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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07. 2023

(독서일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고

우리 속에 내재된 악에 대한 고찰

독서 모임을 통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을 지금까지 장편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이 책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소설선집으로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중 첫 작품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다.


그의 작품들이 갖는 특징 중 하나는 인간 내면의 세심한 심리묘사에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특출 난 작품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동일한 인물이다. 지킬은 약물을 통해 본인 안에 내재된 순수한 악의 전형인 하이드를 창조한다. 새롭게 창조된 하이드는 지킬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도덕심이라고는 전혀 없다. 오직 본능에 충실하고 충동대로 행동한다. 악을 행하는 데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전혀 없다. 종국에는 사람을 잔인하게 해치는 일을 서슴없이 행하고 만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은 감추기 힘들고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하이드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를 보게 되면 모두 섬뜩하고 기분이 나빠진다. 내재된 악은 악취처럼 풍겨난다. 사람들이 늙으면서 지니게 되는 외모는 그 사람의 편력이다. 선하고 바른 삶을 살아온 이의 표정에는 따스함과 평안이 묻어나지만 악행을 저지르는 악한들에게는 차가움과 어둠이 묻어날 뿐이다. 평소 삶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다.


지킬은 하이드의 살인 행각을 알고서 그 사실을 영원히 묻으려 한다. 하지만 분출된 악의 본능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초기에는 약물을 복용했을 때만 하이드가 나타났는데 이제는 원하지 않는데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시로 하이드로 변모해 버린다.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른 하이드를 다시는 불러내고 싶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약효가 점점 약해지고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의 가까운 친구인 변호사 어터슨과 지인들은 지킬이 하이드였음을 알게 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는 하이드로 남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우리 안에는 분명 악과 선이 공존한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상황과 여건에 따라 남을 미워하고 시기와 질투를 하고 때때로 증오의 마음까지도 품는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악한 마음을 생각으로만 머물지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는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들은 그렇지 않다. 마음에 먹은 대로 악행을 저지른다. 그런 면에서 하이드의 전형이 우리 삶 가운데에도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악을 따로 분리해 낸다면 어떤 결과를 빚을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능에 따라 구속받지 않고 충동대로 행동하여 거칠 것 하나 없는 자유로운 삶일 것 같지만 그칠 줄 모르는 악의 충동이 또 하나의 구속이다. 그런 삶에는 다른 이들과 유대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사랑과 행복이 깃들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악의 욕구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악과 선이 공존한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사느냐에 따라 삶은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디언들의 전해지는 우화처럼 우리 마음속에 사는 검은 개와 흰 개는 누구에게 먹이를 주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달라진다고 한다. 악한 본능에 이끌리다 보면 결국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악의 충동은 다스려 잠재우고 선한 마음에 자양분을 공급하여 선이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삶이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이 책은 분명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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