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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30. 2023

드디어 합창단 정기연주회 날이다!

동대문아버지합창단 제5회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드디어 합창단 정기 공연일이다. 잠을 설쳤지만 한동안 감기로 무기력했던 컨디션은 어느 정도 회복했다. 요즘 주위에 독감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도 한참을 앓더니 지금은 나은 모양새다. 감기가 끝나서 합창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새벽부터 바쁘게 시간을 보냈더니 피곤이 몰려와 잠시 쉬고 일어났다. 일정이 있는 날이지만, 독서 목표에 대한 의무감으로 책을 펼쳤다. 하버드 100년 전통 자산관리라는 책이다. 은행에 근무했기에 내용들이 술술 읽혔다. 자산관리도 기본이 있다. 먼저 절약하고 저축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약의 기본은 지출을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관리는 바로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지출에 대해 제대로 기록을 해보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은 시점이지만 은퇴한 지금이라도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권을 읽었다. 이제 남은 목표는 9권이다.


공연 리허설을 위해 오후 4시까지 공연장에 가야 한다. 독서로 오전이 금방 사라졌다. 여유는 사라지고 바쁘게 준비를 해야 했다. 공연 장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 시립대학교 음악강당이다. 교통편이 마땅치 않고 공연 끝나고 가족들이 편히 귀가할 수 있도록 차를 가지고 갔다. 사전 준비는 공연 복장과 내가 챙겨야 할 공연 소품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공연 시간에 맞춰 오기로 했다. 연주복인 턱시도를 착용하고 그 위에 외투를 걸쳤다. 작년에 비해 날씨가 춥지 않아 다행이다.


시립대 음악당은 학교 정문에서 한참을 들어간다. 도보로 10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다. 관람객들이 찾아오기에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금년은 셔틀버스를 별도로 운행하기로 했다. 매우 잘한 결정이다.


지휘자님을 비롯해 단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빨간 넥타이를 매주기도 하면서 복장을 서로 다듬어 준다. 하나같이 근사한 모습이다. 바로 리허설에 들어갔다. 그간 갈고닦았던 노래를 정식 무대에서 복장을 완전히 갖추고 하게 되어 가벼운 흥분이 다. 32명이 모인 꽉 찬 무대다. 한 곡 한곡을 부를 때마다 지휘자님은 엄지 척이다. 격려가 힘이 된다. 이에 자신감이 더해져 단원들은 노래에 더욱 몰입이 깊어진다.


 2부에는 복장이 바뀐다. 모자를 쓰고 반짝이는 조끼를 입는. 율동이 있는 합창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연습을 많이 했지만 박치인 단원이 있어서 여러 번 반복을 해야 했다. 3부 연습도 물 흐르듯 진행된다.


그렇게 리허설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이삭토스트와 김밥과 음료수다.  오랜만에 맛보는 따뜻한 토스트와 김밥은 충분한 한 끼였다.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공연시간이 임박했다.

300석의 공연장은 우려한 대로 빈자리가 많아 보였다. 대략 200명 정도가 모인 것 같았다. 긴장 가운데 공연장에 들어선다. 지휘자님의 사인에 따라 첫 곡을 부른다. 우리 가곡 '눈'을 힘을 빼고 부드럽게 시작한다. 거칠지 않게 서정적인 가락을 미풍처럼 속삭인다. 연습한 대로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매력을 담는다. 관객들의 호응이 좋다. 이어지는 ' 오 솔레미오'는 부지휘자의 솔로로 청중을 압도하고 이어지는 강한 힘으로 남성합창의 진수를 발한다. 마지막 곡은 '첫사랑'으로 가슴 설레는 깊은 감성을 담았다. 1부 공연이 관객들의 큰 박수와 환호로 마무리가 된다.


막간에 클래식 연주가 이어진다. 비발디의 사계 같은 귀에 익은 곡들이 간간이 들려온다. 콰르텟의 게스트 연주다.


퇴장을 해서 변신을 꾀한다. 턱시도를 벗고 모자와 반짝이는 조끼를 착용하여 분위기를 바꾼다.  2부 연주가 시작되었다. '광화문 연가'로 시작을 해서 '오 샹젤리제'로 분위기를 돋우고 '님과 함께'와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율동과 함께 신나게 불러 젖힌다. 흥이 넘친다. 관객들의 호응도 덩달아 커졌다.  사전에 준비한 노란 목도리를 힘껏 집어던지며 극적인 휘날레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사이 게스트인 소프라노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3부가 막이 올랐다. 3부에는 스크린도 따로 준비되어 눈으로도 함께 즐기는 공연이다. 소품도 많이 등장했다. 연주의 하이라이트인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축제의 노래'에 대한 준비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와인 잔이 등장했고 와인을 부어주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스크린에서는 불꽃놀이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퍼햅스 러브'를 소프라노와 협연으로 감미롭게 들려주면서 3부 공연이 시작되었다. 스크린에서는 아름다운 꽃들과 자연 풍광이 노래와 어우러진다. 이어서 우리 가곡 '영원한 친구'를 부른다. 단원들의 소싯적 사진들이 계속해서 스크린에 등장하며 추억을 불러내고 간간이 웃음이 터진다.  그 위에 얹어지는 친구들을 추억하는 노래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곡인 '축배의 노래'가 연주를 정점으로 이끈다. 왁작 지껄하게 웃으며 시작되는 노래에는 연출이 더해져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와인을 즐기며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공연 막바지에 준비한 폭죽을 빼먹게 되는 아찔한 일이 일어났다.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깜빡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여 마무리에 종이 폭죽을 터뜨릴 수 있었다. 브라보를 함께 외치며 레퍼토리를 마무리 지었다.


관객들의 앙코르에 따라 '고맙소'가 연주가 된다.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관람객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담아 진정으로 부르는 곡이 부르는 이나 듣는 이 모두에게 감동이다.


그렇게 무사히 공연이 끝났다.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만큼 몰입이 되었다는 증거리라. 지휘자의 음악에 대한 진심과 단원들의 열정이 더해진 결실이 꽃을 피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 맡은 책임들을 적극적으로 감당한 단원들의 수고에 감사하다.


공연이 끝나고 단원 가족들이 환한 얼굴로 한아름 꽃을 단원들에게 안기며 축하의 인사를 나눈다. 사랑하는 이들의 축하와 격려가 빛나는 순간이다. 연말이고 평일이어서 우리 가족들만 참석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들이 꽃과 선물을 들고 등장했다. 쉽지 않은 걸음을 해준 귀한 분들이다. 반가움과 감사의 깊은 정이 샘솟는다. 사랑을 듬뿍 받은 나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보람과 기쁨이 가슴에 차고 넘친다. 단원들의 가족들과도 서로 인사를 나눈다. 격려와 감사의 말이 오가며 사진도 함께 찍으며 친교의 시간이 이어진다. 음악으로 우리가 행복하고 음악으로 이웃들이 행복한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취미활동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합창은 뛰어난 노래실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홀로 노래를 즐길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빚어내는 화음은 깊은 감동을 준다.  노래로 하나가 되는 멋진 경험의 시간이다. 함께 부르는 것을 통해 우리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음악의 아름다움을 이웃에게 전할 수 도 있다. 기회를 잡아 음악의 향연에 즐거이 참여해 보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감성으로 충만해진 멋진 날이다. 세상이 사랑스럽다.


#에세이 #합창 #정기연주회 #동대문아버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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