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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08. 2024

자연의 밥상을 즐기는 여름

진안을 찾아 자연밥상을 즐기다

진안에서 맞는 밤은 도심과는 다르다. 건물에서 뿜어내는 조명이 없기 때문에 불을 끄면 그야말로 칠흑의 밤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숙면에는 분명 도움이 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잠이 들었다.


황토로 지은 집이라 흙냄새가 난다. 천정도 편백나무로 마감이 되어 몸에 좋은 환경이어서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다. 맑은 공기도 한몫을 할 것이다. 심한 무더위지만 산속이라는 환경이 온도를 떨어뜨려 견디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새벽에는 한기도 느꼈다. 밤에는 할 일이 없는 산골 덕분에 10시 이전에 잠을 잤다.


이웃이 늦게까지 떠들어 새벽녘에 깨는 일이 있었어도 비교적 숙면을 해서 일찍 일어났다. 주위에 높은 산들이 둘러있고 그곳 산허리에는 임도가 개설되어 높은 산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약 두 시간 소요되는 거리지만 온전히 새벽 숲길을 맛볼 수 있기에 함께 새벽 산책을 나섰다.


산초입까지 차 한 대로 이동해서 새벽이슬을 머금은 산길에 들어섰다. 폭우로 길이 유실된 탓에 오르는 길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동행한 한 분이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걷고 싶어 했다. 포장되지 않은 길이 나오기를 바라며 청초한 새벽 산길을 성큼성큼 걸었다.


이곳에는 자연산 두릅이 천지다. 원래 두릅은 초봄에 새순이 싹트는 것을 나물로 먹지만 한여름에도 어린순 한 가지는 여름두릅으로 먹을 수 있다. 어린 순을 따려고 장갑과 가방을 준비해서 앞장서서 걸었다. 두릅은 많았지만 꽃봉오리를 달고 있어서 어리고 부드러운 순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간간이 어린  순이 하나씩 눈에 들어와 가지 하나씩 따내며 걸었다.

누리장나무
사위질빵

한여름의 산속에도 야생화가 피었다. 진한 향을 토하며 꽃을 피우는 누리장나무가 있고 덩굴을 휘감으며 하얀 꽃을 피우는 사위질빵도 한창이다. 누리장나무의 진한 향기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맑은 공기와 꽃향기 그리고 새소리가 조화로운 아침이다.


안개가 끼어 전망이 흐리다. 가장 높은 산이 운장산인데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 얼굴을 씻었다.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맑고 차가운 물이 시원하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물이라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을 맛본다.


그렇게 산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꽤 긴 산길을 걸어서 시장기가 느껴진다. 아침은 어제저녁에 구워 먹고 남은 돼지고기로 김치찌개를 했고 산책하며 채취한 두릅을 데쳤다. 마당에 풀이 많이 자라 예초기로 깨끗하게 정돈을 했다. 풀을 벤 자리에 민들레가 다시 자라났다. 봄에 자라난 새싹처럼 연해보이는 잎들을 잘라다 겉절이를 누나에게 부탁했다. 원래 쓴 맛이 강하지만 어린잎이라 먹을만했고 식감이 좋았다. 아삭이고추도 따서 아침식탁에 올렸다. 봉학골에서 잡은 가재도 볶았다. 곡성에서 나는 향기로운 백세미로 밥도 지었다. 그렇게 한 상을 차려내니 한정식이 부럽지 않은 풍성한 식탁이 마련되었다.

자연식탁

고추를 갈아 만든 쌈장에 데친 두릅을 찍어 먹었다. 봄에 맛보는 두릅의 맛과는 달라도 충분히 두릅 본연의 맛이 있었다. 민들레 겉절이는 씁쓸한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입맛을 돋우어 주었고 어린잎이 주는 식감이 최고였다. 고추와 된장을 넣어 기름에 볶아낸 가재는 고소하고 바삭해서 먹는 즐거움이 컸다. 불맛을 입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가 어우러진 김치찌개도 연신 숟가락을 불렀다. 아삭이 고추는 시원하고 달콤했다.


집 앞 베란다에 식탁을 차리고 주위를 호위하고 있는 깊고 푸른 산을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했다. 시장한 뒤라 음식들이 전부 입에 달았다. 자연에서 바로 얻은 신선한 식재료들로 구성된 자연밥상이다. 두릅도 민들레도 입맛을 돋운다. 신선한 공기와 자연 풍경도 자연의 맛을 더한다. 자연에 가까울수록  건강도 따라온다. 자연이 베푸는 은혜다. 건강을 먹는 기분이 바로 이맛일 게다.


#자연밥상 #여름휴가 #시골 #두릅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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