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사람됨이 갓난아이 같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관계에서 자애스럽고 겸손하고 다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다투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일까?
노자의 말처럼 갓난아이 같아지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천진하고 순수하며 때 묻지 않은 마음 그리고 사랑의 샘이 되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물과 같은 부드러운 마음을 지닌다면.
다혈질인 나는 쉽게 흥분하고 말이 급해 거칠게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실수가 많다. 오늘도 두 가지 소동으로 마음이 우울하다.
요즘 우리 사회의 예민한 화두인 의사 파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흥분하여 내입에서 극단적인 표현이 튀어나왔다. 모든 문제는 상대적이다. 옳고 그름이 공존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한쪽을 매도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말을 한 나도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대방이 그만 하자는 말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그 무게를 알면서 너무 쉽게 가벼운 말이 남발되는 이유는뭘까? 혀는 절대 길들이지 못하는 악이라는 성경말씀이 뼈를 때린다.
두 번째 소동은 타인과 소통에서 빚어졌다. 오지랖으로 표현되는 앞서 나가는 행동이 빌미가 되었다. 편하다고 여겨지면 편하게 말이 나간다. 공문을 작성할 일이 생겼는데, 잘할 자신은 없고 누군가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누구도 나서지 않아 성격 급한 내가 나섰다. 후배 중에 행정 지원업무를 많이 한 친구가 생각이 나 곧바로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단순한 일이라 쉽게 응락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반응이 생각한 것과 달랐다. 워딩 한 지 오래라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마음에 마땅치 않았고 많이 실망이 되었다. 곧바로 알았다고 끊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거기서 일단락된 줄 알았다. 조금 있다가 톡이 왔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기분 나빴다는 내용이다.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잘 안다고 함부로 대해서 안된다는 사실이 바로 떠올랐다. 친할수록 예의를 더 지켜야 한다는 말에 생각이 미쳤다. 운전 중이라 간단히 회신을 했다. 대화중이어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이치를 통달해서 듣는 대로 다 깨우칠 나이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성질머리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제쯤 느긋한 성품을 가질 수 있을까?
템포를 조금만 늦춰도 좋을 텐데 무에 그리 바쁘고 급한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안다는 사실이다.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점이다. 오늘 일로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