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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11. 2024

치매 걱정 없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양현정 박사의 강연을 듣고

최근 알츠하이머에 대한 영화를 다. 스틸 엘리스라는 영화로 줄리안 무어가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은 영화다. 대학 언어학 교수로 명성을 날리던 그녀가 알츠하이머로 판명이 나면서 나날이 자신의 일부가 상실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녀가 평생 쌓은 기억과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녀는 "차라리 암이라면 좋겠어 그래야 스스로 부끄럽지 않지"라며 그녀의 고통을 에둘러 말한다. 알츠하이머는 무서운 대표적 뇌질환이다. 이 병이 두려운 것은 유전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50%의 높은 확률이다. 영화에서는 세 자녀 중 딸 하나가 양성 판정이 난다. 주인공은 자신의 투병보다 자녀의 상황에 더 절망한다.

스틸엘리스 포스틔

영화가 남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다. 모친이 알츠하이머로 작고하셨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앞으로 내게 발병확률이 높은 질환이 뇌혈관계로 판명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뇌과학의 이해를 통한 치매 예방'이란 특강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한은행퇴직동우회에서 정기적인 인문학 강좌를 통해서다. 집중해서 강의를 들었고 배운 바가 많았다.


무한한 우주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과학의 발달로 조금씩 우주의 신비가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길이다. 우리의 뇌를 소우주라고 한다. 그만큼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영역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뇌는 주먹 두 개만 한 크기로 1.4킬로 정도의 무게가 나간다.  1000억 개의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구성되었고 100조의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광활하고 경이로운 세계다.


강연자는 양현정 박사로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일반인 대상의 강의답게 아주 쉬운 표현으로 뇌에 대한 기본지식과 특성을 약 3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들려주었다.


'뇌를 어떻게 보살피며 살까'는 노령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큰 화두다. 강연은 이 관점에 맞춰 우리 뇌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는 시간과 치매의 발병원인 그리고 예방 대책을 나누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뇌에 대하여


뇌의 각 영역은 하나의 나라와 같. 각 나라마다 특색이 있고 한 나라가 문제가 생기면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기린의  뇌와 다리는 4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위험 발생 시 즉각 반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신경세포가 수초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지질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전달한다. 태아의 경우에는 수초구조가 미발달 되어있지만 사회경험이 늘면 수초구조는 발달된다.

신경세포간 연결점을 시냅스라 부른다. 학습을 통해 수초구조나 시냅스 구조가 변화한다. 더 두꺼워지거나 길어져  정보전달이 신속하거나 전달 물질의 양이 는다. 배움이나 경험은 그렇게 뇌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

뇌를 반으로 가르면 회색질과 백색질(수초가 많은 부분)로 나뉜다. 쥐 나 고양이도 인간과 같은 구조지만 인간의 뇌는 주름이 엄청 많은 반면 쥐는 매끈하다. 사람의 신경세포가 그만큼 많은 증거다.

뇌 안에는 빈 공간이 있는 데, 이를 뇌실이라 하고 이곳에는 척수가 흘러 다닌다. 노화에 따라 뇌가 작아지는 데, 두개골의 크기는 변화가 없어 뇌실의 공간이 넓어지게 된다.

뇌의 중앙 부분에는 편도체가 있다. 이는 생존에 중요한 부분으로 두려움이나 위험, 스트레스에  반응을 일으킨다. 편도체는 전전두엽과 연관이 되어있다. 전전두엽은 정신작용을 담당하는 것으로 편도체의 두려움에 대하여 어머니 같은 조정 역할을 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전전두엽의 역할을 저하시키고 편도체를 과활성화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분비하게 되고 이는 신경세포에 독성작용을 일으킨다. 그 결과 신경세포 감소를 초래한다. 코티졸의 과다 노출은 정서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치매와 우울증 같은 질병의 원인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화에도 불구하고 뇌에는 작은 변화가 있을 뿐이다. 피질의 두께가 얇아진다. 뇌용적은 감소하고 뇌실은 넓어지고 기억과 학습 영역을 담당하는 해마도 줄어든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우리가 노년에도 유념해야 할 내용이 있다. 뇌가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뇌의 가소성이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말한다. 노년에도 학습과 훈련이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하는 학습이나 훈련도 뇌를 변화시키지만 지속적 훈련이 변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경험은 실질적으로 뇌의 물리적 구조와 기능적 조직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다. 노년이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는 일은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산마늘

치매에 대하여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도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 꼴로 치매가 발병한다. 심각한 사회문제다. 치매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로 나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으로 기인하고 알츠하이머는 신경세포의 죽음이 주원인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엉겨 붙어 플라크가 쌓이고 타우 단백질도 쌓여 신경세포를 죽음으로 이끈다.  알츠하이머는 해마에 큰 영향을 끼쳐 기억력이 문제가 되고 전전두엽의 논리적 사고를 파괴하며 편도체에 문제를 일으켜 감정조절이 어렵게 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단백질 집합이 인지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다. 뇌기능이 좋을수록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나 타우의 엉킴이 보이지 않는다.


치매의 예방에 대하여


치매는 단순간에 발병하지 않고 15년에 걸쳐 생긴다. 치매는 예방할 수 있다. 건강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뇌에 쓰레기 쌓이고 주변 세포에 악영향을 끼친다. 잠을 잘 자는 것, 운동, 사회적 관계 이런 활동이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이다. 건강한 세포는 돌연변이를 인식하고 수정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노화가 되면 회복하는 게 더뎌진다.


하룻밤을 자지 않아도 아밀로이드 베타가 해마 근처에 축적이 된다. 매일 수면이 그만큼 중요하다. 적정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른데 낮에 피곤하지 않을 정도가 기준점이다. 숙면을 위해서는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 관리가 필요하다. 빛을 차단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여야 하며 알코올이나 카페인 섭취를 주의하고 과식, 과도한 운동도 피해야 한다. 잠들기 전 TV시청이나 핸드폰도 금물이다. 낮잠도 불면의 원인이 된다.

적극적 신체 활동도 필요하다. 50대 이상 하루 7500~만 보 걷기는 대뇌부피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지나친 운동은 독이다. 가벼운 강도의 신체활동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좌식 행동은 치매 위험을 높인다. TV시청이 길수록 인지저하가 크다. 신체 움직임이 뇌를 자극한다. 척수를 통해 뇌와 신체의 모든 부위 연결이 되어 있어 평소 안 하던 부위의 활동은 뇌의 기능을 유지하고 향상한다.


사회적 상호작용도 큰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은 치매율을 3배나 높인다. 사회적 고립도 마찬가지다. 교우관계, 취미, 자원봉사, 가족 교류 같은 정신적이나 정서적 유대감이 뇌건강을 향상한다.


명상(뇌 훈련)도 치매예방에 긍정적이다. 20년 명상을 한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7.5년 젊은 뇌를 지닌다. 명상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킨다. 명상으로 뇌세포가 증가한다. 명상은 메타인지를 활성화하고 정서조절능력을 향상한다.

이번 강의를 통해 뇌에 대하여 식견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예방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어 기쁘다. 노년이 되어도 새로운 도전과 배움과 경험이 신경세포를 활성화하여 뇌의 기능을 증진하고 유지시킬 수 있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이웃들과 유대감을 깊이 나누고 좋은 생활 습관과 운동을 지속하여 건강한 노년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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