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꾸르마이에르
트레킹 중에 글을 쓰려니 쉽지 않다. 더구나 순서대로는 더 어려울 것 같아서 마음 가는 대로 쓰기로 했다.
샤모니의 일정을 뒤로하고 이탈리아로 넘어왔다.
알프스산맥을 통과하려면 몽블랑터널을 지나야 한다.
이 터널길이는 11.6킬로미터인데 깊이는 무려 2,480미터나 된다. 1957년에 착공해서 1965년에 완공했다고 하니 대단한 공사였을 것 같다.
2차선의 좁은 도로로 큰 버스가 지나가기에는 협소해 보이지만 버스기사는 능란하게 운전을 한다.
터널을 지나오면 이탈리아 꾸르마이에르다. 이곳도 알프스의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마을도 하나같이 동화 속 세상처럼 예쁘다.
모든 짐을 끌고 숙소를 찾는 일이 간단치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500미터라는데 더운 데다 무거운 짐까지 지고 들고 가니 힘에 부쳤다. 숙소 주인과 연락도 쉽지 않아 한참 애를 먹었고 그 뒤에는 아파트 호실이 잘 보이지 않아 쩔쩔매야 했다. 열쇠를 작은 금고 안에 담겨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겨우 찾은 데다 문도 금방 열리지 않아 다들 지쳤다.
이층으로 된 숙소는 아늑했다. 창을 열고 내다본 풍경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멋이 있었다. 짐을 풀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마을 구경을 나섰다. 산책도 할 겸 식료품점 확인차 나선 것이다. 저녁 9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밝았고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다른 가게들은 모두 닫은 상태였다. 일행들과 피자집에 들러 현지 음식을 맛보았다. 피자 종류가 너무 많아 우리에게 친숙한 것을 골랐다. 마르게리따 피자와 나폴리 피자로 우리 입맛에 맞았다. 특히 얇고 바삭바삭한 도우가 맛있었다.
저녁에는 선선해서 쌀쌀하기까지 했다. 잘 때 추울 줄 알았는데 양모 이불이 예상외로 따뜻했고 실내도 춥지 않아 이불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샤워장 물이 잠기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모두 숙면을 취하고 새벽에 기상을 했다.
일어나자마자 새벽산책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아침 빛을 받아 눈부신 꽃이 우리를 맞는다. 이곳은 곳곳마다 꽃들이 주인공이다. 집마다 거리마다 눈을 두는 곳 어디나 꽃이 피어있고 향기도 그윽하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탄성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이들의 미적 감각이 참으로 놀랍다. 원래 몽블랑의 자체 풍광이 뛰어나기는 했어도 이곳에 깃들여 사는 이들이 기울이는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하나같이 조화롭고 예쁜 건물들과 정성스럽게 꽃을 가꾸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눈은 지극한 호사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트레킹의 즐거움도 있지만 눈을 정화시키는 기막힌 풍경을 즐기는 기쁨도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다. 산책을 마치는 길에 까르푸를 들러 점심거리를 사서 캠핑장으로 향했다. 버스요금을 내려했더니 무료셔틀이란다. 공짜에 기분이 더 좋다.
텐트 치는 곳을 배정받아 가니 튜닉을 입은 이웃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스코들랜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인이었다. 이곳에 셀틱축제가 있다고 한다. 덕분에 다른 축제 참가자들과 함께 사진을 더 찍을 수 있었다. 외국인들과 교류도 외국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텐트를 쳐보니 많이 익숙해졌다. 스스로 대견할 따름이다. 오늘은 모처럼 활동 없이 휴식시간을 갖는다.
느긋한 여유가 참 좋다.
#몽블랑트레킹 #꾸르마이에르 #알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