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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03. 2024

절경이 따로 있나요? 만휴정이 그곳이죠

안동 묵계리 만휴정 정자를 찾아서

숲해설가 동기들과 백두대간 수목원 탐방길에 들른 두 번째 장소가 만휴정이다. 봉정사 극락전을 보고 난 후 곧바로 차를 달려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로 향했다.


 봉정사에서 꽤 떨어진 곳으로 바쁜 일정인데도 정자 하나 보자고 시간을 꼭 내야 하나 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있었다. 만휴정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이곳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겨우 드라마 촬영지를 보러 간다는 사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행들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해서 마뜩잖은 마음이었다. 

입구에서 관람료를 받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산길을 올랐다. 우거진 숲길은 그런대로 좋았다. 그러다 오르막 길을 한참 올라가서는 눈이 번쩍 떠졌다. 갑자기 진 경치가 나타난 것이다. 낙차가 큰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고 그 밑에는 짙푸른 소가 눈에 들어다. 바뀐 풍경 한 컷에 마음에 낀 먹구름이 한 번에 싹 하고 사라졌다.

폭포 너머에는 단아한 정자가 푸른 숲에 폭 안다.  고매한 선비가 은거한 당당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더 대단한 점은 정자를 건너는 외나무다리가 왜 그렇게 멋들어진지! 혼을 쏙 빼놓는 풍경이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다리 위에서 촬영된 한 컷이 아주 유명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쉽게도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만휴정 가는 길 중간에 간간이 드라마의 대사를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본 이들은 대사와 현장을 통해 특별한 감성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간 많은 정자를 보았지만 이곳이 가장 인상적인 멋진 다.  숲에 너른 흰 바위가 깔린  계곡에 맑은 물이 우렁차게 흐르는 만 해 충분히 좋았다. 아래로 이어지는 폭포 한 마디로 권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낙차가 큰 폭포 아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 중에 등장할 법한 푸른 연못이 절경을 빚어 놓았다. 그 멋진 경관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지어진 정자는 기막힌 선택이었다. 와보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입장료를 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라 여겨졌다. 오자고 한 동료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일었다.

이 정자는 안동 김 씨 출신의 조선시대 문신 김계행이 만년을 보내기 위해 1,500년 경에 지어진 정자다. 그는 청백리로 덕망이 높았고 그를 추모하여 지방유생들이 묵계서원을 지었다. 그의 신조인 청백리의 삶을 대표하는 문구가 계곡의 바위에 새겨져 있다.


 "우리 집에는 보물이 없으니, 보물은 오직 청백일 뿐이다."(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


그의 호도 보백당이다. 은거한 이의 높은 덕을 들으니 이곳이 더욱 의미가 느껴졌다. 다리를 건너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마음에 쏙 들었다. 아쉽게도 정자에는 오를 수가 없었다. 누마루에 누워 있으면 세월도 잊고 세상 시름도 다 사라질 것 같다. 자연을 즐길 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쓰인 건물이라고 하니 더 귀한 마음이 들었다.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불린다. 만휴정 하나만 둘러봐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겠다. 혼탁한 시대에 위정자들이 보백당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랐으면 좋겠다. 절경에 눈을 뜨고 귀한 정신으로 마음을 정결히 하는 만휴정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안동 #만휴정 #김계행 #청백리 #절경 #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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