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Jan 19. 2024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양광모 시인의 강연을 다녀와서

양광모 시인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시에 관심이 많았고 시를 쓰고 있어서 강의에 거는 기대가 컸다. 강연을 듣고 난 소감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이 오는 일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강연을 통해 그간 삶의 여정에서 그가 경험하고 느끼고 배웠던 중요한 깨달음을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그가 온몸으로 체득한 삶의 정수를 만나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부끄럽지만 강연 직전에야 나는 양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다. 시인은 평이한 언어로 대중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시를 쓴다. 그의 작품은 따뜻하고 감성이 넘친다. 아울러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긍정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가 서두로 언급한 인생은 아이러니다. 특별한 꿈도 없이 인생을 살아왔는데도 현재 그가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방증이라고 했다. 작년에 절필 선언을 했는 데, 그 해에 자신의 시가 수능에 등장하는 행운이 찾아온다. 대리시험을 검증하기 위해 시 한 편을 택하여 수능생 전부가 필사하게 되는 데, 영광스럽게 양시인의 시 '가장 넓은 길'이 선정된다. 그는 이 시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참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힘과 소망을 샘솟게 하는 감동적인 시다.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그는 경기도 여주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끼니를 잇기 위해 돈을 빌리러 다녔고, 빚쟁이에게 모친이 머리채를 잡히는 수난도 보고 겪었다. 그로 인해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인생관을 갖게 된다. 그저 낭 하나 메고 세상을 떠돌다 생을 마감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꿈이 없었다. 취업도 친구 따라 우연히  KT이동통신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노조 대의원이 되었고, 입사 10개월 만에 노조 전임 정책 국장이 다. 그리고는 31살에 노조 위원장이 되기에 이른다. 그는 그 직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재선에서 떨어지고 회사가 민영화 길을 걸으며 징계를 받고는 아무런 대책 없이 퇴사하게 된다. 이후로는 고난으로 점철된 삶이 이어진다.

 

퇴사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출판사를 차려서 망한다. 그 이후 벤처 열풍에 뛰어들어 전력을 다했지만 역시 실패의 길을 걷는다. 정치에도 뛰어들지만 두 번을 내리 고배를 마시고, 정치는 확고한 신념이 없이는 불가함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설립한 부동산 지주회사도 무위로 끝난다. 참으로 처절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왜 계속해서 실패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두 가지 결론을 얻는다. 그것은  배움과 협력이다. 너무 빠른 시기에 노조위원장이 되어 평생 배워야 함을 잊었다. 자신의 번뜩이는 기지로 일을 추진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줄을 몰랐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인연이 중요한 데도 나만 잘난 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 잘할 수 있나를 고민하며 수많은 책을 읽고 30여 권의 자기 계발서를 집필한다. 그런 후에 자기 계발 강연자로 서게 된다. 사람을 일으키고 새로운 길을 여는 독서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2010년에 그는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를 맞는다. 친구를 통해 "사람들이 잘 살려고 하는 데, 정작 잘못 살고 있다.'는 말이 그를 깨운다. 그는 잘 살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지를 정기적으로 자문하기로 다짐한다.

그가 내린 잘 사는 것의 정의는  '돈이 부족함 없이 사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 나의 도리를 다하며 사는 것'이다. 결국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또 다른 계기는 2011년 법정스님이 입적하며 '지금 까지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고, 더 이상 출간물을 간행하지 말라'는 유언에 감화되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2012년에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시인시집이라는 단어가 그를 사로잡게 되고 시집을 한 권  출간하는 것을 리스트에 올린다. 강한 추진력으로 시를 쓰려했지만 30년 동안 쓴 적이 없었기에 한 줄도 쓰기가 힘들었다. 산고의 시간을 지나며  '우산'이라는 장편 시를 쓴 이후, 감수성이 봇물처럼 터져 무려 1,600편의 시를 쓰게 되고 18 권의 시집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의 집중력과 몰입이 놀랍다. '우산'이라는 시는 김수환 추기경과 피천득 시인의 시로 와전되어 회자될 정도로 유명세를 치른다.


시집 출판도 순탄치 않았다. 첫 시집을 83군 데 출판사가 거절을 했다. 푸른 길 작은 출판사 한 곳만이 출판을 수락한다. 큰 기대를 걸었지만 시집은 겨우 200여 권만이 팔린다. 시를 쓰는 기쁨을 누리면서좋은 시를 쓰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품게 된다. 그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시를 쓰고 싶었다. 시로만 먹고살기 힘든 현실을 걱정하면서 매일 2편씩 한 달 동안 시를 써서 시집을 내고 반응을 보기로 한다.


놀랍게도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라는 시집이 대중의 호응을 받는다. 초판은 7,000권, 개정판 3,000권이 나가는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시집으로는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그 10년 동안의 인세  수입은 900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서 그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귀한 경험을 얻는다.


시와 자기 계발 강의를 병행하는 어러움을 절감하고는 시만 쓰는 것으로 전업을 결정한다. 그런 결정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한다. 아들의 학교 등록금을 여러 사람에게 빌려야 했고 건강보험료조차 5개월 연체를 하게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구체적으로 실천할 일을 찾아 실행에 옮긴다. 먼저 부모님께 잘하기로 마음을 먹고 매일 하루 두 번씩 전화로 문안을 드린다. 그리고 평소 자신이 살고 싶었던 바닷가를 찾아 강원도 속초로 거주지를 옮긴다. 2년을 꿈꾸던 바닷가에서 산 후, 양양으로 가서는 너무 마음에 들어 4년을 체류하게 된다. 이후로 목포를 거쳐 순천에 현재 거주 중이다. 용기와 결단이 어우러진 참으로 멋진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인생을 돌아보면 우연이 있고 다른 흐름도 있으며, 돌아보면 자신은 과분한 행운을 받았다고 말한다.

실패를 수도 없이 겪으며 죽어라고 일을 했는데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불평이 많아졌고 심지어 선거에 실패 후에는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책 속에서 만난 '슬픈 일이 생길 때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를 질문하지만 좋은 일이 생길 때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통해 행운이 찾아오면 불행도 따를 수 있다는 객관적인 시야를 갖게 된다. 아울러 '지구에 왔지 천국에 온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매사에 불평을 하지 않게 된다. 작가는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책을 추천하며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비효과를 설명하면서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무엇인가가 잘 안 되면 변화가 필요함을 설파했다.

즉, '다른 생각을 하라, 다른 말을 하라, 다른 행동을 하라, 다른 일을 하라,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을 들려주었다.


인생 후반에 들어선 우리의 남은 인생은 30~40년이다. 노년에는 건강과 가난 그리고 고독이 문제고 최근에는 무위가 추가가 되었다. 박 경리님의 시 '옛날의 그 집''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시구를 들려주면서 후회 없는 홀가분한 삶을 위해 욕심과 걱정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자신도 실패와 고난이 시를 쓰게 된 원천이 되었음을 상기시킨다. 미래를 판단하기에 욕심과 걱정이 생긴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기를 도전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다 가져도 좋다. 하지만 대가를 지불하라' 스페인 속담과 더불어 자신의 시를 낭송하며 감동적인 강연을 마무리했다.


인생예찬 / 양광모


살아 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이 뛴다


가난이야 오랜 벗이요

슬픔이야 한때의 손님이라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길지 않은 강연 시간이었지만 진정성 있고 심도 있는 강연에 몰입은 자연스러웠다. 감동과 배움이 있는 놀라운 시간이었다. 나도 그와 같은 동년배로서 향후 내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나의 남은 생애를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좋은 모델이다. 미지로 가는 생생하고 가슴 뛰는 멋진 길을 발견했다. 귀한 강연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의 감동과 소망이 넘치는 시를 만나게 된 것도 큰 기쁨이다. 애송시가 될 것 같다.


#인문학강연 #양광모 #시인 #생애 #특강 #교훈 #지혜 #시 #고난 #배움 #감동 #함께성장연구소 #미라클글쓰기챌린지














매거진의 이전글 눈 속으로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