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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13. 2023

시간은 허망하게 흐른다

시간에 대해 다잡기

은퇴 후의 시간은 이전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나이가 듦에 따라 속도는 더 빨라지는 느낌이다. 시간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문장처럼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때 시간은 특별해진다.


브런치 이웃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는 바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나눈 글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확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도 시간을 할애하여 그에 대한 철저히 준비하는 삶이었다. 시간을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어떻게 옹골차게 쓰는 지를 몸소 보여 준 것이다. 그의 글에는 단단한 자신의 결심뿐 아니라 실행에 있어서도 추호도 물러섬이 없는 시간 사용의 본이 담겨있었다.


그 글을 읽고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여유가 넘쳐나는 나의 시간이 너무도 허망하게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내게는 은퇴 후라는 특수한 여건이 있어서 다를 수 있겠지만 시간을 대하는 그의 자세와 태도는 배우고 따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완전히 손에서 놓은 뒤, 다시 새롭게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취미 활동으로 몇 가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의외로 여유가 별로 없다. 지난달에는 무리할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감기도 걸려 한동안 고생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정이 하나도 없는 날이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은 그냥 허언이 아니다. 내 경우를 보니 실제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감기로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아 계획해 놓은 일정들을 많이 취소해야 했다. 그런 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아쉽게도 너무도 허망하게 흘러간다.  시간이 남는다는  생각에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덩달아 몸을 움직이는 일도 귀찮아져 운동도 하지 않게 된다.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정이 사그라든다.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해서 한 번 몰입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는 경우도 있었다.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다 보니 절제라는 단어는 저 멀리 사라진 느낌이다.


그러다 이 글을 읽고 정신을 차리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읽어야 할 책도 널려있고 써야 할 것도 많은 데 근근이 해나가는 자신이 실망스러워졌다.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책을 50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음에도 지금 돌아보니 겨우 22권 밖에 읽질 못했다. 그래서 독서에 열심을 내보자는 생각에 리어왕, 오만과 편견, 그리고 영어원서 Christmas Pig를 읽기 시작했다.


행동에 나서니 흥미도 함께 따라온다. 오만과 편견은 상당한 분량의 책이다. 영화를 통해 내용은 잘 알고 있지만 두터운 책으로 만나는 스토리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리어왕도 꽤나 흥미롭다. 시작부터 배신의 아이콘이 등장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영어원서 읽기도 순항 중이다. 원래 오늘부터 읽기 시작이지만 책을 받고 2장까지 읽었고 오늘은 4장까지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등장해도 의미를 유추하며 진도를 나가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그렇게 읽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물론 책 수준도 그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일단, 올해 독서량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 시간을 쓸모 있게 써야겠다. 한 가지 일에 열심을 품다 보면 다른 일에도 열심을 갖게 될 것이다. 글쓰기도 의무적인 분량뿐 아니라 즐기며 쓰는 수준이 되도록 쓰고 또 쓰리라 작정해 본다. 아울러 오늘부터 운동도 밥 먹듯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왠지 오늘은 멋지고 알찬 날이 될 것 같다.


#에세이 #시간 #계획 #다짐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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