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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15. 2023

책임감으로 주체적으로 살기

살면서 책임을 진다는 것

나는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한다. 거기에 오지랖도 넓다. 때로는 호기심도 지나치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연유로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러 가지 책임을 맡았다. 무엇을 하건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좋은 면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지랖으로 인해 원치 않는 상황에 빠져 들기도 쉽다.

은퇴 후에 나는 세 가지 책임을 맡게 되었다. 취미로 참여하고 있는 합창단에서 총무가 되었고 숲해설가 교육 과정 중에 회장도 되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재직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직원들의 합창단이 창단되면서 거기서도 홍보 담당을 맡았다.

나는 남 앞에 나서는 것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사람들은 쉽게 책임을 안긴다. 나도 부담이 없다 보니 거절하지 못해서 자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직무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숲해설가 교육받을 때는 대표가 특별하게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수료 후 동기 모임은 달랐다.  마음에 압박이 느껴졌다. 주체가 되어야 했다.  구심점이 되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했다. 나는 총체적인 일은 잘하는 것 같은 데 각론으로 가면 부실하다. 무엇을 체계적으로 하는 게 어렵다.

합창단 총무 일도 만만치가 않다. 총무도 딱히 할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여건이 어쩔 수 없었다. 부담이 되는 회계 업무를 빼고 맡게 되었다. 분위기를 이끌고 나서서 광고를 하는 일은 쉬웠다. 행사에 따른 글을 쓰는 일도 즐거웠다. 회비 관리는 총무의 직무다. 그 일은 맡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면도 마음의 짐이다. 새로 맡은 합창단의 홍보는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은퇴 후에는 스트레스 없이 살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들만 자유롭게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다 보니 그렇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원하지 않으면 책임을 맡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아무런 부담 없이 사는 것이 꼭 좋다고 볼 수 없다. 책임을 가질 때 의무감이 주어진다. 의무감은 적극적인 자세를 이끌어 낸다. 지속하는 힘도 생긴다. 자원해서 책임을 맡는 일은 봉사다.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내가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음은 기쁜 일이다.

이왕 하는 것, 즐겁게 하자.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꼭 필요한 요건이다. 그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책임들을 기꺼이 감당해야겠다. 책임을 가진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사는 일이다.


#에세이 #책임감 #스트레스 #여유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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