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돈키호테 2권을 완독 했다. 최근에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일반 책을 읽는 것은 부담이 없었는데 이 책은 분량이 적지 않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뭐든 익숙해지면 마음은 금방 편안해진다. 연말에 돈키호테 1권을 이미 읽은 터였고 올해 들어서서 총균쇠를 완독 해서 마음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2권은 1권에 첨부된 별도의 단편이 들어있지 않고 돈키호테와 산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보다 그의 종자 산초 판사가 오히려 비중이 큰 느낌도 있다. 전체적으로 2권이 훨씬 익살스럽다. 읽으면서 실소와 폭소를 터뜨리는 일이 많았다.
책의 내용은 돈키호테의 1차 모험의 결과 그 후유증이 너무 컸기에 그를 만류하려는 조카딸과 시녀와 신부와 학사가 열성적인 노력을 기울이는데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갖가지 시도에 불구하고 그는 편력 기사의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가 지닌 열망은 결국 그를 다시 집을 떠나는 여정에 들어서게만든다.
1차 모험은 돈키호테가 좌충우돌하며 모든 사건이 벌어지지만 2차 모험은 이미 그의 기행을 알고 있는 이들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그에 관한 무용담이 책으로 출판되어 그의 기상천외한 사건과 이야기들이 시중에 널리 회자된 까닭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럴듯한 상황을 꾸미고 돈키호테를 끌어들여 오락거리로 삼는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초지일관 흔들리지 않는 편력기사의 가치관을 꿋꿋이 지켜내며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다.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산초 판사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언젠가 왕위에 올라 자신도 섬의 통치자가 될 부푼 꿈을 안고 난관 속에서도 물러섬이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이 사실을 아는 공작은 재미있는 소일거리로 그에게 섬이 아닌 곳을 섬으로 속이고 그가 통치자가 되도록 일을 꾸민다.
실제로 그는 통치자로 임명되어 책임을 감당하게 된다. 그를 우습게 여겼던 이들은 갖가지 계략으로 그를 놀려대지만 우리의 산초도 결코 만만치 않은 대응을 보인다. 엉뚱하지만 기발한 지혜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어려운 민원들을 숙제로 내놓는데, 그는 너무도 현명한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계속되는 짓궂은 놀림은 그를 막다른 길에 서게 하고 결국 10여 일 만에 괴롭고 머리 아픈 통치자의 지위를 시원하게 던져버리고 마음 편한 종자로서의 삶으로 돌아온다.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당나귀를 만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이리로 오렴, 나의 동료이자 친구이며 나와 고생과 가난을 같이해 온 잿빛아. 너와 마음을 나누고 네 마구를 손질하고 네 작은 몸뚱이나 먹여 살릴 일 이외에는 다른 생각일랑 하지 않으면서 보낸 나의 시간들과 나의 나날들과 나의 해 들은 행복했었지. 하지만 너를 내버려 두고 야망과 오만의 탑 위에 오르고 난 이후부터는 내 영혼 속으로 수천 가지 비참함과 수천 가지 노고와 수천 가지 불안이 들어오더구나.
사람마다 각자 타고난 일을 하는 것이 제일 어울린다는 얘기요. 손에 통치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표상인 왕홀보다 낫 한 자루 쥐고 있는 게 내게는 더 잘 어울린다오."
산초의 면면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한 삶의 실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번민으로 잠 못 드는 밤은 있을 수 없다. 돈키호테는 그런 산초를 보고 부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은 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식욕조차 잃어버리는 데 산초는 어떤 상황에서건 먹는 즐거움을 결코 잃는 법이 없다. 사리에 맞지 않는 주인의 요구에도 거절하지 않고 지혜롭게 넘어가는 꾀도 부릴 줄 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족하고 어려운 중에도 즐길 줄 아는 현명함과 비우고 버리는 삶의 진수를 그를 통해 배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많이 가졌고 많은 지식이 있으며 높은 지위를 지닌 것이 무조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부유하고 지도층인 아주 정상적인 이들이 즐거움을 위해 돈키호테를 우롱하며 놀리는 일이 중요한 삶의 이유가 되고 그들은 그 일에 몰입하여 열심을 낸다. 자신들의 즐거움이 삶의 최고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위와 가진 것은 별로 없는 돈키호테는 비록 미친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위한 일념으로 자신의 삶을 정의의 편에 서서 약자와 여자를 돌보며 악을 무찌르는 숭고한 편력기사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과연 어떤 삶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돈키호테는 착한 자 알론소 키하노였을 때나 돈키호테 라만차였을 때나 늘 온화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대해 주었고, 이로 인해 자기 집 사람들은 물론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무척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꿈을 향해 돌진했던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무모하고 엉뚱하며 기발했던 그의 꿈은 사라지고 집으로 돌아와 돈키호테는 제정신을 차리며 죽음을 맞는다.
그의 모험이 마침내 끝이 났다. 마치 한바탕 꿈처럼 흘러갔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삶의 마지막에 서서 돌이켜 보면 다 이와 같지 않을까? 허망하기는 다 마찬가지, 그래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음질했던 삶을 살았다면 후회는 덜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