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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08. 2024

여름의 맛 호박잎 쌈

한여름의 별미를 찾아서

내게 즐기는 여름 음식 몇 가지가 있다. 아주 토속적인 입맛이라 사람들이 수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구마줄기 된장 무침이 하나고 다음은 호박잎 쌈이다. 평소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고 야생에서 직접 뜯은 나물들을 먹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물을 뜯을 수 있는 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고구마 줄기 무침

서울에서는 제대로 된 호박잎을 만나기 힘들다. 노지에서 자라는 호박잎이라야 육질이 두껍고 깊은 맛이 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호박잎은 재배용이라 그런지 잎도 작고 잎의 두께도 얇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거라도 어디인가 하는 마음으로 사서 먹는다.

교회 뜰에 핀 박하꽃

이번 여름휴가에서 오매불망 그리던 제대로 된 호박잎을 만났다. 휴가 말미에 암투병하고 있는 친구를 방문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연치유를 하는 중이다. 전북 장수의 청정지역에서 교회를 섬기며 자연식을 통해 건강을 돌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건강한 모습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가 섬기는 교회를 방문했다. 그곳에 교회 텃밭이 있었다. 친구의 외삼촌이 밭을 가꾸시는데 연세가 무려 90이 넘었다고 한다.


밭에는 온갖 작물이 풍성했다. 옥수수, 고구마, 호박, 오이, 고추, 들깨가 튼실하고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농사 기술도 뛰어나지만 몇 년 묵힌 밭이어서 땅이 아주 기름진 결과라고 했다. 친구가 마음껏 따가라고 해서 호박잎을 땄다. 어찌나 생육이 왕성한지 밭두둑을 탐스런 호박잎들이 뒤덮고 있다. 여린 잎을 따야 해서 줄기 끝을 찾아 한 잎씩 딴다. 줄기 표면에 가시들이 나서 상당히 따갑다. 가위를 가지고 잘라내는 것이 편했다. 줄기 하나에서 너무 많이 따는 것은 곤란하다. 적당하게 채취해야 잎을 딴 후에도 호박이 건강하게 자란다. 그래서 새 줄기를 찾아 왔다 갔다하며 원 없이 호박잎을 뜯었다. 한 박스를 채우고도 더 따고 싶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통통하고 기다란 고구마 순도 실컷 땄다. 욕심껏 채취를 해서 아주 뿌듯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호박잎 쌈

호박잎을 먹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호박잎을 다듬어야 한다. 줄기 끝을 꺾어 실을  뽑듯 돌아가며 줄기를 벗긴다. 거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 잎이 부드러워진다. 그다음은 물로 깨끗이 씻어 찜기에 잎을 쪄낸다. 찔 때 중요한 점은 푹 찌는 일이다. 제대로 찌지 않으면 거친 식감으로 맛이 떨어진다.

이렇게 쪄 잎은 밥도둑이다. 일반적으로 강된장을 만들어 쌈을 먹지만 나는 다르게 먹는다. 따로 양념장을 만든다. 멸치액젓을 베이스로 물을 넣고 청양고추, 양파를  다져 넣는다. 거기에 고춧가루와 참기름과 깨소금을 더한다. 짜지 않게 자작하게 만들어 듬뿍 넣어 쌈을 즐긴다.


짭조름하고 고소하고 감칠맛 넘치는 양념과 부드럽고 연하고 은은한 맛을 가진 호박잎과 밥의 조화는 입안에 행복을 선사한다. 밥 한 그릇을 자리에서 뚝딱 해치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북 장수 / 동화댐

격려차 친구를 방문했으나 오히려 격려를 받고 자연의 선물을 한 아름 받았다. 무염식 식사를 함께 나누며 건강에 대해 많은 지혜를 들을 수 있었다. 적당히 먹고 잘 씹고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한 삶의 기본이다. 또한 투병을 고난으로 여기지 않고 감사함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도 큰 도전이 되었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기가 쉽고 자만하는 태도를 지니기 쉽다. 아프게 되면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친구를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친구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 호박잎을 맛보며 건강한 날들의 소중함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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