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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면서 먹는 그것

뷔페에 대한 소고

by 정석진

예전에 몸이 말랐을 적에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먹는 것이 힘들었다. 체중이 불어난 지금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집에 있을 때엔 먹는 것을 입에 달고 산다. 내가 봐도 심할 정도다. 밥 먹고 난 직후라도 무엇인가가 먹고 싶어진다. 먹는 것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은 아마도 예전에 먹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먹는 것을 절제하지 못하다 보니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다. 과식이나 늦게까지 먹는 것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인데도 절제가 힘들다. 마구 먹어대는 덕분에 체중도 최고를 찍고 있다. 그래도 좀 다행인 것은 꾸준한 운동으로 비교적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똥배가 나왔다는 것이다. 나잇살이 더해 뱃살이 두툼해진 후에는 뭘 해도 요지부동이다. 복근운동을 찾아 열심히 해봤지만 별로 차이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포기하고 산다.


TV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제는 먹는 것에 집착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들처럼 맛집 순례도 하고 싶다.


최근에 친구들과 초밥뷔페를 간 적이 있다. 꽤나 만족스러워서 아내와 가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언제나 아내 생각이 난다. 애처가는 확실한 것 같다. 아내가 쉬는 날을 택해 그 뷔페에 갔다.


뷔페에 가면 과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채로운 먹거리가 널려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뷔페에 가면 전략이 필요하다. 평소에 먹는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초밥 전문 뷔페다. 초밥 전문점에 가면 가격도 비싸고 10피스 정도가 1인분으로 양이 부족하다. 그럴 바에야 뷔페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먹고 싶은 초밥을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드

일단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샐러드와 수프가 1순위다. 신선한 야채를 좋아하기에 샐러드는 선호하는 음식이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는 올리브가 좋아졌다. 마침 고소하고 짭조름한 올리브가 있어서 양껏 담았다.

바지락 술국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선호한다. 그중 조개류를 특히 좋아한다. 기쁘게도 바지락술찜이 있었다. 국물도 시원하고 통통한 조갯살이 입맛에 딱 맞았다. 결국 두 번이나 그득 담아 실컷 먹었다. 이제는 본론이다. 초밥을 먹을 차례다. 종류가 많다 보니 좋아하는 것으로만 고른다. 광어, 참소라, 가리비, 새우를 고른다. 곁들여 먹는 찬들도 챙겨서 자리를 잡고 장에 적시고 고추냉이를 얹어 맛나게 먹는다.

참소라 초밥
가리비 초밥
광어초밥

다음은 튀김을 고른다. 새우가 들어간 튀김은 언제나 환영이다. 종류별로 한 가지만 골라 담는다. 중국음식이나 육류는 별로 먹고 싶지 않다. 피자도 오랜만에 맛본다. 고르곤졸라 피자를 한 조각 가져다 달콤하게 맛본다. 배가 슬슬 불러온다. 후식 생각이 나서 블루베리 요구르트를 택한다. 달콤한 마른 과일과 슬라이스 아몬드를 토핑 해서 맛나게 먹는다. 과일도 빼놓을 수 없다. 잘 익은 패션프루츠와 키위 그리고 파인애플 망고를 골라 담는다. 음료수가 많지만 식혜를 택해서 마신다.

배가 찼지만 아쉬움에 한 번 더 돌면서 아이스크림과 와플 그리고 마카롱을 카페라테와 함께 최후로 즐긴다.

이제는 더 먹을 수 없다. 배가 완전히 찼다. 기분 좋음보다는 불편한 기분이 살짝 든다. 처음 먹을 때는 즐거웠는데 다 먹고 나면 약간의 후회가 남는 것 그것이 뷔페다.


#뷔페 #식당 #음식 #식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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