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Jul 14. 2024

아들과 함께하는 일본 여행 1

오사카, 교토, 나라를 가다

오랜만에 외유를 나간다. 아들과   단 둘이 하는 일본 나들이다. 짧은 3박 4일 일정으로 오사카, 교토, 나라를 들를 예정이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들도 못지않다. 다른 듯  닮은 점이 많다.  아들이 티켓부터 숙소까지 알아서 정했다. 장성한 아들을 둔 작은 기쁨이다. 


이 여행은 오래전부터 아내가 원한 것이다. 아들과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으로 좀 더 친밀한 부자관계를 맺기를 바랐다.

아들이 성년이 되어서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다. 평소에 친구처럼 투닥거리며 지내고, 여부자처럼 서먹하거나 하는  거리감은 없다. 둘만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나섰다. 나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나와는 다르고 또 내가 모르는 면을 새로 알 수 있는 시간도 될 것이다. 아내는 둘이 싸울까 봐 걱정도 슬쩍 내비쳤지만 말이다.

오사카도심 야경

여행 전날 밤, 내 여권이 보이지 않아 야밤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항공권 예매할 때 아들이 꺼냈고 그다음에 내가 챙겨서 서랍에 보관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여권도 함께 없어져 온 집안을 뒤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이러다 여행을 못 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일었다. 평소 책상을 제대로 정리하질 않아 책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어서 책 사이에 끼어있거나 쓰레기로 휩쓸려 버린 것 같았다. 한 시간여를 뒤져도 소용이 없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평소 보관해 두었던 화장대 서랍을 마지막으로 열어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아내가 그 여권을 이미 봤지만 유효기일이 지난 것으로 오해를 해서 찾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난리를 피우고 짐을 꾸리니 새벽  두 시가 훌쩍 지났다. 허점이 많은  삶이라 순탄치 않은 출발이다.


인천에서 한 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오전에 근무해야 하는 아들은 먼저 집을 나서 공항에서 일을 하다 가는 것으로  나는 뒤에 따로 갔다.


오래간만에 여행용 가방을 끌고 집을 나서니 기분이 묘했다. 혼자 가니 더 그랬다. 외유라지만 친숙한 나라이고 제주도만큼이나 가까우니 큰 설렘 없었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갈아타야 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고 집중해서 쓰다 보니 하차역을 지나쳤다. 한두 번 경험한 일이 아니라 헛웃음이 나왔다. 되돌아 인천공항에서 아들을 만났다.

오사카역 광장
오사카 야간 도심

여행인파를 보게 되니 여행의 실감이 났다. 일본 입국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온라인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아들이 핸드폰에 빠졌다. 뭐가 잘 되지 않는지 헤매는 모양새다. 아들도 나만큼이나 소프트웨어에 취약하다. 전에 갈 때 이리 복잡한 절차가 없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메일을 새로 만들어서 해야 된다고 덩달아  바빠졌다. 나중에야 입국 시 작성하면 되는 간단한 서류를 그렇게 시간을 들여한 것이다. 드는 시간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싸우게 될 테니...

도톤보리

그렇게 비행기를 탔다.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개념이 없는지 다리를 쩍 벌려 내 칸을 침범해서 앉았다. 좀 있으면 제대로 앉으려나 했더니 계속이다. 하는 수 없이 다리를 치우라고 했더니 아무 말 없이 제대로 앉는다. 향수도 내게는 고약해서 머리도 아팠다. 출발이 영 시원치 않다. 비행기는  무려 한 시간이나 지연 출발을 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도 시련은 이어졌다. 에스칼레이터가 도중에 멈춰 사고가  날뻔했다. 후에 승객 하나가 다친 것 같았다. 교통 카드를 구매하고 충전한 뒤 난바행 특급 전철을 탔다. 설상가상으로 도중에 전철이 멈췄다. 영문도 모른 체 내려야 했고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고 두 번이나 환승을 했다. 환승할 때마다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일본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더 화가 난 것은 환승할 때마다 요금이 자감 되어 3천 엔을 충전했는데 600엔 밖에 남지 않았다. 완전 날강도가 따로 없다.

도톤보리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아들이 먹고 싶은 장어 덮밥집을 찾아 저녁을 먹었다. 고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가격은 싸지 않았다. 큼지막한 구운 장어와 큰 계란말이가 고봉 볶음밥 위에 층층이 얹어져 산더미같이 같다. 나는 소고기 덮밥을 주문했다. 막상 맛을 보니 고기는 질기고 장어는 짜고 반찬은 눈곱만치 주고.... 더구나 음료수는 의무적으로 주문해야 했다. 맛이라도 좋았으면 좋으련만 그 대가는 무려 7천 엔! 첫날이 너무 씁쓸다.

오사카 도심

밥을 먹은 후에는  밤이 깊어 오사카 야경을 볼 수밖에 없었다. 오사카역  규모가 어마어마다. 역 인근에는 젊은이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곳 분수도 독특다. 여유로움이 풍겨나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우메다 공중 정원 인근과 도톤보리에 들렀다. 도톤보리에는 인파가 넘쳤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쏟아졌는지 놀라웠다. 아들은 장어덮밥을 남겨 주먹밥으로 들고 와 부족하다며 편의점을 털어 야식을 먹고는 운동한다며 뛰러 갔다. 그래서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행 하루가 지났다.

우메다 공중 정원



#여행 #일본여행 #오사카 #교토 #나라 #아들

매거진의 이전글 연꽃이 불 밝히는 세미원의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