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기는 지겨운 운동일까?

계단 오르기를 하며 긷는 생각 하나

"오늘이 내일을 위한 준비는 아니었으면 해요.
오늘은 오늘의 나를 위한 시작이었으면 해요.
전승환 < 나에게 고맙다> 중"

오늘은 내일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오늘은 오늘을 위한 오늘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이 간단한 사실을 너무도 자주 망각한다. 지금 여기에서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미래는 오늘의 누적일 뿐이다. 오늘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내일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싶은데 자꾸 미룬다. 그러다 유야무야가 되는 것이다. 미루면 되는 게 없다. 행동과 실행이 우선이다. 운동하는 일에 내일은 없다.

아침에 계단 오르기를 했다. 설날 연휴기간은 평소보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데 운동도 하지 않게 된다. 마트에 일 보고 오는 중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나는 전형적인 ENFP로 사전에 계획하고 스케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꾸준하게 하려고 하지만 즉흥적인 요소가 늘 담긴다. 기질마다 옳고 그른 게 없다. 개성 따라 살면 된다. 운동하고 싶으면 운동하는 것이다.

21층 계단을 오르는 일은 단순 반복적인 일이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언제나 빨리 마치고 싶은 생각 밖에 없다. 그저 빨리 해치고 싶은 적일 따름이다. 그런 생각으로 계단을 오르니 이 운동이 즐거울 리가 없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운동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운동에 마음을 담는 것이다. 계단 하나하나에 발끝에 힘을 모으고 밟을 때마다 근육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인다. 내가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계단은 발끝으로 오른다. 발끝에 힘을 주면 장딴지에 힘이 들어가고 허벅지 그리고 둔근에 자연스럽게 긴장이 전달된다. 하체가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체의 근력은 이런 메커니즘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 근육을 형성하는 것이다.

근육은 가만히 있으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불행하게도 가지고 있는 근육이 소실된다. 과부하가 주어질 때 근육이 형성된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적당한 트러블이 필요하다. 스트레스가 근육을 길러낸다. 거저 얻는 것은 가치도 그만큼 적다. 계속 이어지는 계단이 지겨운 존재지만 관점을 바꾸면 계단도 다르게 다가온다. 계단이 있으므로 내가 운동할 수 있고, 계단 하나하나가 나의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된다. 생각의 전환은 이처럼 단순한 것이다.

관점을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관점이 작은 이들일수록 편협하고 옹졸하다. 힘든 삶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매사가 피곤한 삶이다.

무엇을 하든 몰입이 필요하다. 집중해야 몰입이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모으는 일이 집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딴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게 하는 형국이다.

계단 오르기도 마찬가지다. 계단 오르는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언제든 넘어질 수 있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의 환상을 갖고 산다.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는 효과가 없다가 결론이다.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계단 운동은 주로 오르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관절에 많은 부담을 가져다준다고 여긴다. 그래서 내려갈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힘들여 21층에 올랐는 데, 엘리베이터가 19층에서 내려가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에서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상황이 바뀐다. 걸어서 내려가기를 선택하면 된다. 실제로 내려갈 때 몸에 힘을 빼고 터덜터덜 걸으면 무릎 관절에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려가는 행위는 무조건 관절에 나쁘다는 인식도 편견일 따름이다. 편견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다섯 번 오르기가 목표다. 운동하고 있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계단을 오르니 금방 다섯 번이다. 몸이 더워지고 땀이 흐른다. 더울 때 저절로 흐르는 땀은 불쾌하지만 운동으로 흐르는 땀은 기분을 좋게 한다. 작은 성취를 이룬 기쁨이다. 능동적으로 삶을 이끄는 길은 어렵지 않다. 행동하면 된다. 오늘의 나를 위해 좋은 시작을 했다. 움직이는 것이 살아있는 강력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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