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R정기모임 참여기
드디어 징글징글하던 감기가 꺾였다. 아직도 가끔 캘록대지만 한결 나아졌다. 여전히 밤에는 코가 막히고 골치가 좀 아프기는 하지만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무려 이 주일이나 내 일상을 무기력하게 했던 이 지독한 놈과 기쁜 이별이다.
덕분에 그간 결장했던 일요 새벽 마라톤 모임에 참석했다. 몸의 컨디션이 다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모임에 가져갈 짐도 있고 전해 줄 물건도 있어서 새벽길을 나섰다.
다행히 오늘은 날이 많이 풀렸다. 그래도 땅은 여전히 빙판이다. 일원에코파크 근처에 차를 세우고 다리로 길을 건너는 데 나무가 깔린 길이 얼어서 완전히 미끄럼틀이다. 그 길을 자전거가 달리다 그대로 꽝 한다. 뒤 이어 따르던 자전거도 우당탕 넘어진다. 다행히 사람들은 별 탈이 없었다.
우리는 안전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다. 오늘 같은 날은 자전거를 타면 위험한 데도 크게 개의치 않은 것이다. 위험 요소를 눈앞에 두고 괜찮겠지 하는 마음은 언젠가 화를 반드시 불러온다. 막상 당하고 나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기본은 언제나 중요하다. 기본을 무시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최근 홍콩 화재사태도 결국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다. 우리라고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재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오늘 뛸 탄천길은 아침 안개로 자욱하다. 공기는 쌀쌀하고 길 위에는 도처에 살얼음이 얼었다. 뛰는 게 조심스럽다.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뛰기로 한다. 내 몸의 컨디션도 그렇고 환경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빙판길을 조심조심 달린다. 조금이라도 덜 언 길을 찾아 도로 옆길을 달린다. 시작은 아주 천천히 달린다. 달리다 보면 속도는 저절로 빨라지게 되어있다. 오늘은 10킬로 미터만 뛰려고 마음을 먹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진 탓인지 예전만큼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달리기는 아주 정직한 운동이다. 내 몸을 움직여서 뛰는 만큼 거리를 달리게 된다. 함께 뛰다 나 혼자 잠깐 멈추면,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생각보다 심하게 차이가 벌어진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할 때 얻게 되는 놀라운 결과를 눈으로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노력을 한다고 세상 일은 다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기는 예외다. 노력한 만큼 정확하게 결과를 얻는다. 뛰는 만큼 정확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만일 혼자였다면 오늘 같은 날은 달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뛴다고 해도 얼마 달리지 못하고 금방 멈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뛰는 동료들이 있어 머리도 복잡하지 않았고 단순하게 달릴 수 있었다. 무려 한 시간 남짓을 너끈히 뛴 것이다.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탄천의 풍경이 신비롭다. 충분히 운동을 하고 난 후 땀을 식히며 바라보니 더 아름답다. 뒤풀이로 오늘도 역시 아낌없이 섬겨주는 손길들로 몸과 마음이 풍요롭다. 감자 수프에 자색고구마를 넣은 따끈한 수프가 준비되었다. 정성껏 준비한 먹거리들로 입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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