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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08. 2024

(독서일기)  삶의 발명 - 정혜윤

성북구 한 책 사업 후보도서 읽기 1

성북구 대표 독서운동인 한 책 읽기는 지역주민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읽고 토론한다. 나는 운영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운영위원은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8권의 후보도서를 읽어야 한다. 8권은 1차로 주민들이 추천한 책 중에서 사서들로 구성된 실무진들이 선정한 도서다.


올해도 8권 중 4권의 책을 먼저 받았다. 이 행사는 평소에 잘 읽지 못하는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다. 첫 번 째 읽은 책이 삶의 발명이다. 그녀는 라디오 피디다. 후보책들은 대부분 장르가 소설인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진지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르포 철학에세이라고 할까?


책의 내용은 일어난 사건에 대한 고찰과 감춰진 진실을 들려주고 삶이란 어떠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그녀가 세월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한국피디대상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재난과 참사는 아픔이고 비극이어서 잊고 싶고 기억하기 싫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만났지만 알아야 할 진실이 있음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서는 세월호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전혀 알지 못했던 국내 전범이야기는 더 큰 충격이었다. 일제강점기 포로 감시원으로 일본 군대의 군속으로 일하다 전범으로 생을 마친 조선 사람들... 세상에는 감춰진 진실들이 숱하게 많다. 그들은 감옥에서 사형당하기 직전에야 자신들의 무지를 자각했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기막히게 가혹한 자신들의 운명을 기억해 달라는 말이 생생하게 남는다. 가슴 아프게도 우리는 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씨랜드 참사 유족들의 이야기는 숭고함을 잣는다. 거짓으로 포장된 현실 앞에서 굴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지만 그것은 복수가 아닌 더 큰 사랑, 더 큰 세계를 위한 것이었다. 슬펐기에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절망과 슬픔을 더 큰 희망으로 바꾸어 나가는 이들이 바로 세상의 희망이다.


순천만 흑두루미 두리 이야기는 작가로 하여금 야생에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리는 부상을 입고 닭장에서 10년간 살다 야생으로 돌아갔다. 새의 비행은 평범한 일이 아닌 아주 특별한 일임을 알게 된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가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편협한 세계를 산다. 세상은 그렇게 좁지 않다. 드넓은 세계가 우리 곁에 있다.


제주도 남방돌고래 이야기는 경이롭다. 불법으로 포획된 돌고래 쇼를 하다 방류된 이야기다. 작가는 놀랍게도 아주 우연히 방류된 2번 돌고래를 눈으로 목도하는 기적을 경험했다. 그 이후 힘들 때 2번 돌고래를 외치는 일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 놀라고 기뻐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우리 삶 속에도 그런 기쁨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소개된 '바다의 숲' 책은 읽어보려고 메모해 두었다. 크레이그와 로스가 바닷속에서 문어와 교류한 이야기로 이들은 바닷속 세상을 통해 수많은 생명이 사는 더 큰 세계와 연결되면서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고 전에 없던 생명의 에너지가 흐르는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리스 모넴바시아에서 작가가 만난 별들은 인간이 우주를 품을 만큼 거대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경이로움을 맞이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육두구와 연관된 네덜란드의 셀레몬 학살 사건은 자원이 돈이라는 사고가 밑바탕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안은 돈이 아닌 자연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 데, 여전히 미망 속에 살아간다.


"삶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나에게 삶은 좋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야기 참 좋다' 이 말의 힘을 나는 백 퍼센트 믿는다.

하나의 이야기밖에 모른다면 하나의 삶밖에 살지 못한다.

나의 에너지의 대부분은 감탄할 만한 이야기를  따라 사는 데서, 마음이 가는 이야기의 일부분이 되려고 하는 데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 삶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나도 그녀의 이야기로 나의 경계 밖의 삶을 만났다. 가슴 한편이 아리기도 했고 슬픔을 느꼈다. 그녀가 만난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었으며 세상이 넓다는 것과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보았다. 지금 당장 획기적인 변화야 없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좀 더 넓은 사고를 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말하는 '삶의 발명'에 나가는 중이다.


"삶의 의미는 삶을 가치 있게 사는 데 있고, 우리는 이것을 자아실현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렇게 자아실현 하면서 삶을 살아내는 것을 삶의 발명이라고 부른다.'


#독서일기 #성북구한책 #정혜윤 #독서 #삶의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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