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Mar 18. 2024

봄나물 그 즐거운 이름!

나물을 캐는 봄날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춥고 스산한 겨울이 지나면 희망처럼 봄이 찾아온다. 희망은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마치 죽은듯한 대지에 생기가 감돌아 거짓말처럼 새 생명이 파릇하게 움튼다. 무채색의 풍경에도 변화가 감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꽃이 등장한다. 꽃은 자연이 포효하는 기쁨의 표현이다. 새로운 계절을 맞는 환희를 온몸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거칠고 뾰족하던 바람도 부드러워진다. 봄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약이 바로 봄바람이다. 몸을 움츠리게 만들던 추위도 물러간다. 그리고 포근한 따스함이 찾아온다. 봄햇살을 받으며 전원을 거니는 즐거움도 크다. 하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봄나물에 있다. 자연을 직접 는 즐거움과 건강한 봄을 맛볼 수 있는 봄나물이야 말로 봄에 만나는  최고의 기쁨이다.

봄에도 물론 단점이 있다. 봄은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다. 이 시기에는 사람들의 면역력이 약화된다. 노약자들은 질병에 취약해지고 부고가 다. 면역력이 저하되는 이유는 일교차로 인한 체온유지로 기인한다. 우리 몸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데 기온이 내려가면 체온을 올리기 위해 에너지 양이 늘어나고 면역 세포로 가는 에너지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몸이 피로하고 졸리며 나른한 춘곤증도 생긴다. 춘곤증도 외부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이다.


춘곤증을 이겨내는 몇 가지 처방이 있다. 기본은 영양보충이다. 특히 봄철에는 왕성해지는 신진대사로 비타민이 많이 필요해진다. 봄나물은 비타민의 보고다. 언 땅을 헤치고 움트는 봄나물에는 각종 영양분이 응축되어 있다. 봄에 나물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다.

민들레/엉겅퀴


다음으로는 적당한 운동이다. 봄나물을 캐려면 산으로 들로 나가야 한다. 몸을 움직여야 하고 햇볕도 쬐게 된다. 자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은 여유로워진다. 몸과 마음에 보약이 되는 운동이 절로 되는 시간이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춘곤증에 도움이 된다. 나물 캐는 일은 즐거운 노동이다. 건강한 피로를 부른다. 저녁에 단잠은 저절로 따라온다. 봄이 되면 나물을 캐러 가야 할 이유다.

개망초

오랜만에 전남 곡성군 석곡면 처가에 가게 되었다. 모친의 5주기 추도예배를 위해 가족모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냈다. 처가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집에도 텃밭이 있고 근처에 논과 밭이 있어 농사도 짓는다. 처가를 찾은 이유는 친지들을 찾아뵙고 문안을 드리는 일도 있지만 나물을 캘 수 있기 때문이다.

,천리향/수선화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시골집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천리향과 수선화가 우리를 반긴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물을 뜯으러 산비탈에 있는 밭으로 갔다. 산기슭에는 매화가 만발해 있었다. 밭에는 시들어 말라버린 풀들이 땅을 덮고 있는데 간간이 푸른빛이 감돈다. 건강한 생명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냉이는 꽃대를 올렸고 여기저기에 민들레와 엉겅퀴와 개망초는 로제트로 땅에 착 달라붙어있다. 쑥도 소나무 아래 소담스럽게 자랐다.

매화

서둘러 나물을 캤다. 나는 쑥을  아내는 다른 나물들을 뜯었다. 소쿠리로  가득 채우고 근처의 매화 밭으로 옮겨 머위와 쑥부쟁이도 캤다. 봄의 선물을 가득 안고 뉘엿뉘엿 해가 지는 즈음 시골집으로 갔다.


반갑게 처형부부를 뵙고 저녁은 나물로 식탁을 차렸다. 쑥과 엉겅퀴와 냉이를 넣고 된장국을 끓였고 민들레는 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생으로 무쳤다. 개망초와 머위는 삶아 된장으로 맛을 내고 쑥부쟁이는 간장으로 버무렸다.

나물밥상

맛은 말해 뭐 하랴! 향긋한 봄내음이 가득한 행복한 밥상이었다. 쑥국은 얼마나 부드럽고 입에 착 감기는지, 풍미가 넘치는 나물들은 하나같이 입맛을 돋우어 밥을 불렀다. 특히 싱싱한 민들레는 쌉싸름하면서 아삭하게 식감이 끝내주었다. 게눈 감추듯 모든 그릇이 싹싹 비워졌다. 그날 밤은 숙면을 했고 이튿날은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봄나물 밥상은 봄이 선사하는 최고의 식탁이다. 봄이 주는 호사다. 봄이 좀 더 깊어지면 산채의 여왕 두릅도 만날 수 있다. 쑥도 자라 떡도 빚을 수 있다.  봄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정말 행복한 계절이다.


#봄나물 #봄 #춘곤증 #식탁

매거진의 이전글 치매 걱정 없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