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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XIS GROUP EXHIBITION

ART SPACE HOHWA 그림 전시를 보며

by 정석진

기분이 좋을 때보다 감동할 때 우리 몸이 느끼는 쾌감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다이놀핀(다이돌핀은 잘못된 용어란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데, 알려진 것이 다 맞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 정보라고 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조심해야겠다.


어쨌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만나는 것은 삶의 기쁨이자 활력소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괴로운 일이나 힘든 일이 끼치는 결과보다는 우리 몸에 이로울 것이다.

그런데 감동을 받게 되면 자잘한 즐거움 보다 더 크고 풍부한 감정으로 우리의 정서에 당연히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여운도 오래간다.


물론, 주변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일어난 일들로 영향을 받지 않고 요동이 없는 담담한 삶의 방식도 나쁠 것은 없다. 진중한 삶의 태도로 보이지만 내게는 그다지 끌림은 없다. 근본적으로 생기 있고 밝고 활기찬 생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오늘 삶에서 받은 감동은 그림이었다.


은행동우회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강의가 있어서 시내에 나갔다가 행사가 끝나고 짬을 내어 서울프레스센터에 있는 ART SPACE HOHWA에 들렀다.

늘 드는 생각은 이곳에서 기획하는 전시는 언제나 개성이 있고 역량 있는 작가들 작품을 전시하여 보는 기대가 크고 결과는 항상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이재현 작 꽃밭
꽃밭 부분
꽃밭 부분

화랑 입구에서 만나는 대형 화폭의 그림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밝은 노랑이 주된 바탕인 작품은 시선을 강탈하며 그림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꽃밭인 듯, 숲인 듯, 바닷속 산호초 세상 같은 구상과 비구상이 혼재되어 신비한 신세계가 펼쳐졌다. 아! 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이재현 작가의 꽃밭이다. 한참을 바라보다 더 큰 기대감을 안고 본 전시실로 들어섰다.


이번 전시는 그룹전으로 주제는 PARAXIS다.

화랑 내부
화랑내부

"PARAXIS는 점근축이라는 광학용어로 렌즈와 대상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공간을 뜻한다.

실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실재와는 다른 모호한 장소인 것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침투하여 숨겨진 세계를 지금 이곳에 불러내고자 하며 이를 통해 낡은 실존에서 탈출해 세계에 대한 신선한 자각을 선사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전시회에 대한 설명을 보고 각기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 하나의 주제로 발제하는 기획자의 창의력이 또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이재현 작가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술을 한 특이한 경력이 있어서 인지 자세히 보면 꽃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이 보여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은 홀로그램처럼 사람들이 겹쳐지고 바탕과 동화되어 기이한 느낌도 있다. 특히 검은 꽃은 검은색을 바탕으로 한 밤에 야광 같이 빛나기도 하고 꿈속 공간처럼 강렬한 환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재현 작 검은 꽃
이재현 작 꽃밭
이재현 작 꽃밭속의 형상

하지훈 작가의 그림도 아주 독특하다. 각진 보석이 영롱하게 빛나는 형상을 잘 표현하여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푸른 보석, 붉은 보석, 그리고 원색이 아롱지는 색채가 황홀하기조차 하다.

하지훈 작 Gemstone isle1(MontBlanc)
하지훈작 Nightscape#26
하지훈 작 Wildflower#19


홍성준 작가의 그림은 화폭을 분할하여 추상을 보여주지만 들뜨게 함으로써 규칙을 깨뜨리는 발랄함도 담았다. 특히 일렁이는 파도에 반짝이는 윤슬을 그린 작품은 빨간색과 노란색을 덧대 단조로움을 깨뜨리고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화폭을 분할하고 들뜨게 해서 정형과 획일에 변화를 주었다. 그런 효과들이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창의 역할을 하며 묘하게 그림에 주목하게 만든다.

홍성준 작 Study Layers 63
홍성준 작 Study Layers 40
홍성준 작 Study Layers 55
홍성준 작 Study Layers 56

마지막으로 김혜리의 작품은 소위 '이발소 그림'들을 모아 콜라주처럼 합쳤다.

그림들은 제각각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구도에 변화를 주면서 그림 속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단지, 그림들을 모아 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타원형의 검은 모양을 배치하고 물방울도 그려 넣어 실경에 추상이 담겨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작품은 그림들을 비틀고 오려내고 붙이고 분할하여 배치를 함으로써 화폭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환상세계를 연출한다. 눈에 익은 그림들이지만 배치로 인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김혜리 작 환상적 환상
김혜리 작 Untitled illusion
김혜리 작 Untitled illusion 부분
김혜리 작 Untitled illusion 부분
김혜리 작 Untitled illusion 부분

독특한 그림의 세계에서 한바탕 놀다 현실로 돌아온다.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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