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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10. 2023

글쓰기를 저지르다

글이 안 써질 때 일단 저질러 보기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니 글 쓰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권태기가 왔는지 다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챌린지를 통해 글쓰기를 지속해서 노력한 결과로 무엇이든 자신 있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했었다. 실제로 글을 쓸 계기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뚝딱 쉽게 썼고 글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최근에 글을 써야 할 일들이 몇 가지가 생겼다. 그런데 곧바로 쓸 수가 없었다. 술술 쓰던 문장들이 예전처럼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올해 숲해설가 과정을 밟으며 반장이라는 감투를 썼었다. 그 교육기관에서는 전 기수 회장이 다음 기수 수료식에 참석해서 축사를 해주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축사를 준비해야 했는데 두 줄 정도를 쓰고 나니 다음 문장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전에 없던 상황이다. 첫 문장을 쓰고 나면 물 흐르듯 써내려 갔는데 그럴 수 없었다.


노트북을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마음만 무거워져 오늘은 작정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 자리에서 진득하게 앉아 쓰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래서 곧바로 이 자리에서 바로 써보기로 했다.


축사


안녕하세요 숲생태지도자협회 28기 회장 정석진입니다.


29기 여러분의 숲해설가 수료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숲해설 교육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숲생태지도자협회 관계자분들과 전문적인 지식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여러분들의 결코 쉽지 않은 3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오늘은 매우 뜻깊은 날입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이 빚어낸 결실이 바로 오늘입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받은 교육은 자연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하며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 스스로만 알고 깨닫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책임도 함께 부여된 일입니다. 지식에는 책임이 함께 따릅니다. 머리로 그치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도 다양한 커리큘럼과 전문가 스승님들의 깊이 있는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숲해설가라는 것이 단지 식물 이름을 아는 것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드넓은 배움의 바다라는 사실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풀뿐 아니라 조류, 포유류, 곤충의 세계를 돌아보게 된 것도 새로운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오묘한 자연에 경이를 느낍니다.


오늘의 수료식은 마침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는 숲해설의 길에 대한 안내를 받은 것이고 앞으로 탐구와 실습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저 역시 선배들의 가르침을 지속해서 받고자 노력하고 있고 독서를 통해 폭넓은 지식을 배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이 더해질 때 감동이 따르고 배움을 줄 수 있는 숲해설가로 바로 설 수 있습니다.


홀로 그 길을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연이란 오묘하고 신비롭습니다. 29기로 함께 교육받은 여러분들도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것입니다. 그 소중한 인연을 통해 함께 격려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일을 지속해야 합니다. 저희 28기도 정기모임과 목요일 모임을 통해 숲해설에 대한 배움과 관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기수가 연대하면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금 29기 여러분의 성취를 축하드립니다.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모태인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알리는 숲해설가만큼 가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보람되고 멋진 여정에 오르신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그 귀한 대열에 들어서서 당당하게 날개를 활짝 펼치고 비상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이란 시작해야 마칠 수 있다. 몇 번의 퇴고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쓰고 볼 일이다. 누군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일단 저질러 볼 일이다. 그렇게 닥치고 쓰다 보면 마칠 때가 찾아온다. 오늘도 일단 썼다. 쓰고 나니 완성도와는 별개로 일단 마음은 후련하다. 다시 보면서 고치면 나아질 것이다. 부족하면 어떤가? 다음번에 더 나은 글을 쓰면 될 것을....


#에세이 #글쓰기 #축사 #권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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