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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09. 2024

담양 죽녹원의 찬란한 대나무숲에서

죽녹원 사진 출사기

은행 퇴직 동우회에서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 출사를 왔다. 서울에서  먼 길이라 새벽같이 출발해야 했다. 오월이 중순에 접어들어선지 이른 새벽인데도 환한 대낮이다. 사람들이 저절로 근면해지는 시간이다.

담양은 대나무가 자라는데 최적의 환경을 지녔다. '■연평균 기온이 12.5°C로 따뜻하고 연간 강수량이 1300mm인 고온다우(高溫多雨) 지역이다.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 큰바람이 들이치지 않고 낮은 산들은 마을의 방풍림 노릇을 해준다. 영산강 상류가 임야를 가로질러 토지가 비옥하고 수량이 풍부하다. ■


출사지는 죽녹원이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2003년 5월 조성하여 개원한 대나무 정원이다,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으로 총 2.2km의 산책로가 있다.

출사를 나왔다고 하지만 카메라가 아닌 핸드폰으로 풍경을 카메라에 그냥 담는 수준이다. 회원 중에는 전문가에 버금가게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많다. 나는 여행을 즐기 자연이 좋아 소풍 나온 가벼운 기분으로 참여한다.


버스 에서 소설 읽었더니 금방 시간이 흘렀다. 죽녹원 도착에 맞춰 한 권을 읽었다. 사회 약자들에 대한 내용으로 마음이 어두웠는데 창밖은 쨍쨍한 풍경이다. 거기에 물오른 나무들의 싱그러움이 마음에 환한 등불을 켠다. 환경은 사람들의 기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겨우 1시간만 주어졌다.  엄이 어린 봉황루 누각이 대나무에 둘러 쌓여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이곳은 성인산 일대를  대나무숲으로 조성했기에 출입구도 높은 곳에 . 오를 계단 길이 상당히 높다. 계단 끝에는 홍살문이 정면에 자리했고  길 좌우의 인형들이 옛 정취를 담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해가 지면 불이 들어와 청사초롱처럼 길을 밝혀 운치가 있을 것 같다.

한옥으로 지어진 출입구 옆에는 큰 물레방아가 돌고 있어 청량감을 다. 향토색 짙은 정취에 마음이 푸근하다. 단체로 표를 끊고 입장했다. 시원스레 위로 뻗은 대나무 행렬이 줄지어 마음이 시원하다. 축제 기간인지 등이 많이 걸려있다. 대나무로 만든 등에 불을 밝히면 꽤나 신비로울 것 같다.

대나무는 올곧은 선비들이 사랑한 나무다. 구부러지지 않고 반듯하게 자랄 뿐 아니라 엄동설한에도 한결같이  푸른 기개를 지녀서다. 숲에는 상서로운 푸른 기운이 흘러넘친다.  

대나무는 풀과 나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딱 잘라 이것이다 말하기 어렵다. 나무처럼 목질은 지녔지만 비대성장을 하지 않고 죽순의  굵기가 그대로 그 나무의 굵기가 된다. 

들어선 숲에는 빽빽하게 자란 대나무들의 위용이 당당하다. 쭉쭉 뻗은 모습이 장쾌하다. 울창한 대숲 사이로 비교적 넓은 길이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산책하기 그만이. 소요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하부에는 차나무가 자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가 죽로차다. 대나무는 뿌리에서 빨아올린 수액을 새벽에는 이슬로 떨구고 이 수액을 받아먹고 자란 차가 죽로차다. 이곳에서 죽로차를 마시면 신선이 될 듯싶다.

차나무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쳐 눈부신 신록이 빛을 뿜는다. 대나무 꼭대기의 푸른 대잎들도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말 그대로 숲에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다 돌아보려면 몸은 분주하지만 가슴에는 상쾌함이 가득하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맑은 공기가 온몸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얼룩진 마음을 맑은 물에 헹궈 정갈해진 기분으로 몸이 가볍다.

군데군데 정자가 숲에 자리하고 있어 잠시 머문다. 도인들이 모여 차를 나눌 것 같은 정취가 풍긴다. 이곳에 오래 머무르면 누구나 도인이 될 것 같다. 여유가 있으면 멍하니 대숲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냥 좋을 풍경이다.

넓은 대밭은 길게 이어졌다. 대나무도 여러 종류가 자란다. 가장 굵은 왕대는 단박에 눈길을 끈다. 죽순들도 이곳저곳에 삐죽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고  이미 키가 커버린 대나무 같은 죽순도 많다. 쑥쑥 자란다는 표현이 무엇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비슷한 풍경이지만 빛에 따라 숲은 여러 모습을 보인다. 인상파 화가들이 빛에 천착하는 이유를 알겠다. 빛은 사물을 신비롭게 빛낸다. 빛부신 신록은 경이롭다. 대나무 꼭대기에, 대숲 사이에 산책로에 찬란한 빛이 어린다. 쏟아지는 빛이 눈부신 신록을 연출한다. 비슷한 풍경이라도 볼 때마다 맘을 흔든다.

얼마 돌지 못했는데 한 시간이 후딱 지나버렸다. 나무꾼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지금이 꼭 그렇다. 아쉬 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린다. 대숲이 뒤에서 자꾸 붙잡는 것 같이 돌아서는 발걸음이 더디다. 좀 더 멋진 풍광을 사진에 담느라 눈과 손이 바쁘다. 

대나무 숲에서 한 시간이 꿈같이 흘렀다. 아름다움을 모르는 삶은 불행하다. 오늘 고운 풍광을 마음에 많이 담았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 틀림없다.


_■ 2022. 1.12  황호택 기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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