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를 가볼까?
단풍은 가을의 대명사다. 이 시절에는 꽃보다 단풍이 더 주인공이다. 활기차고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자연이 칩거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힘을 모아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의식인 단풍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날씨가 지속적으로 더운 데다 가을도 짧아져 단풍이 별로란다. 평소라면 지금쯤은 단풍구경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시기인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해마다 단풍을 보러 명승지를 찾아 나서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기꺼이 절정의 단풍을 보고 싶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소문난 곳은 인파가 몰려 단풍 구경은 뒷전이 될 게 뻔하다. 그래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 주변을 잘 둘러보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변화하는 계절의 숨결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매사가 그렇지만 이것도 마음과 생각이 먼저다. 평소에 관심을 가져야 보이고 눈에 들어온다. 단풍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찾으려면 발품이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누릴 수는 없다. 짬을 내서 밖으로 나가야 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봉산을 올라 물든 단풍을 만났지만 집 근처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단풍을 보았다. 따릉이를 타고 중랑천을 달리면서 만난 가로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볼 수 없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같은 느티나무라도 각기 다른 색으로 채색이 되어 알록달록한 것이 한눈에 보아도 참 예쁘다.
아침 수영을 다녀오는 길에도 만났다. 차도 사이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주인공이다. 도심의 여백을 고운 색으로 채웠다.
아파트 주변에도 대왕단풍나무가 절정이다. 붉은색부터 갈색까지 다채롭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길거리에서 만나는 경치도 멋지다. 의외로 진짜 단풍나무의 변신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저녁 산책길에서도 만났다.
깊은 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대왕참나무의 단풍은 진홍빛깔이다. 고요한 밤 분위기에 붉게 물든 잎은 고혹적이다.
아침 조깅에서도 빛나는 햇살을 받은 단풍이 선명하다.
거창한 계획이나 특별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렇듯 볼만한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가을을 허망하게 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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