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May 28. 2024

오월의  빛나는 숲길 -하이원 하늘길 트레킹

정선으로 트레킹을 다녀오다

강원도 정선으로 트레킹을 나섰다. 하이원 하늘길을 걷는 일정으로 아침 7시에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했다. 아침은 맛있는 김밥이 제공되고 늦은 점심으로 인해 달콤하고 쫄깃한 백설기도 간식으로 준다. 신한은행 퇴직동우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심한 호의가 감사하다.

오전 10시에 하이원 리조트 마운틴콘도주차장에 도착하여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약 13킬로미터 거리를 4시간에 걸쳐 걷는 일정이다.

산길 초입에 키다리 낙우송이 우리를 반긴다. 완만하고 잘 정돈된 흙길이라 걷는 느낌이 산뜻하다. 한동안 기온이 치솟아 여름 같은 날이 지속되더니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쌀쌀한 느낌마저 있다. 화창하면 좋겠지만 흐린 날도 걷기에 나쁘지 않다. 서늘한 날이지만 바람막이를 벗어버리고 반팔 티만 입었다. 아침 바람이 차갑지만 이는 순간이다. 산을 걷다 보면 바로 체온이 올라 몸에 열이 난다.


체온이 오르면 우리 몸의 면역력도 올라간다. 숲이 내뿜는 신선한 산소를 실컷 들이키고 신록은 지친 눈을 편하게 한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들도 열일을 하게 되니 이보다 건강에 좋은 활동은 없다. 찬 공기는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정신은 명료다. 싸우나 할 때 냉탕이 주는 상쾌함을 맛보며 산길을 간다.

완만한 산길을 걸으니 마음도 여유롭다. 중간에 아담한  돌탑들이 등산객의 안녕을 빈다. 나무로 옹달생처럼 꾸민 샘물이 흐르는데 아쉽게도 음용불가다. 생수보다 훨씬 건강한 물 같은데 혹시 모를 식중독을 염려한 듯하다. 우리가 깨끗하다고 먹는 생수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들어있다는 뉴스를 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

산 중턱에 작은 호수가 있다. 물에 비친 나무의 반영이 아름답다. 상 조각 같은 고사목의 뿌리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 산짐승들의 갈한 목을 축이는 고마운 곳일 것이다. 예전에 이곳은 광부들의 안녕을 비는 아낙들의 기원이 담긴 곳이라고 후일담을 들었다.

걷는 길가에 식물들이 빼곡하게 자다. 산나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숲을 찾을 때마다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나물은 단풍취다. 단풍취는 교도가 높은 곳에 자라는 산나물로 묵나물로 볶아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트레킹 내내 군락을 이 단풍취가 보인다.

단풍취

깊은 숲에 들어서니 야생화가 우리를 반긴다. 숲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는 숲을 장식하는 꽃을 만나는 일이다. 오월의 숲 어디나 벌깨덩굴 꽃이 핀다.  이곳에는 풀솜대가 특히 아름답다. 눈썹처럼 가는 하얀 꽃술이 마치 별처럼 빛을 뿌린다. 처음 보는 특이한 꽃도 있다. 요강나물인데 작은 종모양의 검은 꽃이 핀다. 꽃빛은 족두리풀도 유사하다. 잎 속에 숨은 검보라 빛 작은 항아리 꽃이 앙증맞다. 꽃의 세계도 이처럼 다양하다. 광대수염도 꽃송이를 달고 있다. 우아한 꽃인데 이름은 전혀 아니다. 여운 쥐오줌풀도 매한가지다. 꽃들이 개명하고 싶다고 아우성칠 것 같다.

벌깨덩굴
쥐오줌풀
광대수염
요강나물
족두리풀
풀솜대

산마루에 당도하니 늦은 철쭉이 피어있다. 고도가 높아 봄이 늦어진 것이다. 마천봉 오르는 초입에 민들레와 유럽나도냉이와 민들레가 너른 밭을 노랗게 물들였다. 깊은 산인데도 외래식물이 점령한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소롯길에 노랑괴불주머니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철쭉
유럽나도냉이

해가 나서 숲이 찬란하다. 이곳에 많이 자라는 사스레 나무 길이 아주 아름답다. 흰 수피가 푸른 잎들로 도드라져 보인다. 관중이 무리 지어 자라난 곳은 금방이라도 공룡이 튀어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곳곳에 나무 벤치와 장의자가 배치되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여유롭다면 장의자에 누워 늘어지게 한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스레나무 숲
관중

막바지에 귀한 야생화를 발견했다. 이시기에 피는 감자란이다. 화려한 자태에 비해 이름이 너무 수더분하다.

감자란

내려오는 막바지 길은 스틱을 가져오지 않아 조금 힘들었다. 지난 등산 때 부러진 후 아직 구입을 못했는데 바로 사야겠다.

이번 트레킹 내내 울창한 숲 속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눈이 머무는 곳  어디나 푸르름이 넘쳤다. 그래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산길도 험하지 않아 좋았다. 오월의 절정을 숲에서 충분히 누리고 즐겼기에 이 달이 가도 덜 섭섭할 것 같다.  


#트레킹 #정선 #하이원하늘길 #숲 #야생화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이 흐르는 고창 청보리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