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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l 23. 2024

일본 여행에서 만난 멋진 풍경

아들과 일본여행기 7

도다이지 대불전 내부를 찬찬히 돌아보고 밖에서 기다리는 아들을 만났다. 함께 관람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도다이지는 넓은 장소여서 전각들이 산재해 있다. 들어올 때와 다른 길을 택해 나오다 전각 안에 모래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허식을 극도로 억제한 정신적인 면을 부각한 일본 특유의 모래 정원이다. 티켓을 끊어야 해서 입구에서만 봤다. 나무와 풀이 없는 공간도 정원이 되는 신기한 장면이다. 절제되고 간결하고 정돈되어 긴장감 마저 흐른다. 형식이 우선이고 강조되는 단면이다. 전각 지붕을 장식하는 조각들도 독특하다. 귀신이나 도깨비 그리고 괴물의 형상이 유독 많은 점도 일본 문화의 한 특징이다. 빈번한 자연재해로 불안한 심리가 녹아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다 대밭을 만났다. 대나무 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뭐든 크고 잘 자라는 환경이 부럽다. 지진의 위험이 늘 있지만 온천이나 풍요로운 숲은 축복이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자연의 모습이다.


나라 시가에는 일본 전통 가옥이 산재해 있다. 출입문에도 전통이 그대로 남아 정겹고 집을 두른 담도 예쁘다. 잘 정비된 개울에 맑은 물이 흐른다. 도다이지 근처에 명소들이 산재해 있다. 미술관도 있고 유명한 정원도 있었지만 다 돌아보기는 어려워 아쉽다.

미술관

나라 고속버스터미널에 스타벅스가 있고 식당도 있어서 들렀다. 세련되고 모던한 건축물이 아름답다. 건물 내부에 나라를 상징하는 사슴 조형물이 있고 나무로 조성된 울타리와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머무는 이들이 참  편안해 보인다.


점심 식사 후 도다이지 인근 숲을 찾았다. 가스가타이샤 신사를 돌아볼 요량이었지만 숲에 매료되어 숲길을 그냥 걸었다. 세계적으로 숲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가 일본이다. 어디나 울창한 숲이 있다. 몹시 부러운 대목이다. 걷다 보니 일본 애니에 등장하는 동화 같은 숲이 펼쳐져 있다. 연못에는 백로가 머물고 푸른 잔디밭에는 사슴이 노닌다. 바라만 보아도 평화로운 풍경이다. 연인도 관광객들도 벤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아들

숲을 거슬러 올라가니 잔디 광장이다. 고운 녹색의 향연이다. 잔디밭에는 사슴과 사람들이 한가롭다. 눈이 찬물에 씻은 듯 아주 시원하다. 교토와 나라를 오갈 때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기모노를 착용한 외국인들이 보이지만 일본 사람들도 많다. 그 차이는 신발에 있었다. 외국인들은 운동화나 구두를 신었지만 일본인들은 전통적인 게다를 신었다. 전통을 중시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이곳 잔디 광장에서 기모노를 입은 젊은 한 쌍이 눈에 띈다.

녹색의 잔디를 바탕으로 하얀 후리소데를 입고 머리에 꽃장식을 한 청순한  아가씨와 검정 하오리에 쥐색 하까마를  입은 푸릇푸릇한 청년 전통우산을 들었다. 검정 상의에 흰 우산, 흰 옷에 붉은 우산 잘 어울린다.

청춘의 남녀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데 전통 복식으로 단장해 놓으니 그야선남선다. 그 광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뭇한 풍경에 마음이 가볍다.  우리를 배웅하는 느긋한 사슴의 시선이 부드럽다.  

여행의 일정을 마치고 나라에서 교토로 넘어오는 기차에서 이라크 청년들을 만나 즐거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해외여행에서 외국인들과 교류하는 것은 여행의 특권이다. 그들은 두바이에 근무하는 의사들로 서울과 두바이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아들과 함께 한 의미가 컸다. 몇 가지 일로 다투기도 했지만 아들의 몰랐던 면들을 새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들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기자기한 추억은 덤으로 남았다.


#일본여행 #나라 #기모노 #정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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