잔등을 후려쳐서 다시 벌떡 일어서게 해서 또다시 삶의 현장으로 향하게 한다."


소설의 결말은 아름답게 마무리가 된다. 교회에 숨겨진 보물이야기도 흥미롭다. 가장 극적인 것은 스포츠 코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야구 유망주 딤즈가 범죄에서 손을 씻고 선수로 대성하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탐정 소설처럼 하나씩 풀리는 재미도 크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아름다운 소설을 이 연말에 읽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독서일기 #소설 #어메이징브루클린 #제임스맥브라이드 #빈민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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