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 목이야!
어젯밤 야간 러닝을 마치고 내친김에 속옷 바람으로 푸시업까지 했다. 땀이 젖은 옷을 벗어야 했고 이왕 운동한 김에 근력 운동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닝 후 한참을 지나서야 샤워를 했다.
뛰러 가기 전에도 컨디션이 별로였다. 몸이 으슬으슬하기도 하고 기운도 없었지만 뛰고 나면 컨디션이 나아질 것 같아 아내와 밤 10시에 외대 운동장에 갔다.
역시나 달리니 좋았다. 그래서 속도도 올렸다. 평균 주파 속도를 4분대로 찍었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크게 무리하지 않았고 페이스를 조금 당겼을 뿐이다. 무엇보다 호흡이 가쁘지 않아서 괜찮았다. 케이던스를 높이자는 취지로 보폭을 짧게 잡고 뛰었다. 나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나는 여전히 슬슬 뛰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달리는 결과로 당연히 땀도 흠뻑 흘렸다.
씻고 나니 몸이 살짝 불편했다. 요즘 독감이 유행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옷을 따뜻하게 껴입고 뜨거운 차와 생강젤리를 먹었다. 오늘 읽어야 할 독서와 글쓰기를 하다 보니 12시를 훌쩍 넘겼다.
책을 읽다 졸려서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 자다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너무 아파서 일어나야만 했다. 새벽 세 시를 조금 지난 시각 이었다. 침 삼키기도 어려웠고 통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간 목이 아픈 적이 많지만 오늘처럼 심한 적은 없었다.
일단 소금물로 가글을 했다. 그런 후에 거실에 앉아 뜨거운 물을 조금씩 마셨다. 좀 진정이 된 것 같아 소파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깐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이 재발되었다. 하는 수 없이 타이레놀 2알을 먹었다. 알약이 쉽게 삼켜지질 않았다.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아 다시 침대로 갔다. 아내도 깨서 독감이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열은 높지 않았고 체온은 보통이라 다행히 독감은 아닌 것 같았다.
오전 9시 병원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통증이 가라앉아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목이 아파서 깼더니 10시가 훌쩍 지났다. 이를 닦고 옷을 입는 중에 타이레놀 효과인지 목이 별로 아프지 않아서 병원에 꼭 가야 하나 잠깐 고민이 되었다.
더 심해질까 봐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갔다. 문 연 지 시간이 좀 지났기에 환자들이 적을 줄 알았다. 웬걸, 병원 대기실이 초만원이다. 감기 환자가 넘쳐나서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환자로 가득한 병원에서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뜨거운 사과 유자차를 시켰다. 그러면서 이 글을 썼다.
건강에 대한 과신은 언제나 금물이다. 운동을 마치고 바로 씻어야 했는데 옷을 훌러덩 벗고 한참 시간을 보냈으니 찬기가 침범한 것이다. 결국 오늘 교회 모임에도 빠져야 했다. 교외 카페에서 부부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점심을 먹는 시간인데 아쉽게 되었다.
검진을 한 결과 의사 선생님 왈 "컨디션이 안 좋은데 찬바람을 그렇게 들이키니 목감기 걸리는 것 당연합니다. 한 주간 찬바람 쐐지 마세요!" 하며 4일 치 약을 지어 주었다.
한 주 동안은 달리기 금지다. 집에 오니 아내가 황태와 콩나물을 듬뿍 넣은 칼칼하고 시원한 김칫국을 끓여놓았다. 단숨에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아내는 감기 걸린 사람이 맞냐고 웃는다. 아내 덕분에 금방 나을 것 같다. 그런데 겨울 내내 찬바람을 마시지 않고 뛰는 길이 있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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