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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07. 2024

당일치기 전북 고창의 알찬 여행

선운사, 고창판소리박물관, 고창읍성, 미당시문학관을 맛보고 즐기다

좋은 계절에 전북 고창을 다녀왔다. 고창의 사월은 선운사 동백꽃이 목을 뚝뚝 떨구며 눈물짓고 오월에는 청보리가 바람에 물결친다. 여인들의 답성 놀이가 남아 있는 고창읍성이 있고 판소리 박물관이 있는 판소리의 본고장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미당 서정주의 문학관이 있고 역사적으로는 동학혁명이 일어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선운사 들어가는 길

하루 일정으로는 빠듯하지만 서둘러 서울에서 출발하면 고창으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이번 여행에 비록 청보리의 물결은 보지 못했으나 서정주 문학관, 판소리 박물관, 고창읍성, 선운사를 돌아볼 수 있어서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고창읍성 주변

먼저 들러본 선운사는 백제 시대에 창건된 천 년 고찰로 동백나무숲이 특히 유명하다. 대웅전을 감싸고 있는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 3천 그루의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꽃무릇도 볼거리다. 아쉽게도 동백꽃은 사월 중순이 절정으로 지금은 대부분 졌고 한 두 송이가 남아 있지만 오랜 연륜을 지닌 고목들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절 입구에도 천연기념물이 있다.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인 송악이다. 절벽을 뒤덮고 있는 송악의 위용도 장관이다. 이 송악은 높이가 무려 15미터나 되고 줄기의 굵기도 0.8미터에 이르는 크기로 수백 년의 수령으로 추정된다.

선운사 들어가는 길
송악
선은사 전경
동백나무 숲

절은 산문부터 빼어난 풍광이다. 고목들이 줄지어 있고 길 옆에는 꽤 넓은 개울이 흐르는 오솔길은 걷기에 그만이다. 초파일이 가까워 알록달록한 연등이 걸려있어 푸른 숲과 아름다운 대비를 이룬다. 물에 비친 홍교와 연등이 특히 곱다. 부드러운 산봉우리를 이고 있는 가람은 원색의 연등이 걸려있지만 요란하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전체적으로 주변 산세와 어울려 단아하다. 산철쭉이 지고 있어도 아직은 미색을 잃지 않아 긴꼬리제비나비가 찾아온다. 도난당했다가 꿈을 통해 다시 찾은 이야기를 지닌 지장보살이 흥미로워 사진에 담았다.

지장보살

점심으로 풍천장어를 배불리 먹고 판소리 박물관에 들렀다. 처음에는 판소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유려하고 구성진 해설이 흥미를 끌었다. 특히, 동리 신재효 선생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는 구전되어 온 판소리를 집대성하고 정리했을 뿐 아니라 판소리 이론을 정립하였고 창작자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후학을 양성하는 등, 우리나라 판소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독보적인 인물로 추앙받는다. 그의 헌신적인 생애를 통해 판소리가 온전히 보전되고 잘 계승된 사실에 숙연해졌고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고창판소리박물관
박물관 내부

판소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과 고수가 엮어가는 1인 뮤지컬로 창(노래)과 아니리(말)와 사설과 너름새(몸짓)로 구성된다. 청중이 추임새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섬진강을 기점으로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뉘고 경기 충청도는 중고제라고 부른다. 동편제는 굵고 웅장하며 남성적이고 서편제는 가볍고 정교하여 여성적이다. 중고제는 동편제에 가깝다. 판소리 박물관에는 많은 사료와 자료들이 보전, 전시 중으로 판소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명창들의 소리가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고 꼭 들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근처의 신재효의 생가도 들러 그분의 남은 자취를 느껴보았다.

신재효 생가

박물관 근처에 고창읍성이 있다. 고창읍성은 조선 초기에 호남의 여러 고을사람들이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한 석성으로 돌레는 1,684미터다. 읍성으로는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었다. 고창읍성은 철옹성 같은 엄정한 분위기보다는 잘 정돈된 성채로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자로 잰듯한 반듯함이 없지만 돌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여 성벽을 쌓았고 자연을 거스름 없이 산자락을 따라 조성되어 자연스럽다. 정문인 공북루는 2층 문루로 자연석 주춧돌을 사용하여 나무 기둥의 높낮이가 다르다. 읍성 안은 잔디가 조성되었고 수목들이 우거져 잘 단장된 공원이다. 원래 관아를 비롯 22개 건물이 있었던 이곳에는 복원된 일부 건물들이 숲 속에 깃들어 옛 정취를 자아낸다. 특히 풍화루 누각이 아름답다. 시간이 모자라 성곽을 다 돌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고창읍성 전경
공북루 /자연석을 이용한 주춧돌
풍화루

고창 여행은 하루 동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운 꽉 찬 시간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여행이었고 선운사와 고창읍성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거기에 미당의 시 세계를 맛보았고 판소리의 가치와 의미를 새기는 유익도 누렸다. 하루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고창으로 여행을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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