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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01. 2024

자전거로 내린천을 달리는 기쁨

인제 양양 간 라이딩을 다녀오다

오월의 끝자락 올해 들어 두 번째 장거리 라이딩에 올랐다. 지난번에는 서울근교로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강원도 인제 원정이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인제터미널 09시에 도착하여 내린천을 따라 달리는 코스로 양양까지 약 80킬로미터 거리를 주파한다. 근자에 타보지 않은 장거리로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에 타이어가 펑크 난 경험이 있어 우려가 있었지만 동행하시는 분들이 믿음직스러워 장도에 나섰다. 버스탑승지까지 자전거로 이동해야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천성이 길치라 길 찾는 것이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하루 전날 약속장소인 은행사거리까지 집에서 자전거로 미리 가보았다. 그렇게 길을 안다고 생각해서 일찍 일어났음에도 여유를 부리다 시간이 촉박해서 부랴부랴 자전거를 끌고 새벽 천변을 달렸다.


새벽바람은 차가웠다. 부지런하게 달리기 하는 이들이 있었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길가에는 온갖 꽃들이 오월을 빛내는 중이다. 수레국화와 끈끈이대나물 그리고 꽃양귀비가 한창이다. 눈에는 들어왔지만 마음이 바빠 쉬지 않고 달렸다. 다행히 늦지 않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세 사람이 먼저 만났고 다른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잠실로 갔다.

잠실 선착장

잠실선착장에서 나머지 일행을 만났다. 새벽 한강변은 상쾌했다. 미루나무도 강물도 하늘도 상큼했다. 대형 리무진 버스에 자전거를 실었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뒷좌석을 개조한 차였다. 스물세 명이 함께하는 일정이라 자전거를 싣는 일이 간단치가 않았지만 경험이 많은 기사님은 능숙하게 자전거 문제를 해결했다. 간단히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두 시간을 달려 인제에 도착했다. 인제 팔경 중 하나인 합강정 정자가 있는 곳으로 정자가 위엄이 있었고 구름사이로 푸른 하늘이 걸쳐있었다. 이곳이 출발점이었다.

합강정

바람이 차서 바람막이를 입어야 했다. 라이딩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나는 초보그룹에 참여했다. 라이딩 경험이 많은 이들이 먼저 출발을 했고 초보그룹은 리더의 인도에 따라 천천히 출발을 했다. 내린천을 따라 도로를 달렸다. 양양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도는 통행차량이 적어서 라이딩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다. 구름 속으로 해가 숨었고 바람이 몹시 불어 한기조차 느껴졌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라이딩이 시작된 것이다.

길은 대부분 평지로 수월했지만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적당한 속도로 일행은 줄 지어 달렸다. 내린천을 따라가는 길이라 경치를 즐기며 달린다. 멋진 스폿이 눈에 들어오지만 아쉽게도 사진에 담을 수 없다. 달리는 중간에 멈춰 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아름다운 곳마다 쉬고 싶었다. 아쉬움을 갖고 풍경을 눈에 담으니 더 절절히 느껴진다. 다행스럽게 초보자들을 고려해서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바람이 구름을 몰아냈는지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산은 울울창창 푸르고 내린천의 계류로 파랗다. 온통 푸른색이 넘쳐난다. 나도 푸른 물이 드는 기분이다. 이 느낌을 시조로 읊어 보았다.


내린천 라이딩


바람을 가르는 길  내린천이 따라온다

파란 물 파란 하늘 나무들도 짙푸르고

내 맘도 자연에 안겨 푸른 물이 들었다.


코스가 대부분 평지로 내리막 길 위주의 길이라지만 오르막이 없을 수 없다. 힘이 들지만 함께 달리니 쭉쭉 나아간다. 지칠만 하면 쉼이 있어 주변 풍광을 즐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지평을 넓힌다. 오월의 자연을 원 없이 누린다.

산은 깊어지고 우리는 인제의 속살 속으로 들어왔다. 방동약수, 아침가리 계곡이다. 오지로 이름난 곳인데 이제는 유명세를 치른 탓인지 펜션이 많이 보인다. 때 묻지 않은 순수는 사람의 손길에 쉽게 무너진다. 붉은 아까시 꽃이 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초보그룹이라지만 뒤처지는 사람 하나 없이 유려한 진행이다. 조침령 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허벅지에 힘을 쏟게 만든다. 격려와 성원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지난한 등정을 통해 고갯마루에 섰다. 조침령은 고개가 높아 새도 한 번에 넘지 못하고 자고 갈 정도라는 의미를 지녔다. 그만큼 높은 고개를 오른 것이다.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속리산 말티고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급경사 길로 선배들은 연신 주의를 준다. 충분히 거리를 두고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고... 겁을 잔뜩 먹고 내려가는 길, 정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내리막이다. 브레이크를 살살 밟으며 내려가도 세찬 바람이 귀를 때린다. 심장은 쪼그라들었지만 기분은 기대이상이다. 마음 같아서는 속력을 내며 내달리고 싶다. 가도 가도 길이 한 없이 이어진다. 거꾸로는 절대 못 오를 길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는 오를 수 있는 능력자들이 많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걷는 것도 쉽지 않은 평범한 사람은 절대 해낼 수 없는 길이다.

조침령


조침령을 신나게 내려와 초보들은 버스를 타고 양양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리더의 제안으로 모두 다 자전거로 가기로 결정했다. 평지와 내리막길만 있어서 편히 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어디 길이 그런가! 상당한 오르막을 경험하며 속았다고 불평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그렇게 달려서 양양남대천이다. 남대천변에 큰금계국이 환상이다. 무수한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길 찬탄을 금할 수 없다. 모두 멋진 풍경에 넋을 놓는다. 한참을 감상하고 낙산해수욕장에 들어섰다. 짙푸른 바다와 흰 포말이 원색으로 빛난다. 해변의 파라솔이 그림 같다.

남대천 큰 금계국
낙산비치

버스를 타고 속초 영금정으로 가서 회정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라이딩을 마쳤다.

영금정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를 완주했다는 성취감이 가장 컸다. 달리는 내내 찬란한 오월의 자연이 우리를 반겼고 그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실컷 누린 행복한 시간이었다. 역량이 넘치는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더없이 좋았다. 행복한 추억을 선물로 받았다.


#라이딩 #내린천 #인제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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