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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14. 2024

대둔산의 비경 속으로

오월에 대둔산에 올랐다

대둔산으로 등반을 갔다. 대둔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특히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드는 산으로 여름에는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데, 그래서인지 한가롭고 여유 있는 산행을 즐겼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와 충남 금산에 걸쳐있다. 마천대가 정상으로 879.1미터 높이다. 오늘 일정은 배티재등산로에서 시작하여 마천대를 거쳐 대둔산 관광호텔로 내려오는 6킬로미터  산길을 네 시간 동안 걷는 코스다.


오월의 신록이 짙은 등산로에 들어섰다. 초입부터 오르막이다. 숲이 우거져 터널을 이룬 길은 경사가 급하다. 서어나무와 굴참나무가 섞여 빽빽한 숲은 온통 녹색의 바다다. 풍경을 즐기며 가고 싶지만 오를수록 경사가 심해서 신경을 곤두 세우며 발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 평소 하체 근력을 다진 덕인지 힘이 들지 않아 발걸음이 가볍다. 숲이 우거진 그늘이라 야생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밀림 같은 숲을 고행하듯 묵묵히 오른다. 길은 온통 바윗길에 급경사로 산행이 만만치 않다.

넉줄고사리가 돌틈 사이로 귀엽게 자랐다. 어린 탓에 더 마음이 간다.  꽃이 아니어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처음 만나는 야생화는 둥굴레다. 잎 뒤에 조랑조랑 달린 꽃망울이 귀엽다. 마침내 오르막이 끝나고 산마루에 올랐다. 나무들 사이로 기암 봉우리가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기암의 연봉이 물결치는 전경이 금강의 이름을 입을만하다.

넉줄고사리
둥글레

어디 인생이 쉽던가? 또다시 오르막이다. 울창한 숲으로 인해  삐져나온 햇살이 산길에 물방울무늬를 수놓은 길을 걷는다. 산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  

제대로 핀 꽃을 발견했다. 보기 드문 민백미 꽃이다. 작은 몸에 튼실한 꽃망울이 돋보인다. 꽃나무도 보인다. 관목인 노린재나무다. 꽃술이 여러 개로 마치 솜사탕 같은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여기저기 한창 꽃을 피워 을 밝히고 있다.

민백미꽃
노린재나무

그냥 지나칠뻔한 절경을 만났다. 동행이 일러줘서 오던 길을 돌아 찾아간 곳은 생애대라는 기암 봉우리다. 고사목과 소나무와 기암괴석이 어울려 멋들어진 경치다. 주위의 원경도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암벽 위에 홀로 선 소나무는 왜 그렇게 마음을 끄는 걸까? 이곳에서도 그 소나무를 만나 마음을 뺏긴다.

생애대를 내려와 낙조대 가는 길은 고사리가 우거진 길이다. 그곳에 천남성이  꽃을 피웠다. 꽃송이는 나팔 모양으로 독특하지만 녹색이어서 얼른 봐서는 알아보기 힘들다. 미치광이풀도 꽃송이를 달고 있어 사진에 담았다. 생각보다 많은 야생화를 만난다. 꽃이 피지 않은 금꿩의 다리도 보인다.

천남성
미치광이풀

낙조대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인지 생각보다 평범해서 바로 내려왔다. 일몰을 보려고 비박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길가에 졸방제비꽃이 앙증스럽게 피었다. 귀여운 은방울 같은 꽃망울을 단 고추나무도 만났다.

고추나무
졸방제비꽃

 지체를 하는 바람에 서둘러 가는 길에 마애불을 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많이 닳았지만 형체를 구분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소박한 자태가 백성들의 질박한 바람을 담은 듯하다. 길을 잃어버렸다가 겨우 제대로 방향을 잡고 마천대로 향한다. 대둔산 산행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철제 사다리가 많이 놓여있다. 애기나리가 수줍은 꽃을 달고 반긴다.

마애불
애기나리

마천대 가는 길에 큰 바위가 쪼개져 틈이 벌어진 곳이 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사진이 찍힌다.

이리저리 사진에 담아보니 흥미로운 장면이 담겼다.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있는 산행이다.

드디어 마천대에 오른다. 정상에는 다소 생뚱맞은 개척탑이 서있다. 마천대에서 보이는 경치도 일품이다. 좀 더 가까이에서 대둔산의 속살을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어디를 둘러봐도 멋진 장면이다. 산행의 기쁨이 솟아난다. 감탄을 담아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지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담을 수 없어 아쉽다.

멀리 금강구름다리도 보인다. 하산길이 시작되었다. 길은 온통 너덜길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가다가  삼선암을 오르는 철제다리가 있다. 절벽을 외길로 오르는 다리가 아찔하다. 일방향이지만 등산객이 많지 않아 거꾸로 올라가 보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 무서운 곳이다.

삼선암 오르는 다리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인 금강구름다리에 도착했다.

이 출렁다리는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가로질러 놓은 것으로 높이 81m, 길이 50m다. 붉은빛의 다리가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린다. 용기를 내어 건너는데 흔들리기까지 해서 두려움은 커진다. 아래를 내다보니 눈이 절로 감기는 까마득한 허공이다.  

금강구름다리

하산길은 돌과 전쟁이다.  오르는 길도 급경사였는데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중간에 있는 케이블카 건물의 색상이 아름답다. 하산 길에는 계류가 흐른다. 그래서인지 공기가 쾌적하다. 물소리와 새소리로 귀가 즐겁다.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완전 얼음물이다. 잠깐인데도 손목이 끊어질 듯 차갑다. 작은 폭포도 있어 더 시원한 길이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꽃은 쪽동백이다. 디른 곳에는 이미 졌지만 높은  곳이라 이제 피어나 등불  밝힌듯 곱게 피었다. 산을 내려오니 불두화가 우리를 반긴다.

케이블카
쪽동백

오월의 대둔산은 좋았다. 오르고 내리기 힘든 악산이었지만 그에 걸맞은 비경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관심 있게 찾아본 야생화도 많이 만나 즐거웠다. 아기자기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산채정식과 호텔 사우나로 마무리한 오늘의 여정은 더할 나위가 없다.

하산길 불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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