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휘날레는 유서 깊은 나라의 도다이지다. 우리 말로는 동대사로 꽃사슴과 청동대불로 이름난 명소를 둘러본 소회는 놀라움이었다.
대불전
수많은 사슴들이 진 치고 있는 희귀한 광경이 신기했고 가람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깜짝 놀랐다. 일본 사람들은 적당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듯 사슴들도 셀 수 없이 넘쳐났고 전각의 규모는 상상이상이었다. 그곳에 안치된 불상의 크기도 압도적이었다.
도다이지는 순수한 일본산이 아니다. 신라, 백제, 송나라 기술자들을 주축으로 건축되었다. 오래전부터 문호를 개방하여 선진 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그들의 진취적 사고가 부럽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하는 일본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대불전은 최초로 758년에 준공되었다. 두 번의 연이은 화재로 소실되어 1709년에 재건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도 대단한 규모지만 헤이안 시대보다는 축소되었다고 하니 그 먼옛날 이토록 대단한 건축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더구나 재건된 대불전은 지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근래에 들어 현대의 수많은 공법으로 보강을 했다고 하니 그 당시의 건축술이 얼마나 놀라웠는지를 알 수 있다.
도다이지는 나라박물관을 필두로 잔디 광장이 드넓은 곳에 자리 잡았다. 무리 지어 쉬고 있는 사슴들 주위로 사람들이 빙 둘러 진을 쳤다.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광경이지만 사슴들은 이력이 난 듯 사람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게 앉아 있는 모습도 특이하다.
도다이지로 가는 길에는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절 초입에 대로가 펼쳐졌다. 사슴들은 어김없이 어슬렁 거리며 거리를 활보한다. 나라공원에서는 우리가 산 전병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곳 사슴은 걸신들린 듯 주는 대로 다 먹는다. 아들은 신이 났다. 그 장면을 동영상에 스냅사진까지 담아내느라 내가 바빴다.
절의 출입구에 말 그대로 대문이 포진했다. 남대문이란다. 높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문의 양식이 다른 전각들과 달리 색다르다. 송나라 양식으로 우리나라 궁궐 문과 닮았다. 거대한 문의 크기가 사람들을 압도한다. 덩달아 좌우의 금강역사상도 무지하게 크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다 거대하다.
남대문과 금강역사상
도다이지 잔디밭의 색상이 유독 선명하다. 비 온 뒤 물을 실컷 머금은 까닭이다. 절을 두른 회랑과 전각이 푸른 잔디밭과 잘 어울린다.
대불전 입구에 큰 청동향로가 놓였는데 부조가 세밀하고 아름답다.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는데 절이 처음 세워질 당시의 유일한 유물이고 일본 국보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세심하게 관찰한 보람이다.
청동향로의 부조
대불전의 규모도 세계 최대 목조 건물답게 어마어마하다. 대불전에 입장하려면 표를 구매해야 한다. 아들은 내부에 관심이 없다고 혼자 다녀오라고 해서 느긋하게 돌아보았다.
대불전에 안치된 불상은 청동 비로자나불로 높이 14.9 8m에 무게 452t의 거대한 크기다. 전란으로 여러 번 소실되었고 지금의 불상은 1691년에 제작된 것이다. 대불의 받침대는 창건 당시 그대로 남아 아름다운 부조가 지금도 선명하다. 초월적인 존재가 신앙의 대상이니 압도적인 규모 불상은 자연스러운 믿음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좌우에 관음과 보살 그리고 뒤편의 천왕상도 세밀한 조각으로 눈길을 끈다.
비로자나불
관음과 보살
천왕상
절 내부의 부속품들도 대불의 규모에 맞춰 크고 아름답다. 대불전 지붕의 금빛 치미의 크기도 대단하다.
내부를 한 번 더 돌아보며 나왔다. 대불전에서 바라보이는 남대문의 풍경도 날렵해 보인다. 나오면서 처마를 세심히 보았다. 거대한 지붕을 지탱하기 위한 포가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었다. 대불전을 나서서 되돌아본 경관도 장관이다. 대불전에 이어진 회랑의 경사진 지붕과 붉은 기둥들도 인상적이다.
남대문
회랑
엄청난 크기에 압도당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만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강력한 힘을 지닌 절대자에게 의지하고픈 사람들의 간절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도다이지는 일본을 대표할만한 확실한 관광지다. 유산을 잘 보전했을 뿐 아니라 잘 관리하고 가꾸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고 부럽다. 건물 자체도 대단하지만 주변 풍치도 뛰어나고 부차적으로 사슴들이 노니는 광경은 확실히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관광지에서 그들의 뛰어난 상업정신을 만난다.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