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몽블랑 트레킹 간다 6

세뉴고개(Col de la Seigne)를 가다.

by 정석진

한낮에는 고온이라 트레킹을 일찍 나서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여섯 시쯤 출발했다. 날씨가 쌀쌀해서 바람막이를 입어야 했다.

오늘은 세뉴고개(Col de la Seigne)를 오른다. 세뉴 고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경계다. 뚜르 드 몽블랑(TMB)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해발 약 2,520m 높이다.

제법 쌀쌀해도 새벽 공기는 확실히 상쾌하다. 새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숲길을 걷는 우리의 발걸음도 기운차고 가볍다. 머나먼 나라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하루가 주는 힘이다. 아무도 없는 길을 부지런히 간다. 이곳도 프랑스 알프스처럼 들꽃이 어디나 지천이다. 찬란한 아침빛이 알프스의 산마루를 비춘다. 대자연 속에서 하루의 시작을 목도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빙하수가 흐르는 계곡은 요란하다. 수량이 많아서 물살이 거세다. 그만큼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계곡의 물빛도 진한 청회색이다.

물이 모아지면 색도 바뀐다. 빛깔이 더욱 진해지고 에메랄드 보석처럼 아름다워진다.

산과 물이 만나면 풍경은 더 완벽해진다. 꽃까지 더해지면 판타지가 따로 없다.

경치는 더할 나위가 없고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가야 할 길과 돌아갈 길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휘적휘적 걸어온 까닭이다.

고갯마루에 다다르면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호빗족의 집이 보인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툭 튀어나올 것 같다. 우리가 걸어온 자취가 아득하다.

야생의 자연을 만났다. 이곳에 사는 마못이다. 토끼보다는 좀 더 큰데 겁은 많은 모양이다. 큰엉겅퀴 꽃봉오리를 먹는 것을 보았다. 긴 겨울을 동면하기에 지금 부지런히 먹는 것이리라

알프스의 7월은 야생화 천국이다. 다채로운 꽃들이 저마다 미모를 자랑한다. 꽃구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다.

드디어 세뉴고개다.

이곳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경계다. 작은 탑 하나로 국경이 구분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표석에 티베트의 흔적이 남아있다. 많은 배낭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참으로 장엄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감동이 밀려온다.

온 길을 되돌아간다. 내려가며 만나는 풍경은 또 새롭다. 빛과 높낮이가 부리는 마법의 효과다. 아울러 한 번에 다 눈에 담을 수 없는 용량도 한몫을 한 까닭이다.


이곳에는 자전거 타는 이들도 많고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그냥 걷기도 쉽지 않은 데 그들의 도전정신과 인내가 참으로 놀랍다.

내려오는 길에도 야생화는 여전히 눈길을 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몸은 힘겨워도 천혜의 자연이 빚어내는 파노라마를 눈으로 둘러보는 감격이 참으로 크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이 바로 몽블랑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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