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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11. 2024

노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물고기 잡고 다슬기 줍고

아이쿠! 개울물에 거꾸로 처박히며  비명을 른다. 에 들어자마자 러운 돌을 밟다. 옷은 물에 홀딱 젖었지만 재빠르게 손 짚어서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고 손바닥이 좀 쓸렸을 뿐 다행히 치지 않다. 아픔과 부끄러움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천렵을 한답시고 물에 들어가서 벌어진 상황이다.


친하게 지내던 분이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에 땅을 구입해서 몇 번 들른 적이 있다. 땅을 놀리면 안 된다고 들깨를 심을 때는 손을 보기도 했다. 그 후로  한동안  뜸하다 오랜만에 그곳에서 만다.


천 평이나 되는 넓은  밭은 대부분 잡초가 무성했고 일부 경작하여 옥수수를 비롯해 토마토, 가지, 오이, 상추, 열무 심었. 전에는 출입구도 없는 맹지였는 데 길이 났고 건축허가를 받아 집을 지을 예정이고 한다.


처음 계획으로는 밭일을 거들고 그곳에서 기른 채소를 얻고 가평 자라섬 꽃축제를 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사는 그분의 친지계획이 틀어졌다. 분 밭에서 오디 따고 개울에서 다슬기와 물고기를 잡기로 한 것이다.


나는 자연에서 수렵채집하는 일을 심하게  좋아한다.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은 그간 거의 해보지 못한 놀라운 일이라 흥분이 되었다. 다슬기 많이 잡아 본 경험이 있어 대가 컸다. 개울에 그물을 치는 것도 난생처음이다. 

다슬기

과연 물고기가 잡힐까 우려를 했는데 거짓말처럼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들었다. 신이 난 나머지 환호가 저절로 나왔다.  났다. 그물에서 고기를 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요령이 필요했고  보여주는 그대로 따라 머리부터 그물에서 밀어냈더니 기가 다.  연달아 걸려들어  옷이 다 젖은 줄도 르고 뛰어다녔다. 꽤 큰 물고기가 두 마리나 걸려서  흥분으로 서두는 바람에 고기가 그물 벗어나자마자 손에서 쏙 빠져버린다.  황망 조심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다른 물고기를 빼내려다 똑같이 놓쳐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내아이가 내게 바보라고 외친다. 그렇게 나는 바보가 되었다.


사장님은 큰 망치도 가지고 나왔다.  바위 밑에 숨은 물고기도 잡을 요량이다. 실제로 바위를 망치로 내려치니 물고기가 기절해서 배를 드러낸 체 떠오른다. 신기해서 나도 따라서 해보았다. 작은 물고기지만 두 마리나 그렇게 잡았다. 간이 다슬기도 보인다. 많지는 않아도 바위에 붙은 녀석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 더 깊은 곳으로 가서 어느 정도 물고기를 잡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미련이 남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더 망치질을 해본다. 더 신이 난 것은 처음  하는 사람치고 잘한다는 말이었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 다 젖은 채로 저녁 준비를 도왔다. 다슬기로는 아욱 된장국을 끓이고 민물고기는 매운탕이 오늘 저녁이다.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적당히 데쳐서 이쑤시개로 알만 꺼낸다. 자주 해본 일이라 능숙다.


매운탕은 매콤하고 시원했고 다슬기 된장국은 부드러운 아욱과 어울려 깊은 맛이 났다.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농막이라 재료도 변변찮은 데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재주 많은 친지의 리드로 노래방이 열렸다. 외진 곳이라 소음 걱정은 없단다. 귀가 찢어지게 큰 반주와 기타 연주로 저마다 노래 솜씨를 뽐낸다.

농막의 노래방

놀라운 하루가 저문다. 돌아오는 길에 상추와 쑥갓을 한 보따리 따서 집으로 향했다. 밤 열 시가 지난 시각이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은 노는 재주가 놀랍다. 하루를 흐뭇하게 잘 놀았다.


#천렵 #다슬기 #개울 #놀이 #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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