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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 어린이 뮤지컬 관람기

산은 나눔 재단 청소년 통합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by 정석진

오랜만에 대학로 나들이다. 대학로는 연극 공연장과 더불어 마로니에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젊은이들의 명소다. 그 이름에 걸맞게 오늘도 색동옷을 차려입은 가로수길에 청춘 남녀들이 넘쳐난다. 생동감 가득한 그 길을 걸으니 몸과 마음이 옛날로 돌아가는 듯했다.

이곳에서 뜻깊은 뮤지컬 공연을 만났다. 대학로에 위치한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한 어린이 뮤지컬 날갯짓이다.

이 공연은 산은나눔재단이 후원하고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꾸민 뮤지컬 공연이다. 참여 단체는
꿈꾸는 지역 아동센터를 비롯한 5개 지역아동센터가 참여했다. 주로 수도권에 소재한 단체의 67명 아이들이 1년 동안 노래와 춤 연기를 지도받으며 땀 흘려 거둔 결실이다.

아이들 대부분은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 아이들로 구성되었다. 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문화적인 소외계층이다. 그런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해냈으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을 마치고 난 이 아이들이 느끼게 되는 자부심과 자긍심은 얼마나 클 것인가를 상기해 보면 가슴 뭉클해진다. 어릴 때 성취했던 뿌듯한 기억 하나는 결코 잊히지 않고 삶의 소중한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다. 향후 이들에게 끼칠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이 공연은 정말로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이 공연이 1회성 반짝 행사가 아니라 무려 11년째 이어져온 공연이라니 공연 관계자들의 헌신과 노고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많은 나눔 사업들이 전시성 행사로 끝나기 쉬운데 이 행사는 실질적으로 취약계통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대단히 값진 행사다.


공연장 입구에는 가족들로 붐볐다. 아치월로 포토존을 만들었고 아이들이 만든 키링이 전시 판매 되었다. 공연에 대해 격려문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사전행사도 모자람이 없었다.

다섯 개 단체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공연을 치르려면 간단치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리허설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 공연은 미운 오리 새끼 동화를 각색한 것이다. 각 지역 아동센터에서 1막씩 공연을 담당했다. 지역별로 수준차도 있었고 이따금 대사 전달이 안 되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대 복장도 세심하게 갖춰 입어서 보기가 좋았다. 구성도 짜임새가 있었다. 춤과 노래와 연기가 적절히 배분되었다. 사투리와 중국과 일본어투를 통해 개그코드도 선보여 극에 재미를 더 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연기를 통해 남다른 외모로 배척받고 왕따를 당하던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한결같은 엄마의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멋진 백조로 비상하는 스토리는 충분히 잘 전달되었다. 특히 고난 중에도 엄마의 속 깊은 사랑에 대해 미운 오리 새끼가 노래하던 장면과 "나는 개똥벌레"의 노래 장면은 눈물을 핑돌게 했다.

동화 내용처럼 공연한 아이들의 처한 상황도 어찌 보면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처지일 수 있다. 그런 점들이 삶의 어려움으로 남을 수 있지만 그 상황이 오히려 비상하는 백조가 될 수 있음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남과 같지 않다는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자연은 구성원이 다양하고 다채로울수록 건강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량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개똥벌레 노랫말처럼 그 아이들은 충분히 빛났다.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그래 너희들은 자랑스러워해도 돼! 정말로 빛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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