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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17. 2024

낭만이 흐르는 고창 청보리밭

고창 청보리 축제의 현장을 사진에 담다

그간 귀로만 듣던 고창 청보리를 보러 갔다. 사진 출사로 담양 죽녹원을 방문한 후에 이곳도 들렀다. 2004년부터 청보리 축제를 개최했으니 꽤 긴 역사를 지닌 셈이다. 이 축제는 고창군의 대표적인 축제로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대의 약 77만㎡ 의 드넓은 밭에서 펼쳐진다. 겨울을 지나온 보리의 푸른 새싹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맞춰 축제가 개최되고 연간 50만 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번 방문이 아쉬운 늦게 가는 바람에  정작 청보리는 보지 못하고 이삭이 패서 노란 물이  보리밭을 봤다는 것이다. 유채도 꽃이 다 져서 자취만 남았다. 청보리축제는 시기를 잘 맞춰 가야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실망스럽지마는 않았다. 익어가는 보리밭도 나름 괜찮았다. 광활한 들판을 뒤덮은 보리는 볼거리가 분명했다. 우선 탁 트인 시야가 마음을 흔들었다. 예전에 프랑스에 갔을 때, 끝도 없이 이어진 너른 밭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그 풍경과 흡사했다. 도심에서는 고층빌딩으로 시야가 제한되어 답답하다. 바다의 수평선은 아니더라도 지평선과 유사한 정경이 눈에 시원했다.

쉽게  수 없는 만남은 마음을 다. 오랜만에 보는 보리이삭이 정겹고 반갑다. 이삭이 튼실하게 여물었다. 보리는 늦가을에 씨를 뿌려 싹이 난 채 겨울을 견뎌낸다. 그러다 봄이 오면 누구보다 일찍 꽃을 피우고 6월에 결실한다. 지금이야 별미로 어쩌다 찾지만 옛날에는 식량이 바닥이 나 배를 곯는 춘궁기를 해결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영양면에서도 뛰어난 강장식품이라니 챙겨서 먹고 싶어졌다. 쌀과 보리를 7 : 3의 비율로 섞어 먹는 것이 몸에 가장 좋다고 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이삭들의 춤사위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삭의 까락이  속눈썹같이 파르르 다. 내 마음도 따라 출렁인다.

드넓은 보리밭 사이를 걷는 낭만을 즐긴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정겹고 운치가 있다.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햇살은 빛나고 하늘은 푸르니 지중해를 거니는 기분이다. 방문객들이 길 따라 걷는 모습도 그림 같다. 보리밭 중간에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어 풍경이 단조롭지 않다. 보고만 있어도 근심이 모두 사라질 것 같은 전원의 평화로운 모습에 마음을 푼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가벼운 흥분이 담겼다. 추억이 저마다 옛이야기를 소환 중인가 보다.

나무 한 그루도 그림 같다. 보리밭에 외로이 선 나무 한 그루가 멋들어졌다.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측백나무가 고흐의 그림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귀에 익은 노래가 울려 퍼진다. 초청가수의 구성진 목소리가 흥을 돋운다. 멀리서도 공연장의 노란 지붕이 강렬하다.

보리밭 초입에 벽오동이 서 있다. 새싹이 마치 꽃처럼 아름답다. 오월은 이곳저곳에 보석을 흩뿌려 놓았다.  주변 숲에는 튤립나무에 연노랑 백합이 피었고 오동나무에도 보랏빛 꽃이 한창이다. 열심히 보물찾기 하는 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벽오동
오동나무
백합나무

멋진 풍경을 눈에 실컷 담고 사진에 남기려 하지만 마음뿐이다. 제대로 된 카메라도 없고 전문 식견도 없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른다. 비록 부족한 사진이겠지만 훗날, 오늘의 감성과 느낌을 마법처럼 생생하게 소환해 줄 것이다.  


#고창청보리축제 #사진 #전원풍경 #보리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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