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이 출간한 책을 선물로 받았다. 파워블로거인 밤호수님의 '안녕, 나의 한옥 집'이다.
근자에는 브런치에 주로 글을 쓰느라 블로그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래도 간간이 블로그에 글도 발행하고 때로는 방문을 하다 우연히 밤호수님의 글을 접했다. 이번에 자신의 책을 개정 발행하고 책을 증정한다는 소식이었다. 예전부터 작가님의 깊이 있는 글이 좋았고 관심이 있어서 흔쾌히 신청을 했다.
밤호수님과 친밀한 이웃이 아니었기에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염치없다는 말로 작가님의 책을 읽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기쁘게도 작가님은 흔쾌히 답을 주셨다. 서명은 못해주지만 잘 읽으라는 다정한 글이었다. 그렇게 책을 받았다.
고운 초록빛 커버의 단아한 책이 내 품에 안겼다. 표지만큼이나 푸릇푸릇하고 정겹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책 선물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여행을 동행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그녀가 맛보았던 행복한 기억들이 내게도 물이 스며들듯 잔잔히 가슴을 적셨다.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을 풍성하게 지닌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책을 읽은 후 느낀 첫 소감이다. 글을 읽는 내내 "내게도 어린 시절의 환상적인 순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와 함께하는 행복한 추억의 여행이었다.
작가는 충남 공주의 한옥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심은 그녀가 살았던 한옥이다. 한옥은 그녀에게 어린 시절의 유토피아다. 한옥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누에가 실을 풀어내듯 꼼꼼하게 들려주는 데,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진다. 공주의 멋과 깊이를 담은 글을 읽고 공주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야기의 힘이다.
능소화
자애로운 할머니와 학교 교사를 하며 자녀들을 키워낸 억척스러운 어머니, 그리고 티격태격하며 지내온 언니들과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마치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 못지않게 흥미롭다. 그녀가 얼마나 말썽쟁이였는지 솥뚜껑에 데고 붕대를 감은 채 팔까지 부러진 에피소드는 삼자인 내가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기막힌 상황이다. 주변 가족들이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면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먹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전통적인 먹거리 추억도 입에 침이 돌게 만든다.
꽃무릇
한옥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그곳에 살았던 이들이 아름다웠던 까닭일 게다.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살림을 돕던 언니 그리고 자매들이 더불어 살아가며 빚어내는 무지개 빛깔의 일상들이 한옥집을 아름답게 채색한 것이다.
그녀는 정말로 복 받은 사람이다.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마음껏 누렸다. 그래서 아무나 경험하고 맛보기 어려운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이것은 단지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아우르는 사랑이 그 중심이 되었던 까닭이리라. 핵가족으로 점점 더 소외되어 가는 이 시대에 작가의 따스한 유년의 기억은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참 아름다운 책으로 내 마음도 흐뭇하다. 참으로 귀한 선물을 주신 임수진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