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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능이버섯이로다 1편

능이버섯 산행

by 정석진

아이들이 해외여행 중이라 추석을 느긋하게 지냈다. 그렇다고 긴 연휴가 절대 무료하거나 심심하지는 않았다. 되려 다채로웠다. 그 정점은 전남곡성군 석곡면에 있는 처형네를 찾아 능이버섯을 딴 일이다.

처형네 텃밭

처형은 추석을 쇠러 분당에 있는 큰 딸 집에 왔었다. 온 가족이 모여 처형의 칠순 축하를 하는 뜻깊은 자리에 우리 부부도 참석했다. 그리고 시골 내려가실 때 우리 차로 모셔다 드리면서 처형 집에 묵게 되었다.

대황강 강변

가을이 오면 동서는 능이를 따러 주변 산을 오른다. 전남 곡성군은 능이 산지로 특히 유명한 곳이다. 능이버섯은 자연 송이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만큼 채취하기가 쉽지 않다. 능이가 나는 곳도 정해져 있다. 한 번이라도 났던 곳에서만 나지 새로운 장소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능이가 자라는 곳은 자식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 능이버섯을 채취하는 이들은 그들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는 뜻이 된다.

우리 부부도 동서를 따라 능이버섯을 딴 적이 있다. 한두 송이라도 손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동서 덕분이다. 전에 동서가 능이를 땄던 곳을 찾아간 것이다. 능이는 기억과의 전쟁이다.


가을이 오면 늘 능이버섯이 생각난다. 마음 같아선 해마다 능이 산행을 가고 싶지만 기회가 항상 주어지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몇 년 만에 가게 되었다.

능이 버섯

능이를 따러 산을 오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한다. 마을 주변 낮은 산에는 자생지가 없고 주로 깊고 높은 산의 8부 능선에 자란다. 밀림 같은 산죽 숲을 통과하는 일은 기본이다. 야생의 거친 숲을 헤치며 참나무 군락지에 모래흙이 있고 풀이 듬성듬성 자라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그곳에 설령 능이가 있다 해도 버섯 색깔이 낙엽과 흙 빛을 꼭 닮아서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수가 흔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복장을 단단히 갖추고 벌레기피제도 뿌리고 곧바로 능이를 찾아 나섰다.

산을 한참 올라 동서가 아는 장소를 찾아 두 시간 정도 산을 샅샅이 더듬어 보았지만 능이버섯은 아무 흔적도 없었다. 깊은 산에 오른다고 버섯을 항상 만난다는 보장은 없다. 빈 손으로 내려갈 상황이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내 발 밑에서 능이가 보였다. 맘마미아! 마침내 귀인을 만난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작은 송이가 또 있었다. 아내도 주위를 더 세심하게 살폈다. 능이가 있을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동서가 작년에 땄다고 알려준 둔덕에는 잡 버섯만 있었다. 아내는 그곳을 찬찬히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놀랍게도 능이버섯이 보였다. 누구라도 절대 찾기 어려운 곳에 꼭꼭 숨겨진 버섯을 아내가 찾아낸 것이다. 크지는 않지만 제법 버섯다운 능이였다.


실망이 흥분으로 바뀌었다. 많은 양은 결코 아니었지만 손맛을 봤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무진 애를 쓴 만큼 보람도 컸다. 모두 흥겹고 즐거웠다. 우습게도 전문가인 동서는 그날 빈 손이었고 왕초보인 우리 부부만 손 맛을 보았다. 그 후로 한참을 더 찾았지만 그날 능이와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첫날 수확한 능이

아주 작은 양을 땄지만 한 끼 요리를 할 만큼은 되었다. 요리 솜씨가 그만인 처형은 돼지고기와 애호박을 넣고 능이버섯찌개를 끓였다. 향기롭고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찌개에 토하를 곁들인 가을 상추쌈과 맛깔스러운 김치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하나도 느끼하지 않은 시원한 찌개에 중독이 되어 두 그릇이나 먹고는 배가 산더미가 되어 숨 쉬기도 어려웠다. 피곤과 배부름으로 기분 좋은 졸음이 쏟아지는 행복한 밤이었다.

능이버섯찌개 한 상

#능이버섯 #전원 #산행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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