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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06. 2024

유월의 경춘선을 자전거로 달린다

빛나는 유월을 자전거로 춘천을 찾았다

태양이 작열하는 유월에 춘천으로 라이딩을 나다. 서울에서 춘천까지는 너무 먼 거리라 경춘선 전철을 타고 대성리에서 내려 춘천역까지 가는 일정이다. 자전거로 60 킬로미터 거리다. 일행들은 모두 전기자전거고 나만 MTB 조금은 부담이 됐다.


오전 8시 20분에 회기역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했는데 지각대장인 나 때문에 상봉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야 했다.


서울 도심을 다섯이 줄지어 달렸다. 날이 쾌청하고 좋아 시내 달리는 기분도 괜찮았다. 상봉역에 도착해서 자전거는 엘리베이터 이용불가라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전기자전거는 무거워서 들고 계단을 오르기 힘들지만 내 자전거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그래서 남들이  끙끙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보며 소를 머금고 계단을 사뿐히 올랐다.

전철은 한가했다. 맨 앞 칸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우고 좌석에 편하게 앉아 대성리까지 갔다. 대성리에 하차하여 곧바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화창한 날씨라 마음도 덩달아 밝다. 기분 좋게 자전거 도로를 달려 나간다. 연도에는 개망초와 큰금계국이 만발했다. 마치 늘어서서 우리를 환영하는 인파 같다. 의외로 경작을 하지 못한 채, 놀리는 땅들이 많아 잡초로 뒤덮인 들판에 꽃이 지천이다.  한가롭고 평화운 풍경이 마음을 채운다.

한강을 따라 달리는 기분은 최고였다. 아드레날린이 솟아나 큰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푸른 강물에 빛나는 태양, 그리고 수려한 산의 자취가 달리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강한 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다.

자전거로 달리주변 풍광을 눈으로는 맘껏 즐길 수 있지만 사진에 담기 려워 항상 아쉽다. 재주가 좋은 이들은 달리면서도 사진을 잘도 찍던데 나는 그런 기술은 없다. 그래서 '쉬고 갑시다'를 연발해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주변 경치를 아쉬운 대로 사진에 담다.


가는 곳마다 뽕나무에 오디가 주렁주렁 열렸고 열매가 익을 대로 익어 저절로 떨어져 땅을 검게 물들이는 중이다. 생각 같아서는 보이는 쪽쪽 그때마다 멈추고 까만 오디를 맘껏 따 먹고 싶은 데 그럴 수 없다. 오디를 딸 목적으로 이 길을 간다면 한 자루는 거뜬하게 딸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고 아까워라!"만 반복하며 달다.


출발하기에 앞서서 이삭토스트를 하나씩 먹어서 배가 든든했지만 중간에 자라섬에 들러 간식 시간을 가졌다. 자라섬에 꽃 축제 중이어서 들러 볼 수도 있었지만 아내와 올 계획이어서 입구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도 오디가 보여서 한 주먹을 따다 일행과 나눠 먹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흰구름이 유난히 파란 하늘에 도드라져 천공의 섬 라퓨타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도 자전거는 말썽이었다. 잘 달리다 오르막도 아닌데 자전거가 나가지 않는다. 결국 멈춰 서서 점검해 보니 유압브레이크가 문제였다. 앞바퀴가 아예 굴러가지 않았다. 허허벌판에서 멈춰 서니 무더위가 엄습했다. 앞서 간 일행들이 되돌아왔다. 이것저것 만져봐도 소용이 없었다. 한 친구가 스패너를 꺼내와 조인 부분을 풀어주니 거짓말처럼 바퀴가 움직였다.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진 길은 더 가벼운 주행이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니 힘든 것은 잊히고 잘 달리는 것만 부각되어 활기찬 걸음으로 달렸다. 의암호에 도착해서 수변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넓고 푸른 호수에 마음이 다 시원하다. 호수 위 데크길을 달리며 라이딩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신매대교를 지나 공지천을 끼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소양강 처녀가 우리를 반긴다. 새로 건설된 스카이 워크도 보인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닭갈비 식당에서 풀었다. 매콤한 닭갈비는 왜 그렇게 맛이 있는지 입안 가득 행복이 넘친다. 배를 원 없이 채우고 춘천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귀경길에 오른다. 전철 안에서 졸다가 글을 쓰다 오늘 하루가 저문다. 건강할 때 후회가 없도록 마음껏 다녀 보리라.


#라이딩 #경춘선 #자전거도로 #춘천 #대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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